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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인도 문화의 특성

by 파장波長 2022. 4. 13.

일반적으로 한 사물의 특성이란? 다른 사물과의 비교해서 그 사물을 다른 사물로부터 구분해 주는 그 사물만이 갖는 성질을 가르킨다. 인도 문화의 경우에는 그 특성이란 우선 다른 나라, 다른 세계의 문화와 비교하여 인도만이 갖는 독특한 성격을 가리킨다.

 

 

1. 인도 문화의 다양성

인도는 4대 고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로 문화 다양성은 지리적, 환경적으로 언어, 인종, 그리고 종교와 사상의 다양성으로 특정지워진다.

 

인도 문화의 다양성은 먼저 지리적, 자연적 환경의 다양성에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인도 문화권은 인도뿐 아니라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어, 스리랑카를 포함한다. 북으로는 2,500 킬로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으로 아시아 대륙의 다른 지역과 분리되어 있으며, 남북으로 3,000 킬로에 뻩친 역삼각형의 인도 반도는 하나의 나라라고만 볼 수 없는, 아(亞)대륙으로서 험준한 산들과 광막한 평원, 사막, 고원을 포함하고 있으며, 기후도 아열대의 타로르는 열기와 히말라야 지대의 만년설, 세계 최다 강우량과 사막의 건조함, 힌두스탄 평원의 풍요로움과 데칸 고원의 척박함 등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성격이 공존하고 있는 광활한 지역이다.

 

인도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두번째 근거는 언어의 다양함이다. 백가지가 넘는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중 국가에서 공인한 주요 언어만 4개로서 전혀 다른 네 개의 속하는 어족(語族)으로 구분된다. 북부의 열개 주요 언어들은 인구어 족에 속하는 산스크리트 어(범어, 梵語)에 바탕한 것이고 남부의 네 개의 주요 언어는 드라비다 어족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 둘은 외국어처럼 매우 다르다. 그러므로 북부 인도와 남부 인도는 커다란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며, 이것이 인도 사상과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도 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또 다른 요소는 인도 대륙이 오랜 옛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주와 침입, 무역 등을 통해서 많은 민족이 만나고 교류해 온 무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영향으로 세계의 문화가 인도에서 만났고, 그 결과 인도에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회교,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의 추종자들이 있어 세계 종교 박물관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① B.C 3000년경,인더스 문명을 건설한 검은 피부색의 문다 족과 드라비다 족을 비롯하여 인도-아리안 족의 베다 문화.
② B.C 6세기말 다리우스 1세의 서북 인도 정복에 따른 페르시아 문화의 영향
③ 2세기 후 알렉산더 대왕의 서북 인도 침입 이후 희랍 미술의 영향(간다라 미술)
④ 남인도와 로마 제국과의 무역거래
⑤ 회교도의 박해를 피해 인도로 망명한 페르시아 조로아스터 교도(배화교도, 拜火敎徒)
⑥ 로마의 박해를 피해 남인도로 도피한 유대인
⑦ 실크로드를 통한 중국과의 무역(인도는 중국 비단 제조술 배워 로마에 비단 수출)
⑧ B.C 2세기 이후 인도에 침입한 중앙아시아의 페르티안, 스키티안, 쿠샨 족의 영향
⑨ 회교도의 침략과 무갈제국의 지배
⑩ 18세기 이후 푸르투칼, 프랑스, 영국의 침입과 150년간의 영국 신민통치

 

인도의 지리적, 언어적, 종족적, 정치적, 종교적 다양성에 또 하나 덧 붙이자면 사상의 다양성이다. 인도철학사에서 우리는 세계철학사에 나타났던 거의 모든 사상의 유파를 발견할 수 있다. 일원론(베단타), 다원론(정리, 승론학파), 이원론(수론학파)이 있고, 쾌락주의적 유물론(順世派, 순세파)과 고원한 정신주의가 공존하며, 숙명론(아지바카) 회의론(산자야), 도덕부정주의가 고행주의(자이나교)나 인간의 무한한 영적 변형의 가능성을 믿은 불교나 요가 사상과 공존하고 있다.

 

종교 사상 역시 매우 다양하다. 불교나 자이나교는 무신론적이지만 힌두교는 유신론적이고, 같은 힌두교 내에서도 일신교적인 종파가 있는가 하면 다신교적인 종파도 있다. 또 종교의 목표에 이르는 길이나 수행법도 추종자의 찬성이나 기질에 따라 다양한 길이 제시되었다. 예배나 신앙은 그런 길 중 하나에 불과하며, 그 밖에 지식의 길, 명상의 길, 봉사의 길 등이 있다.

세계에서 인도보다 더 다양한 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유화와 관용의 정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인도에는 다양한 종족과 언어, 철학체계와 종교들이 있어 왔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체로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 인도에선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처럼 사상 때문에 독배를 마셔야 했던 철학자가 없었고, 예수처럼 종교 때문에 십자가에 처형되어야 했던 성인이 없었으며, 종교로 인한 박해나 전쟁도 없었다. 광신적인 교도가 없는 인도에선 자신이 까르느 종교나 사상 외의 다른 종교나 사상을 이단으로 몰거나 배제하지 않았다.

 

인도의 철인들은 가장 깊은 차원에서 실재는 단일하며, 또 그것은 언설과 개념적 사고, 분별을 넘어서 있는 것이므로 어떠한 견해나 철학적 이론으로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사상과 교리나 견해들은 특정한 관점에서 본 부분적인 진리이며 전적으로 옳은 견해도 전적으로 틀린 견해도 없다. 특정 관점에서 본 나의 인식이나 견해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모두 틀렸다는 독단과 독선은 다툼과 불화와 편견으로 이끌며, 이런 태도야말로 해탈과 자유의 길에 방해가 되는 악(惡)이라고 보았다.

 

<리그 베다>에서 하나의 실재를 현자들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른다고 말한다. 이름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가리키는 실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 종교나 교리, 자기의 생각이나 견해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견해는 틀리다고 고집하며 다투는 사람을 불전이나 자이나 경전에선 일곱 명의 맹인과 코끼리의 우화로 풍자된다. 배를 만져 본 맹인은 코끼리는 벽과 같이 생긴 동물이라고 주장하고, 귀를 만져 본 맹인은 부채와 같은 동물이라는 등등 서로 자기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며 말다툼하나 사실은 이들 중 어느 누구의 말도 완전히 진실은 아니며, 반대로 어느 누구의 견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서로 모순되고 반대되는 사상도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상화보완적이며, 궁극적 실재의 한 측면을 가르키는 일면적, 부분적 진리일 수 있다. 외관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은 다야와나 그 근원과 바탕은 하나라는 사고가 인도의 관용과 유화의 정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양의 철학사에서 한 철학자의 사상이 다른 철학자에 의해 비판, 부정 되면서 직선적으로 발전해 왔다면 인도 사상은 여러 학파들이 동시에 공존해 왔다. 후대의 철학자는 전대의 철학자의 사상을 수용하여 재해석하고 새로운 사상을 첨가해 가면서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한 체계로 발전해 왔다. 인도 철학은 어떤 사상도 부정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그것을 부분적이거나 낮은 단계의 진리로서 수용하면서 더 커다랗고 더 깊은 진리 속에 통합해 나가는 식으로 발전해 간다.

 

불교의 역사 속에도 인도 문화의 이러한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소승(小乘)의 성묘(聲聞)과 연각승(緣覺乘)은 서로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살승, 나아가 일불승으로 회삼귀일(會三歸一)된다. 초기불교를 수용하여 그 위에 새로운 사상을 첨가한 것이 대승불교이며 다시 대승을 수용하여 그 바탕 위에 새로운 것을 추가한 것이 밀교(密敎)다. 각양각색의 불교 종파들은 불교를 분열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 사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러면서도 당양한 불교 사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러면서도 당양한 불교 속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일곤된 통일성이 있다. 이른바 ‘다양성 가운데 통일성’ 이다.

 

◆회삼귀일(會三歸一) : 셋을 모아 하나로 돌아감(會三歸一)이란 셋을 이용하여 하나 됨(用三爲一)또는 셋을 부수어 하나를 세움(破三立一)의 뜻을 나타내는 四字成語이다. 이는 법화경의 핵심사상으로써 부처님께서 방편적으로 설한 성문연각보살의 삼승(三乘)이 궁극적으로 一乘에 귀착된다는 가르침이다.


3. 인도 종교의 특성

인도인은 다른 어떤 민족보다 종교적이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라는 네 개의 종교가 인도에서 기원하였고 그중 불교는 인도를 넘어서 전 세계의 종교가 되었다. 인도인은 궁극적 실재, 지고의 가치와 힘을 분리되지 않은 전체로 보았고 그것을 아트만(我), 브라흐만(梵), 푸루샤, 혹은 불성, 진여, 법계 등으로 불렀다. 개별적이고 특수하고 부분적인 현상들은 이 궁극적 실재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일시적인 드러남(顯現, 현현)이다. 그리고 이 궁극자는 바로 인간의 본바탕과 다름이 아닌 하나다. 인도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 내면의 참 나, 혹은 불성을 회복함으로써 무상하고 분리되고 단편적인 현상에 속박되지 않는 영원한 자유(해탈, 열반)를 획득하는 것이다.

 

인도 종교의 공통된 특성은 인간의 일상적 삶을 業(카르마)에 기인하는 윤회와 속박과 고(苦)로 규정하고, 무명을 제거하고 속박과 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요가)를 제시하는점이다.

 

우파니샤드는 궁극적 실재를 적극적으로 아트만, 혹은 브라흐만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초기불교는 오온(색수상행식)을 아트만이 아니러고 표현했지만 그릇된 자기 동일화와 착각을 제거함으로써 속박과 고(苦)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적은 같다.

 

인도에도 초인간적인 신이나 불을 헌신적으로 숭앙함으로써 은혜의 힘으로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 있긴 하나, 여타 종교에 비해 인도 종교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점은 요가나 명상, 선정 수행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직접 궁극적 실재(진리)를 실현한다는 사상이다. 인간에게는 단지 감각하고 사고하는 일상적 인식 능력뿐만 아니라, 요가 수행을 통해 개발되는 특수한 직관력 혹은 무분별지(無分別智), 반야지(般若智)가 있다. 주관과 객관의 이원적 대립을 넘어선 초월적 의식 상태에서 무차별적이고 나눠지지 않는 통합을 체험하는 신비주의가 인도 종교의 중요한 특성이다.

 

그러나 인도의 종교는 신비주의와 정반대되는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종교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종교와 철학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인도의 종교는 철학적이고, 인도의 철학은 종교적이다. 기독교의 경우엔 종교는 유대 민족에서 기원되었고 기독교 철학(신학)은 희랍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인도의 경우엔 종교와 철학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없다. 인도의 종교들은 무지 특히 나에 대한 무지가 미혹과 속박의 원인이므로 무지를 제거하기 위해 이 세계와 인간의 실상을 즉시하고 그 본질을 통찰할 것을 가르친다. 그래서 인도에선 철학을 ‘통찰’(다르샤나), 혹은 ;실재인식’(타트와 갸나)이라고 부른다.

 

인도 종교의 또 다른 특징은 내관적이고 심리학적이라는 것이다. 요가 즉, 명상은 내면의 심리과정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마음의 기능과 작용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우파니샤드에선 인간의 의식을 ‘깨어 있는 상태’ ‘꿈꾸는 상태’ ‘꿈 없는 깊은 잠’ ‘초월적 의식상태’ 로 구분하였고, 인간의 자아를 다섯 가지 층으로 심층분석하였다. 샹캬 요가 학파나 불교의 유식학파에선 프로이트가 때어나기 천여 년 이전에 무의식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수행을 통해 무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했다. 초기불교 오온과 십이처 십이연기설이나 아비달마의 이론들도 인도의 종교와 철학의 심리학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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