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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붓다의 진리관 ② 다르마(法)

by 파장波長 2022. 4. 30.

다르마(法)와 법칙성의 존재

 

법칙성의 존재 

보편 타당성과 검증 가능성을 지닌 '진리' 를 표현하는 가장 불교적인 술어가 있다면 그것은 법칙성(法性, dharma)❶이라는 말로 보인다. 불교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의 종교라고 규정하기도 하는데 보다 자세히 말하면 그때의 진리는 바로 법칙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칙 성이라는 술어를 자세히 살피면 진리에 대한 불교의 견해를 더 깊이 살 피는 것이 될 것이다.

불교에서는 일체의 존재들이 생멸변화하고 이합집산하여 항구불변의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게 끊임없이 변화 하고 있지만 그런 현상이 아무렇게나 멋대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 속에는 일정한 법칙성이 상주(常住)하여 그것에 의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과 세계 사이에는 인과(因果) 법칙이, 사물의 생멸 변화에는 인연화합(因緣和合)의 법칙이 그리고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❷의 법칙이 존재한다. 이처럼 무상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무상한 존재 속에 상주하는 이 법칙의 존재야말로 더욱 중요한 사실이다.

무상한 것들 속에 이렇게 일정한 법칙이 상주한다는 사실은 언뜻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일같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면 놀랍고 신비로운 일이다. 멸해버린 것과 새로 발생한 것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들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멸한 것과 생한 것은 다같이 똑같은 법칙성을 나타낸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해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상한 존재 속에 일정한 법칙이 상주하고 있어 각 존재에는 그런 법칙성이 머물고 있다’라고, 이것을 경전에서는 법주(法住)’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잡아함경 雜阿含經, 제12권》또 모든 존재는 법칙성을 요소(要素)로 해서 성립해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이 산소와 수소로 되어 있듯이 모든 존재는 법칙을 요소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경전에는 이 뜻이 법계(法界)' 라는 말로 표현되어 있다. 계(界)는 층이나 구성요소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칙성에 어떤 구체적으로 정해진 형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생멸변화하는 모든 형상을 초월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어떤 형상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일체 존재와 그 생멸변화에 일관하는 상주법성은 될 수가 없을 것이다. 부처님이 진리를 ‘일관된 것' 으로 파악하신 뜻의 일부가 여기에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그 법칙성을 일체 존재와 전혀 별개의 것으로 봐서도 안 된다. 전혀 다른 것이라면 일체 존재의 생멸변화에 그러한 법칙성은 나타날 수 없다. 따라서 법칙성과 각각의 존재들은 같다고도 할 수 없고 다르다고도 할 수 없는 불일불이(不一不異)의 미묘한 관계를 갖고 있 다고 보아야 한다.

 다르마의 존재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존재들에 일관되게 내재된 법칙성을 중심으로 살펴왔는데 이러한 법칙성을 지니고 있는 그 존재들을 다르마 즉 법 (法)이라고 부른다. 불교에서 법이란 말은 참으로 여러 가지로 쓰이지만 그 최초의 용법은 앞서 나오듯 필연적 반응의 속성을 드러내기 위해 제육경(第六境)을 법이라고 지칭하는 데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법이란 말의 가장 일반적인 용법은 일체의 존재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면 부처님은 어찌하여 일체의 존재를 그냥 존재라는 말로 부르지 않고 굳이 법이라는 술어로 부르게 된 것일까? 그것은 일체의 존재가 모두 빠짐없이 법칙성 을 지니고 있기에 그 특징에 입각하여 법이라고 부르셨던 것이다. 즉 일체의 존재들을 단순히 존재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법칙성을 지닌 존재 라고 부르려 하신 것이다. 

실제 법이란 말의 원어는 다르마(dharma)인데 이 말은 √dh (~을 지니다)라는 동사 어근에서 나온 명사다. 따라서 이 명사는 '~을 지니 는 것' 이라는 뜻을 갖게 된다. 그럴 때 도대체 무엇을 갖는다고 이해해야 할까? 여기서 우리는 모든 존재에 공통된 것이 법칙성이므로, 바로 법칙성을 지니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그 의미의 상응함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앞서 불교란 법칙성에 대한 깨달음의 종교라고 규정하면서 법칙성에 대한 이해를 추구했는데 법칙성은 이처럼 법에서 발견된다. 따라서 불교의 진리에 대한 접근은 자연히 법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게 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불교의 제법에 대한 이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법의 성격에 따라 횡적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발달해 왔다. 일찍이 사리불 존자는 제법을 열 가지로 분류하였다. 

① 다작법(多作法) 많이 실천해야 할 법
② 수행법(修行法)
③ 편지법(遍知法) 완전히 알아야 할 법 
④ 사단법(捨斷法) 제거해야 할 법
⑤ 퇴전법(退轉法) 선하고 바른 것에서 물러 나지 않게 하는 법), 
⑥ 증장법(增長法) 선하고 바른 것이 늘어나게 하는
⑦ 난해법(難解法) 꿰뚫기 어려운 법
⑧ 응기법(應起法) 마땅히 발 생시켜야 할 법), 
⑨ 증지법(增知法) 잘 알아야 할 법),
⑩ 응증법(應證法) 마땅히 증득해야 할 법, 그것이다.

이러한 사리불 존자의 제법 분류는 그 뒤 불교사에서도 계승되어 부파 불교 시대에 세력이 가장 강하였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❸ 에서는 제법을 75가지로 열거하면서 그들을 모두 다섯 가지 범주 속에다 재배열하고 있다. 이른바 5위75법(五位七十五法)이 그것인데, 여기서 5위를 보면, ①색법(色法) 물질세계, ② 심법(心法) 마음, ③ 심소유법(心所有法) 마음에 부속 된 법, ④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관계 또는 세력 등의 법, ⑤ 무위법(無爲法) 등이다. 

이 중 심소유법 안에는 다시 선한 법, 악한 법, 번뇌의 법과 같이 다섯 가지 하위의 분류가 행해져 있다. 유식학파(唯識學 派)에서는 이것을 수정보완하여 5위 100법의 제법 분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제법에 대한 이해는 '종' 적인 법문(法門)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을 부처님은 강조하신다. “법을 이야기할 때는 법문에 입각 해야만 한다.”⟪南傳 支部, 오법부五法部⟫는 말씀과 더불어 법을 살필 때는 법문을 전제하라고 여러 곳에서 요청하고 계신다. 법문은 다르마 파리야야(dharma-pariyaya)라는 원어의 번역어인데, 여기서 파리야야는 '원(圓)' 주기(週期)' 등을 뜻하는 말이다. 곧 법문은 법들이 모여 하나의 원을 이루고 그런 법문이 주기적으로 새로이 전개되어 나감을 암시하는 말인 것이다. 한마디로 법문은 여러 개별적인 법들이 집합된 하나의 전체다. 우리는 개별적인 것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지만 전체가 파악되기 전에는 그 개별적인것도 완전히 알았다고 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법들은 그들이 소속되어 있는 어떤 전체 속에서 비로소 정확한 이해가 가능해지는 그런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우리는 법문이 법을 지배한다는 말조차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부처님이 파악하여 설하신 법들에는 모두 여섯 단계의 법문이 존재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곧 ①십이처 · 십업설, ②육육법설(^ 六法說), ③오온·사제설, ④십이연기설 ⑤육바라밀설, ⑥일불승설(一佛乘說) 등이다. 부처님의 모든 법은 바로 이 여섯 법문들 속에서 각각의 고유한 의미를 드러낸다. 따라서 항상 이 법문이라는 것을 전제하여 일체의 법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 횡적인 분류의 특징까지 잘 참작한면 제법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보장될 것이다. 나아가 그럴 때 법 속에 내재된 법칙성을 통찰하게 되고, 이처럼 법칙성을 통찰할 때 바로 불교의 진리를 발견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진리란 일체의 존재들 속에서 그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 됨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일체의 존재란 '법(法)' 들이며 법은 법칙성을 요소로서 지닌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존재에서든 그 존재를 존재하게 하는 원리를 찾아낼 때 그것이 불교의 진리 곧 법칙성 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Note :
❶다르마(法, dharma)에는 ‘윤리적인 행위 규범’이란 뜻 말고도 ‘부처님의 말씀, 진리, 현상 등의 여러 가지 뜻이 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다음 세 가지다.  ①존재(存在) 사물의 진실한 모습, ② 이법(理法) 존재의 법칙, ③ 교법(敎法) 또는 경전(經典), 이법(理法)을 깨달은 부처님의 가르침. ‘법 (法)은 본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며,  모든 법은 모두가 인연으로 생겨나는 것. ⟪유마경 維摩經⟫
연기법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치가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이다. 모든 존재와 존재, 존재와 현상, 현상과 현상들이 서로 의존하여 생기는 것이지 독립해서 혼자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리는 법칙이다. 원이이 결과를 만들어내면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고 하는 식으로 연결되어 우주의 작은 티끌 하나라도 없어진다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차유고피유 차생고피생(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한다.
차무고피무 차멸고피멸(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잡아함경>

❸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줄여서 유부 (有部) 또는 일체유부 (一切有部)라고도 말함. 소승 (小乘)의 20부파 중의 하나. 근본 상좌부 (根本 上座部)가 경( 經)과 율 (律)을 중요시 하는데 반해, 설일체유부는 론 (論)을 중심으로 아 我는 공 空이나 법 (法), 즉 존재는 삼세를 통하여 실재한다는 아공법유 (我空法有)를 주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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