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붓다교리

붓다의 진리관 ④ 십이연기

by 파장波長 2022. 4. 30.

십이연기의 진리성 

 

우리는 이 항목에서 십이연기설을 중심으로 불교의 진리를 음미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미리 주의를 기울일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가르침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아난 존자는 “세존이시여, 연기란 깊은 것이며 깊은 곳에서 빛난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눈앞의 것처럼 보입니다.” 라고 하며 연기법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붓다께서는 “아난아, 그런 말 하지 말라. 연기는 깊은 것이고 깊은 곳에서 빛난다. 아난아, 사람들은 이 법을 깨닫지 못하고 꿰뚫지 못하기 때문에...... 윤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라고 설하셨습니다. 이처럼 연기의 법칙성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이루어야 함을 미리 주의해야 합니다.

앙리 마티스 춤, 1909

연기의 법칙 

우리는 보편 타당성과 검증 가능성이라는 진리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인과율과 인연의 법칙 그리고 상의상관성이라는 법칙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인과율과 인연의 법칙과 상의 상관성이라는 세 가지 법칙성이 통합되어 하나의 법칙성으로 붓다에 의해 발견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연기의 법칙이입니다. 우선 연기의 법칙은 전체적으로 인과율을 바탕에 둡니다. 그것은 연기의 법칙이 인간 존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리적 규명을 근본적인 목표로 하면서 무엇보다 인간의 자발적인 심신의 활동을 모든 사건 전개의 근본 원인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기의 법칙은 인연의 법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연(緣)'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연기는 그 어원적 해석에서도 '연(緣)하여 함께 일어남' 으로 옮겨지듯이 우선 ‘연한다'는 사건을 크게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실제 죽음이라는 사건의 경우 연의 종류를 단계별 11가지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기의 법칙은❶ 상의상관성을 연기와 가장 밀접한 법칙으로 삼고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불교학자들은 경전에서 상의상관성을 나타내 는 전형적인 교설을 찾을 때 아예 십이연기설 속에 나타나는 다음의 표현을 즐겨 사용한핮니다. 곧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잡하경 雜阿含, 제15권 》” 그리고 이것을 연기 또는 상의상관성의 기본 공식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연기라는 법칙 속에는 이전에 발견된 세 가지 법칙이 모두 통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의 법칙은 이전 법칙들의 단순한 합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요소로 하여 고도로 정밀하면서도 모든 것을 하는 최상의 법칙성을 표현한 것입니다.

12연기설의 의미

일체 재에는 인과율과 인연의 법칙 그리고 상의 상관성과 같은 법칙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법칙성은 개별적인 법과 불일불이(不一不異) 이 관계에 있습니다. 이처럼 법과 법칙성이 불일불이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체득한 지혜를 붓다께서는 '명(明)'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명이 있고 없음은 인간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무상한 존재 속에서 상주하는 법칙성을 발견한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의 존재 방식이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불교의 해답을 십이연기설이❷ 내려 주고 있습니다.

"명과 반대되는 개념을 무명(無明)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무명이 사람에게 있게 되면, 이것을 연하여 행(行)이 있게 되고, 행을 연하여 식(識)이 있게 되고,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게 되고, 명색을 연하여 육체(六處)가 있게 되고, 육체를 연하여 촉(觸)이 있게 되고, 촉을 연하여 수(受)가 있게 되고, 수를 연하여 애(愛)가 있게 되고, 애를 연하여 취(取)가 있게 되고, 취를 연하여 유(有)가 있게 되고, 유를 연하여 생(生)이 있 게되고, 생을 연하여 늙음과 죽음이 있게 된다. 그렇게 해사 커다란 하나의 괴로운 온(蘊)의 집기(集起, 발생)가 있게 된다."《잡아함경 , 제15권》 한 마디로 명이 없는 사람에게는 죽음의 괴로움이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이 있게 되는 과정을 열두 단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십이연기 요소와 의미

① '무명(無名)에 행(行)이 있다.' 로 12연기가 시작을 한다. 무명은 맑음이 없다는 말 그대로 의미처럼, 빛이 없이 어두운 마음의 상태가 보통 우리들 마음의 모습이다. 
② '무명(無名)으로 행(行)이 있다.' 의 행()은 의도(의지)를 뜻한다.
③ '행()을 조건으로 식()이 있다.' 에서 식()은 보통 불교에서 ‘마음’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보통 식이라는 마음은 주관/객관에 대상을 아는 것을 가르킨다. 
④ '식()으로 명색(名色)을 나타내고' 의 명색(名色)은 의식과 정신을 뜻하는 ‘명()’과 물질을 뜻하는 ‘색()’이 합쳐진 말이다.
⑤ '명색(名色)으로 부터 육입(六入)이 있다.' 는 ‘육입’은 여섯 가지 문(門)을 의미한다. 여섯 가지 문이 眼(눈), 耳(귀), 鼻(코), 舌(혀), 身(몸), 意(심장) 등이 해당한다. 그리고 마음이 여섯 가지 통로로 각각의 대상의 色(모양), 聲(소리), 香(향기), 味(맛), 觸(감촉), 法(의지) 등에 해당한다.
⑥ '육입(六入)으로 부터 촉(觸)이 나타난다.' 마음이 육입되는 여섯 가지 문을 통하여 대상을 만나는 접촉을 의미한다
⑦ '촉(觸)으로 부터 수(受)가 나타나고.' 수(受)는 느낌 의미를 의미하는데, 마음이 대상을 접촉하면서 그와 함께 나타나는 원초적인 느낌을 말한다.
⑧ '애(愛)가 나타나고' 의 ‘애(愛)’는 갈애를 의미한다. 갈애는 삶의 고통이 나타나는 중요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⑨ '애(愛)로 부터 취(取)가 나타나고’ 의 취(取)는 집착 또는 취착을 뜻한다.
⑩  ‘取(愛)로 부터 유(有)가 나타나고’ 의 ‘유(有)’는 존재 또는 삶의 업(業)을 의미한다.
⑪ ‘유(有)로 부터 생(生)이 나타나고’ 의 생(生)은 삶을 의미한다. 
⑫ ‘생(生)로 부터 노사(老死)가 있다.’ 의 ‘노사(老死)’는 늙음과 죽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무명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조금 자세히 부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명은 '존재의 자연스런 흐름에 대한 역전(逆轉)의 상태다. 이것을 연하여 행이 발생하는데 행은 그 역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결합 작용' 이다. 이것을 연하여 식이 발생하는데 식은 결합 작용이 일어 나기 전과 일어난 후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식별하는 것' 이다. 이것을 연하여 명색이 발생하는데 명색은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이 공존하는 상태다. 이것을 연하여 육처가 발생하는데 육처는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을 바탕으로 개체의 주관성이 확립되는 단계' 다. 이것을 연 하여 촉이 발생하는데 촉은 '이미 발생한 다양한 존재들의 부딪침' 이다. 이것을 연하여 수가 발생하는데 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을 통한 확인' 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이것을 연하여 애가 발생하는데 애는 '즐거운 느낌에 대한 갈애 (喝愛)'다. 이것을 연하여 취가 발생하는 데 취는 '갈애의 대상을 자기화하는 행위다. 이것을 연하여 유가 발생하 는데 유는 취(取)하여진 대상이 자기가 되어 버린 것'을 뜻한다. 이것을 연하여 생이 발생하는데 생은 '오온(五蘊)과 육근(六根)의 나타남' 이다. 이것을 연하여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죽음은 육근과 오온의 붕괴 인 것이다.

이상의 설명은 매우 간단하고 대단히 암시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연기법에 관련된 모든 가르침이 깨달음의 대상으로 남겨져 있으므로 우리도 이 정도의 암시를 배푸는데서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십이연기의 전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명(明)이 없는 사람에게는 죽음의 괴로움이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종교적 주제인 죽음의 구조와 과정과 실상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최종적인 해명이 바로 이 십이연기설의 한 의미인 것입니다.

연기법과 죽음의 극복 

십이연기설은 인간에게 죽음이 있게 되는 근본 원인을 인간 자신의 법칙성에 대한 무지에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죽음이 신의 노여움에 의한 것이라든가, 숙명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든가, 또는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보지 못하게 합니다. 이처럼 죽음의 근본 원인이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것은 생사의 근본적인 극복은 이른바 법칙성에 대한 인간의 무지인 무명의 멸진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붓다께서는 무명에서 생사의 발생 과정을 설한 뒤 반드시 무명의 멸진에서 생사의 근원적인 극복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곧 “무명이 멸하므로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므로 하나의 거대한 괴로움의 온(蘊)이 멸하게 된다.” 《잡아함경, 제12권》고 설하셨다. 앞에서 육계설 · 오온설 및 사제설에 입각하여 인간 개체의 성립과 죽음의 구조 및 그 극복의 가능성을 살필 때도 십이연기설에 궁극적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육계(六界)는 명(明)에 흡수되고, 오온(五蘊)과 사제(四諦)는 십이연기의 전개 과정과 소멸 과정에 들어가 는 것이기 때문이다.


Note :
❶연기(緣起)
아함경에는 정확히 십이연기 라는 말이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붓다는 연기를 설(說)하면서 십이연기에 관한 가르침을 주었다. 존재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12가지 요소들을 바탕으로 연기의 법칙을 설명했기 때문에 훗날에 십이연기라고 부르게 되었다. 연기란 ‘조건으로 나타난다.’ 의미로 우리의 삶과 모든 존재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변화하는가를 설명(보여)주는 원칙과 법칙에 해당하는 말이다. 

‘조건으로 발생한다.’는 연기의 의미는 원인으로 결과가 나타난다는 인과법칙을 의미하고 , 또한 그와 함께 서로 의지하여 함께 나타난다는 상호 의존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두 가지 의미를 종합(정리)해보면, 연기란 여러가지 것들이 함께 서로 의존하여 나타나 존재하고, 그것들이 함께 조건의 원인이 되어 여러가지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따라서 연기법은 ’닭이 알을 낳는다. 알에서 닭이 나온다.’는 말처럼 단순하게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를 설명하는 뜻이 절대 아니다.

삶과 존재의 변화는 수 많는 조건의 변수들이 함께 원인이되어 여러가지 결과를 함께 일으키는  굉장히 복잡한 모습이고, 연기법은 그런 복잡한 원인과 결과의 모습이며, 함께 일어나는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원리와 모습에 대해 붓다는 “이것이 있음에서 저것이 있고, 이것이 나타남에 저것이 이러난다. 이것이 있지 않음에서 저것이 없고, 이것의 소멸에서 저것이 사라진다.” 라는 짧은 경전에 함축된 표현으로 설명을 하고있다.

❷십이연기설 十二緣起說
일반적으로, 인생의 일반적인 생멸변화(生滅變化) 현상의 관계항목을 보여주는 12지(支 · 항목)의 연기로 설명된 철학적인 이론 또는 담론인 것처럼 보이기 쉬우나, 연기가 설명된 본래의 목적은 그러한 일반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원인이나 조건에 의해서 고뇌가 생기고 또 어떠한 인연조건(因緣條件)에 의해서 고뇌를 면할 수가 있는가 하는, 인생의 현실을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또 그 현실을 초극(超克)하는 방법과 길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