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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8

지혜로운 삶의 선택 산에는 꽃이 피네 자연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고 사람이 기댈 영원한 품이다. 또 자연 은 잘못된 현대 문명의 유일한 해독제이다. 하늘과 구름, 별과 이슬과 바람, 흙과 강물, 햇살과 바다, 나무와 짐승과 새들, 길섶에 피어 있는 하잘 것 없는 풀꽃이라도 그것은 우주적인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 을 지니고 있다. 건성으로 보지 말고 유심히 바라보라. 그러면 거기에서 자연이 지 니고 있는, 생명이 지니고 있는 신비성과 아름다움을 캐낼 수가 있다. 모든 것이 다 필요한 존재이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다 필요한 것이다. 어떤 생물이 됐든 필요하기 때문에 생겨났다. 그런데 그것이 귀찮다고 해서 농약으로, 강한 살충제로 죽여 보라. 그 생 물만 없어지는 게 아니고 그것이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우리에게 진 짜.. 2022. 4. 20.
자연은 커다란 생명체다. 중국 송대의 시인이며 서예가인 황산곡黃山谷의 글인데, 내 거처의 주련으로 쓸까 해서 골라놓고도 아직 빈 기둥인 채로 지내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진솔하고 기상이 있다. 자연을 한아름 안고 있어 가끔 읊어지는 시이다. 활짝 트인 하늘과 구름과 비, 산과 사람과 물과 꽃을 거느리고 있는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노라면, 이 우주 대자연이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 느껴질 때가 있다. 불교용어를 빌리자면, 산하대지 이대로가 살아 있는 청정한 법신法身이라는 것. 따라서 우리들 인간은 커다란 그 생명체에서 나누어진 한 지체인 셈이다. 만리청전(萬里靑天) 운기우래(雲起雨來) - 구만리 장천에 구름 일고 비 내린다. 공산무인(空山無人) 구류화개(九流花開) - 사람 없는 탕 빈 산에 시냇물 흐르고 꽃 피더라. ​ 맑게 갠 여름.. 2022. 4. 17.
온화한 얼굴 상냥한 말씨 비 개이자 개울물소리가 한층 여물어졌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는 개울물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으면 내 안에 묻은 먼지와 때까지도 말끔히 씻겨지는 것 같다. 개울가에 산목련이 잔뜩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다. 한 가지 꺾어다 식탁 위에 놓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갓 피어나려고 하는 꽃에게 차마 못할 일 같아서다. 철 따라 꽃이 피어나는 이 일이 얼마나 놀라운 질서인가. 그것은 생명의 신비이다. 꽃이 피어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꽃의 정기를 머금고 있는 나무가 스스로의 충만한 삶을 안으로 안으로 다스리다가 더 견딜 수 없어 마침내 밖으로 터뜨리는 것이다. 자연계에서는 보면 꽃은 향기로운 미소다. 칙칙한 수목들만 있고 꽃을 피우는 나무나 풀이 없다면, 숲은 미소를 잃은 얼굴처럼 삭막하고 딱딱할 것이다.. 2022. 4. 17.
어진 이를 가까이하라. ​어떤 인연에서였건 간에 금생에 불법佛法을 만나게 된 것은 개인의 생애에 있어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출가出家와 재가在家를 물을 것 없이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은 우리들 일상의 든든한 의지처가 될 뿐 아니라, 삶의 가치 척도가 된다. ​요즘 처럼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의지처와 가치 척도가 더욱 절실한 삶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지나간 과거와 현재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처럼 바른 법은 만났으면서도 자신의 삶에 그 지혜와 자비의 교훈이 생활화되지 않고 보편화되지 않아 물에 기름 돌 듯 겉도는 수가 많다. ​불법의 문전에서만 서성거리다가 시류에 휩쓸리고만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투철한 구도정신과 출가정신 없이 그날그날 무위도식無位徒食 하면.. 2022. 4. 17.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라 법정스님-버리고 떠나기 새벽 예불을 마치고 나니 문득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밤에는 처마 끝에 풍경 소리가 잠결에 들리던 걸로 미루어 바람이 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풍경 소리도 멎은 채 소곤소곤 비 내리는 소리뿐이다. 밖에 나가 장작더미에 우장을 덮어주고 뜰가에 내놓았던 의자도 처마 밑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요즘 막 꽃대가 부풀어오르는 수선화水선花의 분도 비를 맞으라고 밖에다 내놓았다. 비설거지를 해놓고 방에 들어와 빗소리에 귀를 모으고 있으니 참 좋다. ​ 오랜만에 어둠을 적시는 빗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이 말할 수 없이 그윽해지려고 한다. 우리가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삶의 중요한 한몫이다. 그 소리를 통해서 마음에 평온이 오고 마음이 맑아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소리의 은혜가 아닐 .. 2022. 4. 17.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닦을 것인가 ​타이베이台北에서 겪은 일이다. 타고온 택시에서 내려 차비를 치르려는데 그 자리에서 차를 타게 된 청년이 차비는 자기가 공양할테니 스님들은 그냥 내리시라고 했다. 어느날 고궁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채식 식당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지나가는 아주머니 한 분에게 이곳에서 가까운 채씩 식당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물었었다. 아주머니는 가던 길을 돌아서 우리 일행을 데리고 한참을가더니 깨끗한 식당을 알선해주고 갔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식비를 내려고 카운터에 서니 아까 그 아주머니가 이미 점심값을 냈다는 것이다. 생면 부지의 외국 스님에게 베푼 두 불자의 선의善意를 보고 대만 불교의 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종교란 도대체 무엇인가? 신앙생활이란 어떤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 2022. 4. 17.
깨달음과 닦음 깨달음悟과 닦음修은, 독립된 체험이나 현상이 아니라 상호 보완한다. 닦음 없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고, 깨달음에 의해 닦음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깨달음이 개인적인 체험이라면 닦음은 사회적인 의무와 나누어 가짐廻向으로 이어진다. 종교가 어느 문화 현상보다도 값질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체험에 그치지 않고 되돌리고 나누어 가지는 대사회적인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과 닦음에 완성이 있을 수 있을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제품이라면 완성이 있겠지만, 정신세계에 있어서 완성이란 우리가 두고두고 추구해야 할 이상이지 현실은 아니다. 깨달음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체험이므로 그 얕고 깊음의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닦음 또한 마찬가지다. 어린이의 인식과 체험의 세계가 성인의 그것과 같을 수 없.. 2022. 4. 17.
법구경(法句經)-천 가지의 장 법구경은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법문입니다. 다른 경전처럼 일정한 장소와 시기에 한 주제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불교 초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온 시를 모아 엮은 일조의 불교 잠언 시집입니다. 모두 423편의 시집이며, 그 주제에 따라 26장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개는 독립된 시로 되어 있지만, 때로는 두 편 또는 여러 편의 시가 한데 묶여 있기도 하다. 을 읽는 사람들에게 옮긴 사람의 입장에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경전을 맑은 마음 거울 삼아, 그 속에서 현재의 자기 얼굴을 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내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래 가까이에 두고 마음 내킬 때마다 펼쳐보면서 어지러운 세상에 좋은 길벗으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199.. 202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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