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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붓다의 세계관 ② 사회 구조와 역사

by 파장波長 2022. 4. 29.

사회 구조와 역사, 사성계급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진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틀 림없는 사실이다. 인간 생존이 사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사회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 에 대해서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불교는 사회라는 주제를 더욱 무게 있게 다룬다. 인도 사회가 계급 구조를 지닌 사회였고 그러한 계급은 출생으로 결정되는 심각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다소간의 언급이 없을 수 없었다. 당시 인도 사회의 계급 구조에대한 부처님의 언급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안목을 제시한다. 그래서 먼저 인도의 사성계급이 성립하는 배경 대한 부처님의 언표(말씀)부터 살피고자 한다.

성겁 다음에는 추겁(住)이라는 우주론적 시대가 온다.❶ 그 기간도 20소겁이다. 이때의 우주는 별다른 변동이 없지만 중생의 상태에는 많은 변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우주론적인 과정 사이에 인간 사회도 성립하고 있으니 그것은 오직 중생의 주체적 활동에 입각해 설명된다.

중생들이 저절로 익는 쌀을 실컷 먹으면서 긴 세월을 오랫동안 머물자 그만큼 중생들의 몸에는 더 많은 딱딱함이 생기게 되었고 아름답고 추함의 구별도 생겨 났다. 그리고 여근이 나타나 여자가 되고 남근이 나타나 남자가 되었다. 여자는 남자를 지나치게 눈여겨 보게 되고 남자는 또 여자를 지나치게 눈여겨 보았다. 지나치게 서로를 눈여겨 보던 그들에게는 탐착이 일어났다. 그리고 몸에 열기가 생기게 되었다. 열기 때문에 그들은 음행의 행위를 저지르게 되었다. .... 그리 고 그 음행을 숨어서 하려고 집들을 짓게 되었다.(南傳 長部《太初經》)

이러한 음행의 행위는 서민 계급이 형성되는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여기까지의 인류 사회는 특별한 제도나 조직이 없이도 자연스런 군집 생활을 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것으로 부처님은 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군집 생활 속에서 먹는 것에 대한 이기주의적 욕심이 일어나면서 계급과 같은 사회 제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초기의 쌀은 자연히 자라고 베어 먹으면 곧 바로 다시 자라나 열매를 맺는 것이었다. 이것을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서로 많이 수확하여 저장함에 따라 언제부터인가 한 번 잘려진 쌀은 다시 자라지 않았다. 그러자 그 들은 “이제 우리들은 쌀을 분배하고 경계선을 만들어야겠다.”고 협의한다. 그런데 욕심 많은 어떤 중생이 자신의 몫은 지키고 주지 않은 다른 사람의 몫을 훔쳐다 먹었다. 그리고는 발각되었을 때 훔치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그러자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폭력이 저질러졌 다. 이것이 바로 사성계급이 성립하는 배경이다. 따라서 제도나 계급은 인간의 범죄적 속성에 바탕을 두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 부처님의 입장임 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 배경에서 먼저 왕족 계급이 성립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도둑질과 거짓말과 폭력이 만연하게 되자 중생들은 모여서 “이제 우리는 한 중생을 선출하여 다스리게 하자.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 알맞은 몫의 쌀을 주도록 하자.” 고 협의하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출되었다라고 하여 '마하삼마타' 라고 불렸고, 경작지를 지키는 자라고 하여 '크샤트리야(찰제리)' 라고 불렸다.” 사성계급 중에서 왕족 계급이 성립 하는 과정을 부처님은 이렇게 설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왕의 권위가 신으로부터 부여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선출에 의한 것임을 살필 수 있거니와 이것은 일종의 사회계약설의 형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처님은 사성계급 중에서 왕족 계급을 가장 높은 계급으로 인정하셨다. “종성을 기억하는 자들 가운데는 왕족이 가장 높다.”고 설하셨던 것이다. 그것은 당시 인도 사회에서의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고 있었음 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바라문 계급에 대한 부처님의 저항 의식을 다소 엿볼 수 있다. 바라문의 계급적 권위가 브라만 신으로부터 부여된 것 이므로 그것을 거부해서는 아니 된다' 는 인도 전통의 사회관에 대해 부처님 은 아예 바라문이 왕족보다 계급이 낮은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바라문 계급 중심의 사회구조를 수정하려고 하였음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계급의 성립에서도 왕족이 가장 먼저 성립한 것으로 설하신 것이다.

부처님은 왕족 계급이 먼저 성립한 뒤 바라문 계급이 성립하는 과정을 대채로 이렇게 설하셨다. 어떤 중생들은 도둑질과 폭력과 거짓말 등이 만연하자 "나에게는 이러한 선하지 못하고 악한 법들을 없애야 겠다.” 고 마음 먹고 그것들을 없애고 애썼다. 그들은 외진 곳에서 홀로 오두막집 을 짓고 그곳에서 명상에 들었고, 먹기 위해서는 걸식하였다. 그런 뒤 명상은 하지 않았지만 저자거리로 들어가서 학문을 연구하는 생활을 하였다. 이들이 바로 바라문 계급의 기원이었던 것이다. 즉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동기로 일종의 출가를 했지만 점점 세속 생활 속으로 들어온 뒤 학문 및 종교적 활동을 통하여 생계를 꾸려나가는 집단이 바라문 계 급의 근원이 된 것으로 보고 계신다. 이러한 초기의 바라문 계급에 대해 부처님은 “그때는 열등하다고 여겼던 것을 지금은 최승의 것으로 여긴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여기에서 당시 바라문 중심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부처님은 다음으로 서민 계급과 노예 계급의 성립을 설하셨다. 중생들 가운데 일부는 음행을 저지르면서 청정한 생활에서 멀어진 채 생업에 종사하였거니와 그들이 서민 집단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중생들 가운데, 나머지 중생들은 잔인하고 힘든 일만 하였거니와 그들이 노예의 근원이 되었다. 그런데 노예 집단은 자유가 없는 종이나 노비가 아니라 자유가 있는 자들로서 사회의 최하층에 위치하여 어렵고 힘든 일에 노동력을 제 공하며 살아가는 집단을 말한다. 이처럼 부처님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왕족, 바라문, 서민, 노예 집단이 차례로 성립하였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성계급은 현대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암시를 준다.❷ 왕족 계급은 정치 권력을 의미하고, 바라문 계급은 학문, 예술, 종교 등에 종사하는 집단에 대응할 수 있으며, 서민 계급은 경제력을 갖춘 집단으로 이해되며, 노예 계급은 주로 노동자 집단에 비유할 만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제 현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네 가지 세력으로서 이 세력 상호간의 조화와 대립으로 인류 사회의 역사는 점철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부처님의 몇 가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현대 사회도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정치 권력이다. 그리고 학문, 예술, 종교 등은 가치론적으로는 우월한 위상을 가지나 경제력에 예속되는 면이 분명 있다. 심지어 현실 속에서는 노동력보다도 무시될 수 있는 것이 이 분야가 아닌가 한다. 바라문 계급이란 “(직접적인 생산활동 또는 경제 활동에 종사하지 않았으므로) 그때는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다.” 라고 하는 부처님의 지적은 이 분야가 가지는 경제적 예속에 의한 한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성계급의 기원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에서 무엇보다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사성계급이 결코 외적인 어떤 힘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 라 중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의 결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서 인간관을 살피던 자리에서 “그 누구도 당시의 사성계급을 원천적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노예의 신분인 자는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이 평생을 노 예로 살 수밖에 없었다. 태어날 때 노예 계급으로 태어난 자는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이었다. 바라문 계급으로, 왕족 계급으로, 서민 계급으로 태어난 자는 그것으로 어쩔 수 없이 바라문으로 왕족으로 또는 서민으로 정해진 삶을 살아야 하는 것뿐이다.” 라고 파악하는 인도인들의 일반적인 사유경향을 보았다. 그리고 이에 반해 부처님은 인간의 모든 것은 스스로의 자유의지적 활동의 결과라고 단언하셨거니와, 그럴 수 있었던 배경 이 바로 사성계급이 지배하던 당시 인도 사회가 실제로 그러한 인간의 의지적 활동이 주체로서 작용하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보 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에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는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단순히 사회를 떠나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회 예속적 태도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회 구조를 형성해 가는 사회 생성의 주체적 태도에서라고 이해해야 한다.


Note :
❶ 우주가 탄생하면서부터 무너져 없어지는 동안을 사겁(四劫)으로 나눈 성주괴멸 (成住壞滅)의 원리, 성겁(成劫)우주가 처음 탄생하는 기간, 주겁(住劫)우주가 안주하는 기간, 괴겁(壞劫) 우주가 점차 파괴되어가는 기간, 공겁 (空劫)모든 것이 공 (空)으로 돌아가는 기간. 초기의 중생은 형색이 아름답고 빛을 내고 하늘을 날을 수도 있으며 수명도 장구하였다. 그러나 좋은 맛에 탐착하여 물질적인 음식을 취하게 됨에 따라 차츰 몸이 더러워지고 남녀의 구별이 나타난다. 경전을 보면 남녀의 구별이 나타나는 전후의 과정을 이렇게 설하고 있다.
❷ 사성계급은 인도 사회 특유의 신분제도로 사성(四姓)·계급·혈통·인종 등을 의미하며, 어원은 포르투갈어 카스타(혈액의 순수성 보존)에서 유래했다. 인도에서는 '색(色)'을 뜻하는 바르나(varna), 또는 ‘바르나슈라마 다르마’ 라고 부른다.  인도 카스트는 기원전 1300년 전후 인도을 정벌한 아리란인들 때문이라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벌에 성공한 아리아인은 지배자가 되고, 선주민(先主民)인 드라비다인들은 지배를 받는 하급계급으로 전락하면서 카스트의 근원이 되었다고 한다. 아리아인들은  브라만 문화를 완성하고 많은 변천을 거처 사제와 무사가 분화했고, 선주민 혈통은 육체노통이나 잡역에만 종사하게 되었다. 이것이 브라만(성직마), 크샤트리아(왕조, 무사), 바이샤(자영농, 농민, 평민), 피정복민으로 이루어진 수드라(육체노동, 노예)의 4가지의 신분계급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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