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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담소

화를 참으면 병이 됩니다 ∴

by 파장波長 2022. 5. 25.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맞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감추거나 피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지금 화가 나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중요한 사실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몹시 화가 났을 때는 화가 나지 않은 척해서는 안 됩니다. 고통스럽지 않은 척해서도 안 됩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지금 화가 났으며 그래서 몹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고백해야 합니다. 그러나 말을 아주 차분하고 침착하게 해야 합니다.

참사랑에 자존심은 없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은 척해서는 않됩니다. 화가 나지 않은 척해서도 안 됩니다. 화났냐고? 내가? 내가 왜 화를 내지? 난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나 그것은 입으로만 하는 얘기일 뿐 속마음은 다릅니다. 나는 지옥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속의 화가 나를 다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사실대로 말을 해야 합니다. 상대가 아내이건 아들이건 딸이건, 누구에게나 사실대로 고백을 해야 합니다. 누구나 "난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어" 라고 말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것을 함께 하겠다고 했던 처음의 약속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 당신 없이는 행복해질 수 없어.” 그러나 화가 났을 때 우리는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필요없어! 내 곁에 오지도마!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그리고 자기 방으로 가서 문을 잠가버립니다. 타인이 필요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이것은 지혜롭지 못한 태도입니다. 행복은 절대로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관계이건 그 관계 속에서 어느 하나가 행복하지 못하면 다른 쪽도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나 화났어. 마음이 몹시 아파."

가령 부부가 서로 "여보, 사랑해요.” 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고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기쁨과 좋은 감정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도 그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럴 권리가 있고, 그것이 참사랑입니다. 당신 때문에 화가 났어. 고통스러워.” 라고 최선을 다해서 차분하게 말해야 합니다. 목소리에 슬픈 기색이 조금 있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비난하거나 응징하는 투로 해서는 안 됩니다. 나 화났어, 고통스러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이것이 사랑의 말입니다. 부부로서,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가 서로를 돕겠다고 이미 맹세를 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나 남편 중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쪽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을 때는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의무입니다. 행복할 때는 그 행복을 나눕니다. 고통스러울 때도 당연히 고통을 나눠야 합니다. 내 화가 상대방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처음에 다짐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상대에게 말을 해야 합니다. 사랑의 말로 자신의 감정을 알려야 합니다. 이것이 사랑의 유일한 조건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은 되도록 빨리 해야 합니다. 화가 났을 때 그 감정을 하루 이상 마음에 품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통이 더욱 심해집니다. 그러면 그 고통에 중독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사랑과 신뢰가 허약한 것이라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므로 되 도록 빠른 시간 안에 나의 분노와 고통을 털어놓아야 합니다. 24시간이 시한입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화가 극심하기 때문에, 당장은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당장 의식적인 호흡과 보행을 실천하십시요. 그리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말을 하십시오. 그러나 시한이 가까워겼는데도 아직 마음이 가라안지 않았다면, 글로 쓰면 됩니다.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그 편지를 전해야 합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화가 났을 때는 반드시 그런 식으로 하겠다고 미리 약속을 해두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로간에 맺었던 평화 조약을 존중하지 않는 셈이 됩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변화를 꾀할 각오를 단단히 하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말할 때,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여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내가 화를 담은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스로 화를 자각하여 끌어안기 위해서 호흡과 보행을 의식적으로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수련을 하지 않고 있다면 "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수련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화가 났을 때 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신뢰와 존중심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은 화가 났을 때는 얼른 자신에게로 돌아가서 화를 보살피겠다는 각오를 잘 지키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화는 아기와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화는 보살핌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마치 위장이 아플 때 우리가 얼른 위장을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위장은 우리의 신체적 생리적 구성물이고, 화는 우리의 정신적 구성 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장이나 신장을 돌보듯이 우리의 화를 돌 보아야 합니다. “화, 너 꺼져, 넌 내 것이 아니야.”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화를 끌어안고 잘 돌보고 있을 때만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호흡과 보행을 자각함으로써 화라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실천하는 셈입니다.

화를 끌어안고 있을 때는 그 화의 실체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오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화는 그 같은 무지와 그릇된 판단 때문에 빚어집니다. 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과거에는 그릇된 판단 때문에 화 를 일으켰던 적이 자주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매우 조심을 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나를 화나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를 지옥에 빠뜨리는 결과가 됩니다.

“제발 날 도와줘.”

세 번째 문장은 앞의 두 문장에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제발 날 도와줘. 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이것이 참사랑의 말입니다. 상대방 때문에 화가 났을 때 우리는 흔히 내 곁에 오지마! 당신은 나한테 필요없어. 난 당신이 없어도 혼자 잘 할 수 있어!" 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서로가 서로를 잘 보살펴주기로 언약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 때문에 내가 고통을 받을 때는, 비록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제발 날 도와줘” 라고 말을 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입니다.

이 세 문장을 말로 하거나 편지로 써서 전할 수 있다면 참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진짜 사랑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여보, 나 지금 마음이 아파. 당신이 그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여보, 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나는 당신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이이고, 서로를 돕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 당신에게 꼭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이 아픔에서 벗어나려면 당신이 꼭 나를 도와줘야 해.” 이 같은 말을 상대방에게 차분하게 하면 그 사람이 이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위안을 받을 것입니다. 내가 화를 다스리는 방식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내가 그와 같은 말을 들었다면 나는 그가 나에게 매우 충실한 사람이며 나를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 을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할 때만 서로 행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을 때도 서로 고통을 나눕니다. 그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진정으로 신뢰하고 존중할 것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수련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가 배운 것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나도 역시 최선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나도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가서 수련을 할 것입니다.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입니다. 내가 도대 체 무슨 말을 했고 무슨 짓을 했기에 그가 고통을 받았을까? 나는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짓을 했을까?” 그런 다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전해준 편지를 읽으면, 해답이 저절로 나올 것입니다.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사랑이 이제는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고, 내가 자각의 에너지로 그를 끌어안을 차례가 될 것입니다.

사랑의 말로 쓰여진 나의 메시지가 그에게 전해질 때, 그는 나의 사랑과 나의 말과 나의 수련에 크게 감동받을 것입니다. 그가 커다란 깨달음을 얻고 나에 대한 존중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는 자신에게로 되돌아가서, 나에게 고통을 줄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볼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에게, 나처럼 수련을 해보라고 권하고 그 방법을 가르쳐준 셈이 될 것입니다. 그는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고, 나의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서 자신도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라고,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가 두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나게 된 것입니다. 이제 더이상 위험은 없다. 각자가 자신에게로 되돌아가서, 상황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 동안에 어느 한쪽이 어느 순간에 사태의 실상을 깨닫게 되면, 즉시 상대방에게 그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릇된 판단 때문에 화가 났다는게 밝혀지는 경우도 있을겁니다. 그럴 경우에도 즉시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 가지고 화를 냈다는 것을 상대방에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 사람은 실은 나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오해를 한 바람에 화를 낸 것이었다면, 즉시 그에게 사실대로 말을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은 아직도 나의 고통 때문에 몹시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도 이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 사람도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할지 모릅니다. 그 사람도 그저 짜증이 나서 무심결에, 혹은 그릇된 판단 때문에, 나를 화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했었다는 것을 깨달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후회를 하고, 그 후회하는 심정을 나에게 알려주려 할 것입니다. 여보, 어제는 내가 정신이 나갔던가 봐.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어. 정신이 나가서 당신한테 못할 짓을 했던 거 같아, 당신한테 고통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아마 내 처신이 서툴러서 그랬던가 봐, 미안해, 그리고 약속할게, 앞으로는 좀더 세심하게 말을 하고 행동할 거라고 약속할게.” 이처럼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들으면 고통을 씻고 진정으로 그를 존중 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두 사람은 수련의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그들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나 갈 것입니다. 존중이야말로 참사랑의 밑거름이기 때문입니다.

 

글 : 틱낫한 스님 Thich N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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