물질이 생기고, 머물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네 가지 현상
성주괴공(成住壞空)’은 불교에서 만물이 유전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말로 생주이멸(生住異滅)과 같은 말이다. 즉, 만유의 온갖 법이 생멸 변화하는 모양을 말한다. 불법에서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광대한 우주나 세계에 대해서도 탄생(誕生)·존속(存續)·파괴(破壞)·사멸(死滅)의 모습을 ‘성주괴공’의 사겁(四劫)으로 나누어 밝히고 있다.
물질의 경우, 그것이 구성돼 없어지기까지 기간을 사기(四期)로 나눈 것. 물질이 처음에 생겨서 얼마동안 존재하다가 점차 파괴되어 끝내 없어지는 것, 즉, 사물이나 한 생각이 일어나서 머물렀다가 변화해 소멸하는 과정인 생(生-탄생) 주(住-존속) 이(異-파괴) 멸(滅-사멸) 그대로의 모습을 말한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볼 때, 사계절의 변화하는 모습과 자연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하나의 초목을 봐도 싹이 트고 성장해서 꽃을 피우고는 시들어 가다가 사라진다. 인간의 경우도 하나의 생명이 어머니의 태(胎)에서 잉태하고 탄생해서 성장하고, 활동하다가 이윽고 늙어서 죽어간다. 즉, 인간도 탄생(誕生)·존속(存續)·파괴(破壞)·사멸(死滅)의 모습을 나타낸다. 즉, 인간의 일생에 맞추어 본다면, 청소년기가 '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고, '주'는 인생의 한창 무르익는 장년기에 해당할 것이고, 노년기에 들어간 상태는 '괴'의 시대이며, '공'이란 한 생명활동이 끝나고 죽어 우주 속에 융합돼버리는 상태라고 하겠다.
철광산에서 철을 캐서 시계를 만든다고 가정하자. 광산에서 철을 캐 제련해서, 시계의 틀을 만들어 시계를 만드는 과정은 성(成)의 단계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시계가 일정 기간 존재하는 단계는 주(住)의 단계이다. 그러다가 시계가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시계 구실을 못해 방치함에 따라 녹슬어 쓸모가 없어지는 단계가 괴(壞)의 단계이고, 최종적으로 시계의 철이 망가져 없어지는 단계가 공(空)의 단계이다.
그렇다면 시계의 원료가 되는 철은 성주괴공과 무관한가?
철이라는 원자는 다시 핵과 전자로 이루어지고, 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다. 중성자와 양성자는 불변으로 정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중간자로 연결되며, 중간자는 중성자와 양성자의 상호작용으로 공간으로부터 나온다. 즉, 철이라는 원소도 중성자ㆍ양성자ㆍ중간자 및 전자가 모여 생겨나게 되고(成), 철로서 존재하다가(住), 서서히 부식이 되고 궁극적으로 원자 내의 각 중성자ㆍ양성자의 인력도 약하게 되어(壞), 철의 성질을 잃어버려 미세 입자로 분리될 것이다(空). 이와 같이 철 또한 성주괴공의 단계를 거쳐 가게 된다.
이러한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광대한 우주나 세계에 대해서도 성주괴공이라는 '사겁(四劫)'으로 밝히고 있다. 하나의 세계가 탄생에서 사멸할 때까지의 기나긴 시간을 이 사겁으로 나타낸 것인데, ‘사겁’의 '겁(劫=Kalpa)'은 장시(長時), 대시(大時)라고 번역한다. 불교의 시간관인 사겁(四劫)은 성겁, 주겁, 괴겁, 공겁의 줄임 말이다.
불법은 생명의 장원(長遠)한 흐름을 문제로 삼기 때문에 아무래도 장시간을 나타내는 시간의 단위가 필요하게 된다. 그 단위가 겁이고, 그 겁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그리하여 성주괴공의 사겁의 경우도 각 겁마다 20소겁(小劫)이 걸린다. 사겁(四劫)의 내용을 보자.
1. 성겁(成劫) ;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20소겁이 소요된다.
2. 주겁(住劫) ; 현 시대(오늘의 세상), 역시 20 소겁이 소요된다.
2. 괴겁(壞劫) ; 우주는 영원하지 않고 파괴 소멸된다. 역시 20 소겁이 소요된다.
4. 공겁(空劫) ; 허공만이 존재한다. 역시 20 소겁이 소요된다.
일소겁(一小劫)이란 약 1천 6백만 년이라는 긴 시간을 가리키고, 성겁-주겁-괴겁-공겁이라는 네 가지 각각의 겁을 일중겁(一中劫)이라 하고, 이를 합한 것을 일대겁(一大劫)이라 한다. 즉,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사겁(四劫)이 한번 진행되는 것을 일대겁(一大劫)이라 하는데, 부처님이 한번 발심해서 성불하기까지의 시간을 삼아승기겁(三阿僧祇劫), 백대겁(百大劫)이라 하고, 흔히 영겁(永劫)이란 것이 아마도 이런 것인 듯하다. 이렇듯 불교의 시간개념은 초월적이고 몽환적이다. 이는 과거 인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하던 일면이기도 한 것이다.
성겁(成劫)이란 하나의 세계가 성립되는 기간인데, 그 성립 이후에 중생이 안온하게 살고 있는 기간을 주겁(住劫)이라 하고, 화재(火災)ㆍ풍재(風災)ㆍ수재(水災)의 삼재에 의해 그것이 파괴되는 기간을 괴겁(壞劫), 모든 것이 파괴 소멸돼 없어지는 기간을 공겁(空劫)이라고 한다. 공겁이 지나면 다시 성겁이 시작되고 성주괴공의 사겁이 무한하게 순환해서 끝남이 없다고 설해지고 있다. <구사론(俱舍論)>에 의하면, 현재의 지구의 상태는 주겁 제9의 감(減)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성겁은 이미 지나버렸고, 멀지 않아 주겁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137억 년 전 빅뱅에 의해 공겁의 시대에서, 성겁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45억 년 전 태양계가 생겼다. 우리는 20소겁(40억년)이 지나 지구 주겁(住劫)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불교에선 우주를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라고 한다. 그런데 2천 6백 년 전에 이 세계도 생성 소멸을 반복한다고 천명했다고 하니, 이 오묘한 논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천문학에서도 현재의 지구는 성립된 후 약 50억 년, 생물이 생겨난 지 약 30억 년이 경과된 장년기의 혹성(惑星)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년기, 즉 주겁이라는 결론에 일치하고 있다.
또한 현대 천문학에서 이 우주를 정상우주론(定常宇宙論), 팽창우주론(膨脹宇宙論-빅뱅), 맥동우주론(脈動宇宙論-진동우주론)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폭발, 확산, 수축(收縮)의 과정을 순환한다는 맥동우주론이 유력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성ㆍ주ㆍ괴ㆍ공을 되풀이 한다고 간파한 불법의 우주관에 매우 유사하다.즉,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이 마지막 ‘공(空)’은 형태상으로는 ‘사멸’의 모습을 취하지만, 다음의 ‘생ㆍ성’을 내포한 상태라는 것이다.
성주괴공을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주의 탄생과 소멸 과정
1. 우주의 탄생(成)
우주는 지금부터 약 143억 년 전 한 점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한 점이라는 것은 시간도 빛도 공간도 없는 모든 것이 모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것을 빅뱅(Big Bang-큰 폭발)이라하며, 빅뱅 시에는 우주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온도였으나, 온도가 1조(兆)℃로 내려갔을 때 물체를 이루는 가장 기본이 되는 소립자(쿼크Quark)와 반(反)쿼크 등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들어진다. 온도가 수십억℃로 내려갔을 무렵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원자핵이 만들어지고, 비로소 물질이 만들어질 준비가 된 것이다. 이때까지는 수분이 소요되었는데 그것들이 다시 모이고, 진화하면서 41억 년 전에 그 속에 별들이 생기고 오늘날에 이른 것이었다.
2. 우주의 존재(住)
우주에는 이렇게 생긴 별들이 모여 은하를 이루고, 이 은하들은 소속 은하 안에서 계속해서 생성소멸(성주괴공)을 거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은하가 존재하게 된다. 대폭발(빅뱅)로 우주가 이루어진 후에 이 폭발력으로 우주는 계속 팽창해 나가고 있다. 팽창우주설이란 우리의 우주는 앞으로도 계속 팽창해 나갈 것이며, 따라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은하 사이의 거리는 서로 멀어져 간다는 것이다.
3. 우주의 소멸(壞)
이 우주의 존재에 필요한 에너지는 수소의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진다. 수소는 별들의 온도를 유지하고, 그보다 무거운 다른 원소를 만드는데 이용된다. 그러나 이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의 양(빅뱅 후 만들어진 수소의 양)은 한정돼있어 계속해서 이 우주를 지탱할 수는 없다. 즉, 은하는 가지고 있던 수소를 별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모두 쓰게 되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별들도 언젠가는 늙어서 불이 꺼지면(별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소멸되면) 우주의 생명은 막을 내리게 된다. 즉 우주의 생명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그 최후의 날이 온다. 현재로는 그 시점이 대체로 1,000억 년 뒤라고 말하고 있다.
4. 우주의 귀착점 그리고 영원한 윤회(空)
우주의 종말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앞서 말한 팽창우주설에 따르면 이 우주는 계속 팽창하면서 은하와 은하끼리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그 은하에 속한 수소를 계속 소모하면서 끝내는 그 수소로부터 탄생한 별들도 생사를 거듭하다가 은하 전체가 소멸된다. 그 후의 우주에 대해서는 우주물리의 대가로 지칭됐던 호킹 교수는 모두 블랙홀로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블랙홀은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입자를 방출하고 서서히 소멸해 결국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신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주는 결국 뉴트리노입자(neutrino粒子)가 질량을 지니고 있음으로 팽창을 거듭하다가 이 우주 질량의 중력 때문에 다시 수축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축을 계속해서 한 점(블랙홀)으로 모아진 순간 또 다시 대폭발(Big Bang)을 일으켜 팽창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보고 있다.
즉, 우주는 궁극에 가서는 만들어지기 이전의 상태(출발점)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空), 다시 우주를 만들고(成), 존재하다가(住), 소멸되고(壞),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空) 윤회를 계속하는 것이다. 한편 우주는 생성ㆍ존재ㆍ소멸ㆍ원점의 과정을 계속하는 속에서도 각자의 상태에서 각각 성주괴공을 돌고 있다.
위의 설명으로부터 우리는 마음뿐만 아니라, 물질계에서도 똑같이 성주괴공의 과정이 일어남을 알 수 있으며, 부처님의 말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정확한지를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인간의 마음작용뿐 아니라, 삼라만상에 벌어지는 모든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말씀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보여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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