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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붓다의 진리관 ③ 인연의 법칙

by 파장波長 2022. 4. 30.

인과율, 인연의 법칙 그리고 상의상관성

 

인간과 세계 사이에는 인과법칙이, 사물의 생멸 변화에는 인연화합의 법칙이 그리고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상의 상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이처럼 무상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무상한 존재 속에 상주하는 이 법칙의 존재야말로 더욱 중요한 사실이다. 여기서 불교의 진리인 법칙성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인과율과 '인연의 법칙'과 '상의 상관성' 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인과율

먼저 불교에서 발견한 법칙성은 인과율이다.❶ 이 인과율은 십이처(十二 處)를 구성하는 주체적 인간[육근, 六根]과 객체적 대상[육경, 六境] 사이에 필연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십이처설에서는 주체적 인간을 의지라는 말로 규정하고 객체적 대상을 법이라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 인간은 능동적 작용을 일으키는 힘을 갖고 있으며 그런 작용이 가해 지면 대상은 그에 상응한 필연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물 사이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이런 관계가 성립하고 있다. 남이 내게 잘해 주면 나도 그에게 잘해 주지 않을 수 없고 남이 내게 나쁘게 대하면 나도 그에게 나쁘게 대해지는 것이 사람의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주체적 인간과 객체적 대상 사이에는 인과율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의지적 작용이 원인이 되어, 대상의 필연적 반응이 결과로서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불교는 단순히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육체 사이에도 인과율이 적용됨을 설하고, 아울러 우주 전개의 기원이 되는 제일원인으로서의 원인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우주의 성립 사이에서의 인과율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우주 및 역사 전개의 과정중에 요청되는 동력인으로서의 원인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우주와 역사의 전개 사이의 인과율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질과 물질 상호간의 인과율은 굳이 인과율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일체의 존재들에는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인간 존재의 내면이든 외면이든 인과율이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적용되므로 보편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인에 결과가 따른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자명한 것으로 수용하므로 이것은 타당성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인과율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경험세계 속에서 늘 관찰되는 것이므로 비록 우주의 근원으로서의 제일원인 등을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검증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인과율을 진리라고 부르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으니 이것이 불교가 발견한 첫번째 법칙서이다.

 

 인연의 법칙

이상의 인과율은 주로 역학적인 관계 속에서 정립된 법칙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일체의 존재들은 질적인 변화라는 것을 보인다. 이 변화에 적용되는 법칙성이 바로 인연의 법칙이다. 이를 자세히 살피기 위해서는 경전에 자주 나타나는 우유의 변화를 예로 드는 것이 편리하 다. 우유를 발효하면 치즈가 된다. 이때 치즈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우유에 발효조건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우유를 냉장고에 넣어 두면 치즈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발효조건은 연(緣)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학적 원인만으로는 치즈가 발생할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 발효조건은 있지만 우유가 없을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돌이나 물에 아무리 발효조건을 갖추어 줘도 치즈는 발생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치즈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발효조건 곧 동력인을 갖추는 것 외에 다시 또 하나의 조건 즉 우유라는 질료인이 절대 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질료인을 불교에서는 인(因)이라고 부른다. 

사물의 변화에는 이렇게 인과 연의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 두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을 인과 연의 화합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체 존재는 모두 변화한다. 그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조건이 화합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결코 변화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존재가 인연의 법칙에 의해 변화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 이것은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고 그 사실은 우리의 인식 속에 자명한 것으로 수용됨으로 타당성을 가진다. 아울러 그 사실을 우리는 경험세계 속에서 늘 관찰하는 것으로 검증 가능성을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두번째 법칙성인 인연의 법칙도 진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상의상관성 

인간이 밖으로 의지적 작용을 가하면 외계는 이상과 같이 역학적 또는 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뜻에서 인간 의지는 세계의 전개와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을 비롯한 중생 의지의 절대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좀더 깊이 관찰해 보면 이것이 지나친 생각임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세계 속의 인간은 세계에 영향을 끼치지만 동시에 세계로부터도 영향 받고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견지에서 불교는 다시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살핀다. 그래서 불교는 존재와 존재 사이에 상의상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과율 또는 인연의 법칙에 의해 어떤 결과가 발생하면 그 결과는 다시 그를 발생시킨 원인을 포함한 다른 모든 존재에 대해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단순한 결과로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원인이 되고 '연'이 되어 다른 존재에 관계한다는 말이다. 상의 상관성이란 이러한 관계를 나타내는 술어다.

인류의 철학적 사유에는 제일원인에 대한 탐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였는데 당시의 바라문교에서는❷ 그것을 브라만 신이라고 하였다. 브라만 신은 일체의 창조주이며 부모이며 자재자(自在者)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바라문교의 그러한 주장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모든 존재는 결과임과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는 상의 상관성의 측면을 간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을 떠나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절대적 자재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거대한 천체로부터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는 서로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된다고 봐야 하니 이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속성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우리의 인식 속에 자명하게 납득 되므로 타당성을 지닌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집을 짓고 문을  내는 경우 동쪽에다 낼 수도 있고 서쪽에다 낼 수도 있지만 문을 내고 나면 그쪽으로만 다녀야 하듯이 이것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 충분히 경험 되는 사실이므로 검증 가능성도 확보한 것이다. 따라서 세번째 법칙성인 상의 상관성도 진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우리는 인과율과 인연의 법칙 그리고 상의상관성이라는 법칙성을 살펴봤는데 어느 것이든 보편타당성과 검증 가능성이라는 진리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진리 추구에 있어서 일관된 태도임을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 이다.


Note :
❶인과율(因果律)는 일체의 사물은 원인이 있어 생기며, 또 원인은 필연적으로 결과를 낳는다는 법칙으로 그 응보는 피할 길이 없다. 이것을 쉬운 말로는 자업자득 (自業自得)이라고도 말한다.
❷ 바라문교(婆羅門敎)는 불교에 앞서 인도 바라문족을 중심으로 고대 인도의 경전인 베다의 신앙을 중심으로 발달한 종교로써 힌두교의 전신이다. 바라문교의 특징으로는 범아일여 (梵我一如) 사상과, 불평등 사상의 표본인 사성제도 (四姓制度)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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