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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유일신 없는 종교로서 불교

by 파장波長 2022. 4. 13.

과학문명이 눈부시게 발달한 현대라고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서 늘고 병들며 죽어가는 생로병사라는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학문명은 인공위성과 컴퓨터를 가져다주었지만 인류는 여전히 빈곤과 기아, 전쟁, 질병, 공해, 핵무기의 위험이라는 현대의 불안과 위기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통념상 인생의 고통을 어떤 절대적인 운명, 신과 같은 절대자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결코 불교의 기본입장이 아니다. 불교는 인생의 고통과 그 원인에 대해서 보다 명료하고 선명한 통찰을 통해 성숙하고 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혜와 자비를 설하는 종교다. 그렇다면 불교는 인간의 숙명적인 고통에 대해서 어떤 종교적 성찰과 해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인도에서 발원하여 중국과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에 웅대한 사상과 종교, 예술의 물결을 전파한 불교는 BC 5~6세기 무렵 인도의 갠지스강 유역(流域)에 발달한 신흥도시국가에서 나타난 사상적 운동에 대한 결산인 동시에 종교, 사회사상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가르침이다. 불교 이전의 베다(Veda), 우파니샤드(Upanisad)와 같은 인도 고전에 입각한 인도의 전통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의 차별이 있다는 카스트 제도와 신적(神的)인 존재에 관한 신비감에서 비롯된 탐구와 수행의 결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신화와 종교적인 굴레를 단호히 거부하고 싯다르타 고마타라는 한 인간의 생애와 사상의 구체적인 통일에서 시작된 종교다. 때문에 인도의 정치인이자 철학자인 라다크리슈난(S. Radkrishnan)은 부처님의 생애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우파니샤드에서 초기불교까지의 길은 많은 사람들의 탐구에 의해 이루어진 공동의 종교적, 사상적 노력이 부처님 한 개인에 의해 완성된 가르침을 나타낸다. 우파니샤드는 시대의 환경과 자연의 신비에 대한 탐구의 성과로 볼 수 있지만 불교는 한 인간의 생애와 사상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이 사상과 생애의 통일성은 그 자체로서 초기불교의 성립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BC 6세기경의 인도에서 나타나서 정신적 초월성과 숭고한 영적(靈的)인 체험으로 충만한 고결한 일생을 보낸, 인류애의 화신으로 알려진 한 비범한 왕자가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상상력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불교의 출발은 삶에 관한 부처님 개인의 통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부처님은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의 삶에 관한 진실을 추구하는 한 개인으로서 당시 인도사회의 계급적 질서와 신화적 우주관과 결별하고 오직 자신이 택한 길을 엄격하게 걸어간 부처님의 개인의 삶에서 성취된 사상과 생애의 통일성은 바로 불교의 변치 않는 종교적 척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에는 인간의 자유와 평등, 삶과 죽음, 선과 악, 번뇌와 해탈과 같은 인간 통찰의 기본적 문제들이 심오하고도 정교하게 담겨 있어서 불교의 발생 이래 모든 시대에 걸쳐서 불교의 가르침이 전해진 지역의 민중들은 불교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지혜와 자비의 깨달음에 의해 영원한 생명의 세계를 자각할 수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 불교의 가르침은 불교가 전해진 각 지역의 문화와 제도에 의해서 다양한 형태로 병용되었지만 불교의 원점은 석가모니 부처님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불교의 개조(開祖)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전기적(傳記的)으로 특정짓는 중요한 일들은 탄생, 젊은 날의 번민,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단행한 출가와 6년간의 고행, 진리의 깨달음, 불교 수행자들의 공동체인 승가(僧伽)의 성립, 45년간의 설법, 노년과 죽음으로 조명해볼 수 있다. 그러나 부처님 석가모니의 정신적 개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인간으로서의 면모는 힌두교의 신화적 세계관과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의 차별이 있다는 왜곡된 윤리관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오직 자신이 선택할 길을 준엄하게 걸어간 성자의 모습이다.

 

싯다르타는 그 시대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와 자비의 규범을 보여주었으며, 2천 5백여 년의 긴 세월의 변화에도 그의 선택과 깨달음을 중심으로 삼는 불교라는 위대한 종교의 기틀을 세웠다. 이처럼 정신적 초월성과 숭고한 인류애로 가득 찬 부처님의 가르침은 당시 인도 사회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삶의 웅대한 지표로 세워졌으며 부처님의 비범한 개성과 생애에 깊은 감동을 받은 모든 시대의 불교인들에게 경이로운 종교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불교는 동양의 모든 지역에서 각 민족의 독특한 역사와 사회, 문화 풍토에서 육성되어 온 민간신앙을 업과 윤회, 번뇌와 해탈, 자비와 지혜, 죽음과 구원에 관한 불교의 고차적 이법(理法) 안에 수용함으로써 어떤 강제적인 조건을 부여하지 않고서도 세계 종교로서 확산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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