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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붓다의 세계관 ⑤ 오탁악세(五濁惡世)

by 파장波長 2022. 4. 29.

오탁악세(五濁惡世)와 불국토

미래 세계란 인간을 비롯한 중생들의 업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살폈다. 그 공업(共業)이 선할 때 미래는 밝을 것이고 그 공업이 악할 때 미래는 기대할 것이 없다. 여기서 우리는 미래가 밝고 복된 세계이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는 선한 공업을 행해야 할 것인데 어떤 것이 선한 공업일까? 이 항목에서는 현재 세계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부처님으로부터 경청하고, 아울러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세계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 해답을 얻고자 한다. 현재 세계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있고 지향해야 할 목표가 뚜렷이 전제될 때 우리는 보다 슬기롭게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일단 현재의 세계를 말법이라는❶ 시대 관념으로 규정한다. 《대승동성경 大乘同性經》하권에서는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불법에 세 가지 시(時)가 있으니 정상말(正像末)이니라. .......정법이 세상에 머무르는 것이 오백 세요, 정법이 멸하고 상법이 세상에 머무는 것이 1천 세요, 상법이 멸하고 말법이 세상에 머무르는 것이 1만 년이다.”라고 설한다. 지금 시기는 부처님의 열반 후 2천 5백 년이 이미 지난 때이므로 수치상 말법 시대에 해당한다. 그리고 같은 경에서는 "말법 시대에는 불교의 가르침만이 있고 수행과 깨달음은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라고 설한다.

그리고 지금 시대를 좀더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대방등대집경 大方等大集經》 55권에서는 “부처님이 열반한 후 오백년 동안에는 모든 수행자들이 불법에서 해탈이 견고할 것이요, 다음 오백년 동안에는 부처님의 정법에서 선정·삼매가 견고할 것이요, 다음 오백년 동안에는 부처님의 정법에서 독송다문(讀誦多聞)이 견고할 것이요, 다음 오백년 동안에는 부처님의 정법에서 탑과 절을 짓는 일이 견고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 오백년 동안에는 논란과 쟁송이 난무하고 백법(白法)이 사라지고 손실되는 일만 치성할 것이다.” 라고 설한다. 여기서도 지금 시기는 수치상 다섯번째 오백 년에 해당하므로 이 시대는 불교라는 말은 있어도 제대로 바른 불교가 행해지지는 않는다고 보게 한다.

그런데 이 시대를 말법 시대 라고 규정하고 그 상태를 가장 심각하게 묘사하고 있는 경전은《법화경 法華經》이다. 《법화경》에서는 방편품 또는 안락행품 등에서 이 시대를 악세(惡世), 탁세(濁世), 말법, 말세(末世)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그 상태를 다섯으로 규정한다. 이른바 오탁악세(五濁惡世)❷로 이 말세로서의 이 시대를 겁탁(劫濁), 번뇌탁(煩惱濁) 중생탁(衆生濁), 견탁(見濁), 명탁(命濁)의 시대로 규정하는 것이다.

겁탁(劫濁)이란 이 시대가 기근과 질병과 전쟁으로 오염되어 있음을 지적한 표현이다. 《법화경》은 ‘비유품' 에서 전쟁 등으로 시달리는 이 시 대를 “불타는 집(火宅)”에 비유하여 그 공포와 피해와 재난을 묘사하고 있다.

② 번뇌탁(煩惱濁)이란 이 시대를 사는 인간들의 마음이 탐욕과 분노 와 어리석음으로 물들어 있음을 지적한 표현이다. 같은 경의 ‘방편품' 에 서 부처님은 “사리불아, 바로 알라, 내가 부처님의 눈으로 육도(六道) 중생을 살펴 보니 지혜 없이 생사의 길을 잘못 들어 그 고통을 끊지 못하고 오욕락에 탐착하되 모우(牡牛)라는 소가 꼬리를 사랑하듯 한다.” 라고 하시며 번뇌로 물든 중생을 안타까워하신다.

③ 중생탁(衆生濁)이란 이 시대를 사는 인간들의 자질이 근본적으로 자비심(慈悲心)이 없고, 남의 행복을 따라 기뻐해 주는 수희심(隨喜心)이 없고, 또한 평정심(平靜心)이 없음을 지적한 표현이다.

④ 견탁(見濁)이란 중생 중에서도 특히 종교인, 교육자, 학자 들의 견해가 탁한 것을 지적한 표현이다. 같은 경 ‘권지품' 에서 부처님은 “악세의 수행자는 아는 바가 삿되고 마음이 모질어 못 얻고도 얻은 체 아만심이 충만하다. ....... 고요 한 곳에서 참된 도를 행한다며 다른 사람을 경멸한다. ..... 세속적 이익 에만 탐착하니 세속 일만 생각한다.”고 예언하고 계신다. 일반 세인들이 진리를 모르고 좀 잘못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할 것이나, 진리 를 찾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들이 근원적으로 잘 못되어 있으니 그 심각성이 대단하다는 지적이다.

⑤ 명탁(命濁)이란 인간의 목숨이 짧으며 그 목숨마저 늙음과 병 등으로 물들어 있음을 지적한 표현이다. 《중아함》범천청불경에는 “옛날의 수행자는 수명이 지극히 길어서 지극히 오래 머물렀다. 그런데 지금의 수행자는 단명하니 일생을 살아도 예전 수행자가 한 번 앉아 명상하는 시간에 미치지 못한다.” 라는 말이 나온다. 정말 우리는 과거 중생들이 한 번 앉아 사색하는 시간 정도밖에 못 사는 단명하는 존재들인 줄 모른다.

이상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오탁악세의 말법 시대라는 것이 부처님의 규정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라면 우리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이 시대와 중생이 탁하니 탁한 중생의 업도 탁할 것이다. 그 업의 결과로 받게 되는 미래라는 결과도 탁한 것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부처님은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는 말라고 하신다. 부처님과 대승보살들의 노력에 의해 이 오탁악세가 불국토(佛國 土)라는 이상적인 세계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불국토라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불국토는 오탁악세와 반대 인 오정(五淨)의 세계로 보면 된다. 대표적인 불국토로 아미타 부처님의 서방 극락(極樂)정토와 아촉 여래의 동방 묘희(妙喜) 세계를 들 수 있는 데 이 세계들을 살펴보면 오탁악세의 다섯 가지 탁함이 제거되어 있고 나아가 지극히 깨끗한 것으로 전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① 불국토는 겁정(淨)의 세계다. 그곳에는 더 이상 전쟁과 질병과 기근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지옥, 축생, 아귀의 삼악도가 없고 ....... 땅이 평정하여 수목이 나되 높낮이가 없으며 산과 구릉도 없다. .....풍한기(風寒氣)의 세 가지 병조차 없다.”《阿佛國經, 상권》 "극락정토는 모든 것이 헤아릴 수 없는 가치의 보배들로만 되어 있고 자연히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당도한다.”《佛說阿經 라고 설해져 있다. 물질적으로 극도로 풍요하고 육체적으로 한없이 건강한 세계이니 그런 면에서 겁(劫)이 청정한 세계임을 알 수 있다.

② 불국토는 번뇌정(煩惱淨)의 세계다. “그 곳의 사람에게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제거되었다."《阿佛國經, 상권》모든 불국토의 일체 중생은 탐질(貪疾)과 뇌해(害)와 사견(邪見)이 없어진다."《大般若經》(嚴淨佛土品)” 이와 같이 불국토의 중생은 탐진치의 번뇌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일이란 없으니 번뇌가 청정히 제거된 세계가 불국토 임을 알 수 있다.

③ 불국토는 중생정 (衆生淨)의 세계다. 이미 극락정토를 구현하려고 애쓰던 법장(法藏) 비구는 "마음에 거짓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안색은 늘 평온했으며 사람을 대할 때는 인자한 말로써 상대편을 기쁘게 해주었다.《佛說無量壽經》.” 이처럼 불국토의 중생들은 자비심과 수희심과 평정심을 지니고 있으니 불국토는 중생정의 세계다. 

④ 불국토는 견정(見淨)의 세계다. 극락정토나 동방 묘희세계로 인도하는 자들은 바로 아미타 부처님과 아촉 여래와 같은 삼세의 뛰어난 스승들이거니와 그들이 청정하고 바른 견해를 지니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새들이 우는 소리가 모두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를 연설하는 소리이며 인민들은 그 소리를 듣고 모두 부처님을 생각 하고 교법을 생각하고 승가를 생각한다.”《佛說無量壽經》고 하니 모 두 청정한 견해를 지닌 세계인 것이다.

⑤ 불국토는 명정(命淨)의 세계다.

저 곳의 부처님을 어찌하여 아미타 부처님이라고 하는가? 사리불아, 저 부처님의 광명과 수명이 무량하여서 아미타라고 한다. 사리불아, 저 불국토의 수명과 인민들의 수명도 무량 무변 아승지겁이므로 아미타라고 이름하는 것이다.《佛說無量壽經》

이처럼 불국토의 인민들은 그 수명이 지극히 장구하니 수명이 청정한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오정의 세계가 불국토이며 부처님은 현실의 오탁악세에서 바로 이러한 오정의 불국토를 건설해야 함을 모든 불자들에게 사명으로서 요청하고 계신다. 예를 들어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다음과 같이 수기하신다.

그대 사리불은 미래에 ......화광(華光)여래, 응공, 정등각지를 이룰 것이니 그 국명은 이구(離馬)요, 겁명은 대보장엄(大寶莊嚴)이다.”《法華經》수기품(授記品)

불교는 궁극적으로 모든 중생들이 성불할 것을 요청한다. 여기서 부처를 이룬다는 것은 불국토를 건설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따라서 부처님은 모든 인간들이 현실의 오탁악세에서 좌절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불국토를 건설하여 새역사를 창조하라고 간곡히 요구하신 것이다. 우리 불자들만이라도 부처님의 이런 요청에 귀기울여 불 국토를 건설하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단 한 분의 부처님에 의해서 능히 한 불국토가 건설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불자들이 성불과 불국토 건설을 향해 노력 정진한다면 세계의 앞날이 불국토로 귀결될 것임을 기 대해도 좋을 것이다.


Note :
❶ 말법시대(末法時代)는 삼시(三時) 중의 마지막. 불법의 쇠락시대(衰落時代). 말법이라 함은, 불법이 쇠퇴하여 교법(敎法)만 있고 그것을 수행하거나 증오 (證俉)하는 자가 없게 되는 시대를 말함. 삼시 (三時)는 부처님의 열반 후 교법이 유행하는 시대를 세 시기로 나눈 것으로 ①정법시(正法時)  500년간의 교법 (敎法), 수행 (修行), 증과(證果)가 모두 원만한 시대,  ②상법시(像法時) : 불멸 후 1,000년 동안으로 증과 (證果)하는 사람은 없으나 교법과 수행하는 사람은 아직 남아있는 시대. ③ 말법시(末法時): 불멸 후 10,000년 동안으로 교법은 있으나 수행과 증 (證果)가 없는 시대.
❷오탁악세(五濁惡世)이란? 다섯 가지 더러움으로 가득한 혼탁한 세상. 속칭 말세를 일컫는 말로, ①명탁(命濁)-사람의 목숨이 짧아서 100년을 채우기 어려움 ②중생탁 (衆生濁)-중생의 죄업이 두터워 올바른 도리를 알지 못함 ③번뇌탁(煩惱濁):애욕을 탐하여 마음을 어지럽히고 여러 가지 죄를 범함 ④견탁(見濁): 말법(末法) 시대에 이르러 나쁜 견해, 나쁜 교법(敎法)이 무성하여 선(善)을 닦는 사람이 없고 세상이 어지러워짐 ⑤ 겁탁(劫濁):기근(饑饉)과 괴질(怪疾)과 전쟁 등이 연달아 일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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