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공부

막스 베버

by 파장波長 2022. 6. 20.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로 사회적 조건을 이겨낸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개천에서 용 났다” 라고 합니다. 자연현상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사회 현상만의 특징 중 하나입니디. 그런데 단순히 사회구조만을 연구해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을 분석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 필 요합니다. 이를 역설한 사람이 바로 막스 베버입니다.

사회학의 개척자, 합리성 정립

막스 베버(Max Weber)는 1864년 독일의 부유한 법률가이자 국회의원의 아들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베를린대학교 등에서 법학 · 철학 · 역사학 ·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일찍부터 성공한 학자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아버지와 약간 갈등이 있었던 것을 빼면 특별한 삶의 굴곡을 겪지 않았습 니다. 다만 민족주의자인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쉰이 넘은 나이에 자원하 여 병원장으로 복무했고, 이후 연설과 강의를 통해 독일의 전쟁승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베버가 활동했던 독일제국기(1871~1918)는 황제와 재상, 융커라고 불리는 특수계층(군사귀족)이 지배하는 귀족 · 군인 우위의 사회였습니다.(반면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사회를 부르주아 계급 이 주도) 그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야말로 독일사회의 통합과 국가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정치체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스 베버와 바이마르 공화국

베버는 산업화에 의해 새로 형성되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이나 자본주의를 붕괴시키기 위한 사회주의 운동을 지지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욕구도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적절히 수용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들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여 기존체제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존체제 중심의 개혁을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인류 최초로 복지국가를 추구하려  했던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에 반영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❶바이마르공화국의 헌법기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당인 독일민주당의 창당에도 관여했습니다. 그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성립을 본 지 얼마 안 되어 1920년에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독일은 농촌사회에서 사업사회로 전화되는 과도기였고, 산업화에 따라 새로운 합리성이 필요했습니다. 베버는 바로 합리성의 정립에 지적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대표저서로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 등이 있습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부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들 모두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로또에 당첨될 운, 좋은 학벌,  좋은 집안, 잘난 외모, 아니면 뛰어난 머리 등의 조건들이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원하는 답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려 먼저 속된 말로 '돈 맛' 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학벌, 기회가 보장되더라도, 가난해도 편안한 삶이 최고라고 여긴다면 그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공무원 같은 '철밥통' 직장에서 성과급 약발이 안 먹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도 편한데 몇 푼 더 벌자고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사람들이 온통 돈 맛에 절어 있어도 문제가 됩니다. 편법과 비리가 판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습니다. “부패한 국가 중에 선진국 은 없다.”는 말이 이러한 예를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한 개인이나 국가가 부유해지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베버에게 물어본다면 그는 “자본주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➋프로테스탄트 윤리로 부터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을 찾습니다. 그는 왜 북부유럽이 남부유럽보다 자본주의가 더 빨리 발전했는지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남부유럽을 대표하는 스페인, 이탈리아보다 북부유럽의 영국, 독일 등이 자본주의가 더 발전했습니. 게다가 독일 안에서도 북부는 산업화가 빨랐던 반면 남부는 발전이 느렸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그는 남부유럽은 종교가 가톨릭이고 북부는 개신교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가톨릭의 가치관에서는 부유함을 추구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보았습니다. "언젠가 하느님께 귀의해야 할 인간에게 속세의 부와 화려함은 덧없을 뿐이다. 노동은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생활이 될 만큼이면 충분하다. 나머지 시간이 나면 기도와 묵상과 같은 정신적 활동에 매달려야 한다.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인 구원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의식이 팽배한 사회는 자본주의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하는 것으로 베버는 생각했습니다.

프로테스탄트와 직업소명설

반면에 베버는 카톨릭에 반기를 든 프로테스탄트들의 가치관을 살펴봅니다. ➌청교도, 그중에서 칼뱅파의 프로테스탄트들에게 노동의 의미는 각발합니다. 개인의 직업은 신이 준 의무, 즉 ‘소명(召命)입니다. 그들에게 노동은 신을 찬양하는 가장 신성한 길인 셈입니다.

직업소명설이란 모든 직업이 하느님의 부름에 의한 거룩한 것이라는 ❹장 칼뱅의 직업윤리와 말합니다. 직업소명설에 의하면 나에게 주어진 재능을 발휘하여 일하며 그에 대가를 취하는 것은 정당한 것입니다. 따라서 청교도들은 하느님께 받은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이러한 프로테스탄트의 윤리 의식이 ‘자본주의 정신’으로 자리매김하여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동력 중 하나가 됩니다.

또한 청교도들은 근검절약을 주요 모토로 삼았는데, 이것은 은행에 돈이 모이는 계기가 되어 산업자금의 원천이 됩니다. 그래서 개신교의 북부유럽이 남부유럽보다 자본주의가 더욱 발전한 것입니다.

그는 자본주의 발달과 ‘자본가의 탄생’이라는 사회현상을 종교 차이를 통해 분석한 것입니다. 즉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구성원의 의식과 가치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를 설명하려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르크스입니다. 그는 경제구조인 ❺하부구조가 ❻상부구조임 법이나 문화, 종교 등을 결정짓는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베버는 오히려 종교, 즉 상부구조에 해당하는 개념이 하부구조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하며 마르크스와 역사주의들을 비판했습니다.

관료제의 모델로 사회학 정립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정부, 기업, 학교 등 사회조직들이 매우 커졌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관료제가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관료제란 대규모 조직에서 많은 업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탄생된 서열화된 권위구조를 말합니다. 관료제에서는 미리 규정과 절차가 정해져 있고, 각각의 업무는 전문화되었으며, 책임 소재가 명확하여 대규모 업무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료제는 권력이 피라미드 위의 소수에게 집중되어 의사결정 구조가 권위적이고,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❼목적 전치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즉 관료제에 너무 얽매어 명시된 절차와 규정 때문에 오히려 업무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서 인간의 개성이 사라지고 인간소외 현상이 나타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버가 이야기하는 관료제적 인간형이나 관료제 조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모델입니다. 왜 그는 이상적(이념적) 모델을 통해서 관료제를 분석했을까요? 바로 이상적 모델과 실제 현실 을 비교해 봄으로써 이 둘을 일치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내려고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회현상은 자연과학처럼 통제된 실험을 통해 반복해서 연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과학의 방법론, 즉 다양한 사회현상과 역사적 사실로부터 하나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정립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사회학에서 객관성과 과학성을 도입하는 방법을 새롭게 정립한 것입니다.

베버의 관료제 연구는 사회과학에서 모델의 중요성과 역할을 보여주었으며, 사회학이 사회과학으로 정립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막스 베버는 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과 함께 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베버가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를 본다면?

막스 베버가 오늘날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를 본다면, 아마 '천민 자본주의’ 라고 신달하게 비판했을 것입니다. 천민 자본주의란 근대 자본주의와 구분되는, 근대 이전의 비합리적 자본주의를 가리키는 말인데, 베버가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낡고 비천한 자본주의를 지칭할 때 씁니다. 그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앞에서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이룩한 자본주의 사회를 돌아보면, 부동산 투기, 정경유착, 빈부격차 등........ 노동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없이 욕심으로 가득찬 부에 대한 집착, 그에게 오늘날 우리의 자본주의는 매우 천한 것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최진기 선생의 강의를 참고해서 인용했습니다.


Note :

❶ 바이마르 공화국은 1차 세계대전 후인 1918년에 일어난 독일혁명으로 1933년 히틀러의 나치 정권 수립으로 소멸된 독일의 공확국을 말합니다.
프로텐스탄는 16세기 종교개혁의 결과로 로마 카톨릭에서 떨어져 나와 성립된 종교단테, 또는 그 분파를 말합니다.
➌ 청교도는 16세기 후반, 영국 국교회에 반항하여 생긴 개신교의 한 교파로, 칼뱅주의를 바탕으로 모든 쾌락을 죄악시하고 사치와 성직자의 권위를 배격했으며 철저한 금욕주의를 주장했습니다.
❹ 장 칼뱅(John Calvin 1509-1564)은 종교 개혁을 이끔 프랑스 개혁주의 신학자입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하는 것과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독력주의를 강조, 상공업자들의 불리한 신분사회에서 직업소명설로 평등을 보장했습니다.
❺ 마르크스가 주장한 하부구조는 사회의 졍제적 구조이며 어떤 사회의 생산관계(노동자와 자본가, 지주와 소작농 등의 관계)의 총체입니다. 
❻ 마르크스가 주장한 상부구조는 바로 하부구조 위에 성립하는 정치적 · 법률적 · 예술적 · 철학적 관념이나 제도를 말합나다. 마르크스는 경제적 구조인 하부구조가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를 규정한다고 보았습니다.
❼ 목적 전치현상은 절차와 수단에 매몰된 나머지 본래의 목적을 잃어 버리고 수단이 목적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철학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마누엘 칸트  (0) 2024.02.23
헨리 조지-진보의 빈곤  (0) 2022.06.20
칼 마르크스  (0) 2022.06.19
찰스 다윈 - 진화론(進化論)  (0) 2022.06.18
루소-사회계약론  (0) 2022.06.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