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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붓다의 세계관 ① 우주의 생성과 전개

by 파장波長 2022. 4. 29.

우주의 생성과 전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우주에 대해서 알고 싶어한다. 이 우주의 시간적인 생성과 전재 그리고 앞으로 있을 미래의 경과가 어떤지를 알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공간적인 규모와 구성 및 그 유한함과 무한함에 대해서도 알고자 한다. 이러한 관심은 종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대개의 종교는 이에 대해 답하고 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다른 종교처럼 우주에 관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우주론의 핵심이 되고 있는 최초의 우주창조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미 “우주의 시간적, 공간적 유한, 무한에 대해서는 무기(無記)하겠다.” 고 여러 차례 공언한 것을 보아도 이런 주제에 대한 붓다의 답을 찾기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창조’에 관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다. 창조하는 뜻이 무()로부터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할 때는 그러하다. 불교에서는 우주가 무()로부터 창조되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은 인도인들이 일반적으로 같고 있는 사유(思惟) 형태다. 즉 인도인들은 완전한 무()로부터 유()가 존재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는 오직 유에서 나온다.’ 는 것은 논리 법칙 중에서 일종의 동일률(同一律)을 충족하는 것이다. 또한 ‘유 는 무에서 나오지 않는다’ 는 것은 논리 법칙 중 모순율(矛盾律)을 충족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무에서 유가 나온다’ 는 것은 동일률과 모순율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인도인들은 근본적으로 합리적이고 불교는 더욱 더 합리적인 종교다. 따라서 논리적 법칙을 총족시키지 못하는 무로부터의 유의 창조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도의 유신론인 바라문교에서도 우주는 유(, sat)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규정된다. 이처럼 인도적 사유를 바탕에 두는 불교에서도 우주의 무로부터의 창조는 부정되고 있다.  

그리고 ‘태초’ 라는 시간 설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우주론적 시간에 있어서 절대적인 시간의 시작이라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일부의 불교 예를 들어 밀교에서는 본초(本初)라고 하여 우주의 최초를 의미하는 개념이 있으나 일반적인 불교의 입장은 그러한 절대적인 시초를 인정하지 않는다. 불교의 시초라는 말도 인도인들의 시간 관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시작 또는 시초를 뜻하는 가장 보편적인 인도 말인 ‘아디(adi)’인데 이 말은 ‘잡는다(취, )’ 는 어원적인 뜻이 있다. 시작을 왜 잡는다는 뜻으로 파악했을까? 사실 시간은 아무런 의식이 없다. 덧없이 무한히 흘러갈 뿐이다. 단지 우리 인간이 무한한 우주의 어는 한 점을 잡을 때 그때가 시작일 뿐임을 뜻한다. 이것은 시간이나 그 시간의 시작도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잡는가’ 에 따라서 결정되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불교에서 태초에서의 우주 창조와 같은 것을 살펴볼 수는 없다.

그러나 우주의 구조와 생성과 소멸에 관련된 가르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태초라는 절대적인 시작을 전제하지 않으며, 신에 의한 무로부터의 창조를 전제하지 않는 한 오히려 풍부하게 설해져 있는 불교의 우주론을 만날 수 있다. 초기불교 자료에 속하는 ⟪세기경 世起經⟫과 초기불교 자료에 대한 대표적인 논서인 ⟪구사론 俱舍論⟫ 등에 입각해 그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 우주가 시작될 때에는 중생들의 공업(共業)에 의해 허공에 의해 허공에 바람이 일기 시작하여 풍륜(風輪)이 발생한다. 여기서 이 우주는 절대적인 한 우주가 아니고 시간상의 여러 우주들 중의 한 우주다. 그리고 신이 아닌 중생의 업력이 우주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한 중생들의 공업에 의해 다시 풍륜 위에 구름이 일어나 수륜(水輪)이 발생하고, 공업에 의해 다시 수륜 위에 바람이 일어나 수면을 때리고 응결시켜 금륜(金輪)이 발생한다. 금륜 위에 수미산이 솟고, 이것을 중심으로 주위에 일곱 산이 발생하고 그 가장자리에 철위산(鐵圍山)이 둘러 앉는다. 이 산들 사이에 물이 고여 여덟 바다가 발생하는데 수미산 부근의 일곱산 사이에 생긴 바다를 내해(內海)라고 하고 그들과 철위산 사이에 나타난 바다를 외해(外海)라고 한다. 이 외해 속에 사대주(四大州)가 있어 수미산의 동서남북에 위치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수미산 남쪽의 섬부주(贍部州)다. 이 밑에 염마왕국(閻摩王國)이 있고 그 아래 다시 팔대지옥이 차례로 위치 한다. 그리고 해와 달, 별들은 수미산을 싸고 공중에서 돌아간다. 이것이 중생들이 몸담게 될 물질적 우주(기세계, 器世界)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최초의 풍륜에서 이러한 세계가 형성되는데 1소겁(小劫)의 시간 (1,590만 8년)이 걸린다고 한다.

세계가 생긴 다음 이곳에 중생이 발생하였는데 중새의 경계는 크게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❶로 나뉘어진다. 욕계는 애욕(愛慾)이 있는 경계로서 그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고통의 정도에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신의 육취(六趣)가 벌어지고 특히 천신은 다시 육천으로 세분된다. 색계는 선정을 닦아 애욕에서는 벗어났지만 형색에 대한 집착은 남아 있는 경계로서 십팔천으로 세분된다. 그리고 무색계는 형색에 대한 집착마저 사라진 경지로서 사처(四處)를 헤아림이 보통이다.

이러한 삼계의 중생들 중에 먼저 범천(梵天, 색계의 최하위)이 하생(下生, 위의 세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생하는 것)하고, 계속해서 욕계 육천에 해당하는 타화자재천,화락천,도솔천, 야마천이 하생하여 수미산 위의 허공에 머무른다. 그리고 도리천 그리고 도리천, 사천왕천이 하생하여 수미산 허리에 각각 머무른다. 그리고 인간이 발생하여 사대주에 축생은 바다에서 발생하여 육지와 공중에도 살며 아귀는 염마왕국에서 발생하여 떠돌아다니고 지옥 중생은 지옥에서 발생한다. 이 밖에 아수라가 있어 수미산을 본거지로 하여 도리천의 천신들과 항상 전쟁을 일으킨다. 이렇게 천신,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취의 여섯 갈래 중생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19소겁이 걸린다. 이처럼 물질적 우주와 그 속에 사는 중생이 편성되는 시기를 성겁()이 라고 부른다.

성겁 다음에는 주겁()이라는 우주론적 시대가 온다.❷ 그 기간도 20 소겁이다. 이때의 우주는 별다른 변동이 없지만 중생의 상태에는 많은 변동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팔만 세의 수명을 누리던 인간이 10세의 수명으로까지 단명하고 삼재(三災)마저 발생해 살아남는 자가 겨우 1만을 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러한 변동이 1소겁에 걸쳐 일어나게 된다. 그런 뒤 다시 중생이 선업을 행해 수명이 늘어나 팔만 세의 수명을 누리게 되나 또 다시 악업이 성행하여 10세의 중생이 되고 만다(제2소겁). 인간 수명의 이러한 증감이 19번 반복된 다음에 다시 10세에서 팔만 세 까지 증가한다(제20소겁).

그런 뒤 한 우주가 파괴되는 괴겁()이 시작되는데 여기에도 20소겁이 경과된다. 먼저 중생이 파괴되는데 그 순서는 지옥취부터 시작하여 최후에 천신이 파괴된다(19소겁이 소요됨). 그런 뒤 불과 물과 불의 세가지 재앙이 발생하여 풍륜으로부터 색계 제삼천에 이르는 세계를 모조 소멸시켜 버린다(제20소겁), 괴겁이 지나면 허공만이 존재하는 공겁 ()이 오는데 공겁의 시대도 20소겁 지속된다.

공겁 다음에는 다시 중생들의 공업에 의해 성주괴공의 겁이 반복하여 세계는 끝없이 생성, 소멸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20소겁을 1중()겁이라 하고 4중겁을 1대()겁이라 하므로 결국 한 우주는 1대겁을 시간 단위로 하여 생성, 소멸하는 셈이다.

그런데 시간상에서 하나의 우주가 다음 우주로 성주괴공하며 넘어가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 한 우주와 더불어 생성, 소멸하는 다른 우주가 공간적으로 무수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공간적으로 함께 존재하는 1천 세계를 합친 것을 1소천(小千) 세계라고 하고 이 1소천세계를 1천 배한 것을 1중천(中千) 세계라고 하며, 이것을 다시 1천 배한 것을 1대천세계 라고 한다. 이러한 소천, 중천, 대천세계를 삼천대천세계' ❸ 라고 하는데 이것을 한 부처님이 교화하는 세계라고 본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로 우주들은 무량하게 펼쳐져 있다고 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불교에서 보는 우주의 구조 및 생성과 전개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우주 전개의 동력인이 중생들의 공업(空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업을 다음에서 살펴보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불교의 우주관은 보다 뚜렷한 모습을 그리게 될 것이다.


Note : 
❶삼계(三界)는 사바세계(娑婆世界)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세계로, 이 안에서 육도윤회(六道輪廻)가 일어난다. 그러나 삼계(三界)라는 것도 깨치고 보면, 하나의 방편이며 의식의 울타리와 마음의 조작에 지나지 않는다. ①욕계(慾界)는 욕망과 집착으로 가득한 세계 ②색계(色界)는 욕계와 같은 탐욕은 없으나 미묘한 형체가 남아있는 세계 ③무색계(無色界)는 욕망도 형체도 없는 순수한 정신세계.
❷ 우주가 탄생하면서부터 무너져 없어지는 동안을 4기로 나눈 성주괴멸 (成住壞滅)의 원리로 ①성겁(成劫)은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20소겁이 소요된다. ②주겁(住劫)은 현 시대(오늘의 세상), 역시 20 소겁이 소요된다, ③괴겁(壞劫) ; 우주는 영원하지 않고 파괴 소멸된다. 역시 20 소겁이 소요된다. ④공겁(空劫) ; 허공만이 존재한다. 역시 20 소겁이 소요된다.
❸불교 우주론에서는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하여 해, 달, 사대주(四大洲), 육욕천(六欲天), 범천(梵天) 등을 합하여 한 세계(世界)라 말하고, 이것을 천 배한 것을 소천세계(小天世界), 소천세계를 천 배한 것을 중천세계(中天世界), 중천세계를 천 배한 것을 대천세계(大天世界)라고 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삼천대천세계나 시방미진세계는 단순히 그 수가 무수히 많고 무한대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기 보다는 연기적인 계층적 우주관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는 과학적 이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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