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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교리

중국불교 종파 ② 화엄종(華嚴宗)

by 파장波長 2022. 5. 3.

화엄종은 당(唐)의 현수 법장(賢首 法藏, 643~712)에 의하여 개종 (開宗)되었으며,《화엄경》을 소의경전으로 합니다.《화엄경》에 대한 연구는 일찍이 동진(東晋)시대에 불타발타라가 화엄경을 번역한 이래로《십지론》을 중심으로 연구한 지론종(地論宗)에 의하여 이미 싹트고 있었습니다. 화엄종의 초조(初祖)는 두순(杜順, 557~640)으로, 그는 많은 이적(異蹟)➊을 보여 돈황보살(數煌菩薩)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2조는 지엄(智嚴, 602~668)이다. 그는 주로 운화사(雲華寺)에서 화엄경을 설했으므로 운화존자(雲華尊者)라고도 불리며 지상사(至相時)에도 머물렀으므로 지상대사(至相大師)라고도 합니다. 그는《화엄공목장(華嚴孔目章)》《화엄경수현기(華嚴經搜玄記)》등을 지어 화엄종 성립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문하에 수천의 제자가 있었으나 그중 의상(義湘)과 법장(法藏)이 가장 유명합니다. 의상은 귀국하여 신라에 화엄종을 일으켜 그 초조가 되었고, 법장은 중국에서 화엄종의 개창자가 되었습니다. 측천무후는 그의 화엄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아 ‘현수대사(賢首大師)’ 라는 호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역대 네 황제의 스승이었고,《탐현기(探玄記)》《오교장(五敎章)》 《화엄경 지귀(華嚴經旨歸)》등 무려 60여 부의 저술이 있습니다.

화엄해해도(華嚴海會圖)

화엄종의 사상은 천태사상과 더불어 중국불교사의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천태를 성구(性具)사상이라 한다면, 화엄은 성기(性起)사상입니다. 즉 '모든 존재는 여래의 성품이 발현한 것이라고 파악한다.' 이 뜻은《대방광불화엄경》이라는 경의 제목을 해석함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대방광불화엄경》이란 크고 반듯하고 넓은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를 보살의 만행이라는 갖가지 꽃으로 장엄하는 내용을 설한 경전입니다. 이때 부처님이란 삼신(三身)이 원융한 비로자나불로서 우주 모든 존재에 그 빛을 두루 밝게 비추는 분입니다. 동시에 모든 존재는 비로자나불의 현현 아님이 없으니 그것을 여래출현(如來出現) 또는 여래성연기(如來性緣起) 혹은 줄여서 성기(性起)라고 합니다.

《화엄경》의 내용은 여래의 불가사의한 해탈경계와 보현행원의 보살도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둘은 또한 둘이 아니니, 보살이 처음 발심했을 때 곧 바른 깨달음을 이루므로 십주·십행 등의 모든 보살도는 부처의 인행(因行)일 뿐 아니라 깨달은 후 부처의 삶(果行) 그 자체 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온갖 세계와 중생이 다 부처님의 발현이며 무량한 보살행으로 불세계가 구현되는 모습을 화엄종에서는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 또는 법계연기(法界緣起)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십현연기(十玄緣起)와 육상원융(六相圓融)으로 설명합니다. 

화엄종에서는 네 가지 법계를 말합니다. 현상의 차별성만 보는 것을 사법계(事法界), 개체와 개체 사이의 보편적 원리나 평등성을 보는 것을 이법계(理法界), 현상과 이치, 보편과 차별성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걸림없이 서로 의존하고 있는 것을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라고 합니다. 나아가 개체와 개체가 자재하게 서로 용납하고 받아들여 하나가 되어 원융무애한 무진연기를 이루니 현상계 자체가 곧 절대적 진리의 세계라고 하는 것이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이며, 이것이 곧 화엄의 법계연기(法界緣起)입니다.

십현연기는 법계연기의 모습을 열 가지 측면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1)십현연기의 총설에 해당하는 '동시구족상응문' 이다. 즉 모든 존재에는 ①가르침과 그 내용(敎義), ②이치와 현상[理事], ③대상과 인식[境智], ④지음과 계위[行位], ⑤원인과 결과[因果], ⑥의보와 정보[依正], ⑦본체와 작용[體用], ⑧사람과 법[人法], ⑨거스름과 따름[順], ⑩부름과 응함[感應]이라는 열 가지 대립된 개념 각각이 동시에 갖춰져 있으며, 아울러 이 열 가지 뜻을 모두 동시에 구족하고 상응하여 있다. 

(2)광협자재무애문은 존재들 사이에 넓고 좁거나 멀고 가까움이 있어도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것이다. 

(3)일다상용부동문은 하나와 전체가 서로 받아들여 서로 걸림이 없으면서도 각각 나름대로 개성을 잃지 않고 유지하고 있음을 말한다. 

(4)제법상측자재문은 존재와 존재가 마치 물과 물결처럼 서로 다르지 않아서 자재함이다. 

(5)은밀현료구성문은 숨은 것과 드러난 것이 각각 완전하게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금사자의 경우, 사자를 보면 금이 보이지 않고 금을 보면 사자는 보이지 않으나 금과 사자는 엄연히 함께 성립되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인 줄 알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줄 알아야 한다. 

(6) 미세상용안립문은 한량티끌 속에 각각 한량 없는 세계가 존재함을 말한다. 

(7)인다라망경 계문은 제석천 궁전의 보배망에 각 구슬마다 서로 다른 모든 구슬들이 비쳐 무한하게 서로 비추듯 법계의 모든 존재도 중중무진하게 연기하여, 있는 모습이다. 

(8)탁사현법생해문은 구체적인 사물에 의탁하여 연기의 이법이 드러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연기된 법이 그대로 법계법문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9)십세격법이성문이다. 십세(十世)란 과거, 미래, 현재의 삼세에 각각 삼세가 있어서 구세(九世)가 되며 다시 이 구세는 모두 한 생각에 거두어지고 또 한 생각을 열면 곧 구세가 펼쳐진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시간에는 체(體)가 없어 서로 상즉 상입하지만 또한 서로 섞이지 않고 전후 장단의 구별이 뚜렷하여 질서정연함을 말한다. 

(10) 주반원명구덕문은 어떤 한 사물도 스스로 혼자 생겨나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주(主)가 되고 반(伴)이 되어 모든 덕을 원만히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육상원융설입니다. 육상(六相)이란 총상(總相), 별상(別相), 동상(同相), 이상(異相), 성상(成相), 괴상(壞相)을 말합니다. 이 세쌍의 대립된 모습이 서로 원융무애한 관계에 있어서 하나가 다른 다섯을 포함하면서도 또한 여섯이 서로 다른 모습을 방해하지 않고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이 원만하게 융화됨으로써 법계연기가 성립한다는 설입니다. 위의 육상은 차례대로 보편성·특수성·유사성·다양성·통합성·차별성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며, 차례대로 둘씩 묶어 각각 체(體) ·상(相)·용(用)의 측면에서 본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총상(總相)·동상(同相)·성상(成相)은 모으고 이루는 측면에서 본 것이므로 원융문(圓融門)이고,  별상(別相)·이상(異相)·괴상(壞相)은 나누고 벌리는 측면에서 본 것으로 항포문(行布門)이라 합니다. 원융문은 평등문이고 항포문은 차별문 이지만, 이 둘은 서로를 떠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과 같은 화엄의 사사무애 무진법계를 그대로 비추어 보는 관법(灌法)을 통해 무애자재한 경지에서 노닐게 함이 화엄교의 수행법이며, 자신이 본래 부처임을 철저히 자각하여 본래 구족된 불성을 남김없이 드러 내는 것이 화엄의 보살행입니다. 다음은《화엄경》에 나타난 수행관과 중국 화엄종의 역대 조사들이 설한 화엄의 관법(權法)을 살펴보겠습니다. 

《화엄경》의 수행은 보살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보살은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위하여 마음을 내며(發),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널리 회향하기 위하여 서원하는 존재입니다. 보살도는 바로 발심하고 서원하는 보살의 삶의 과정이며 수행 과정입니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무수한 보살 가운데 이러한 실천과 원력을 대표하는 이가 바로 보현보살입니다. 보현은 이미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인행(因行)시에 세운 원을 따라 자신도 그와 같이하여 부처를 이루리라고 서원하며 실천해 가는 보살입니다. 즉 보현보살의 실천이 가능한 것은 바로 부처님께서 세우신 원력과 보현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닦은 행원력(行願力)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서원의 힘이야말로 스스로 부처가 되는 길이며 또한 남을 부처가 되게 하는 길 입니다. 

《화엄경》에서는 보살의 서원과 더불어 깨끗한 믿음을 강조합니다. 〈정행품(淨行品)〉에서는 몸과 입과 뜻의 행위를 청정히 하여 지혜롭게 될 때 비로소 깨끗한 믿음이 생겨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믿음은 여래의 발바닥(如來足下相輪)에 비유되듯이 보살 서원의 밑거름이 되며 나아가 모든 공덕의 어머니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보살도를 다시 십주(士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 등각(等覺), 묘각(妙覺)의 42계위로 설명합니다. 이 모든 설법은 여러 보살들이 부처님의 본원력(本願力)과 위신력(威神力) 그리고 그들이 이미 심은 선근력(善根力)을 입어서 설합니다. 이 법문들은 각각 여래의 발바닥에서부터 발가락 - 양무릎 - 두 눈썹 사이의 흰 터럭에서 나오는 광명을 통하여 설하니, 그것은 한 단계씩 위로 향해 나아가는 보살 계위의 전환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화엄의 보살도는 부처님의 입으로 설하는 것이 아니라 비로자나불은 침묵하고 보살들이 부처님의 힘을 입어 삼매 속에서 설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여래의 설법이 곧 보살의 설법이며, 모든 보살행은 곧 여래의 참모습의 현현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화엄종의 조사들은 이러한 법계연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 들어가는 방법으로써 여러 가지 관법을 제시했습니다. 그중 화엄종과 중당(中唐) 이후 중국불교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두순(杜順)의 법계관문(法界觀門) 과 법장의 망진환원관(妄盡還源觀)의 관법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두순의 관법을 소개합니다.

법계관문의 관법은 세 가지 문으로 요약됩니다. ①진공관(眞空觀), ②이사무애관(理事無碍觀), ③주변함용관(周遍含容觀) 입니다. 진공관은 다시 색을 모아 공으로 돌아가는 관[회색등공관 會色歸空觀], 공이 곧 색임을 밝히는 관[명공즉생관 明空卽色觀], 공과 색이 걸림없음을 관함[공색무액관 空色無碍觀] 그리고 없어지고 끊어져 의지함이 없음을 관함[민절무기관 强絶無奇觀]’의 네 문으로 구체화 됩니다. 여기서는 존재의 참으로 공한 모습을 관하여 마침내 존재와 공함마저 모두 사라짐을 사무치게 관하는 것입니다. 다음의 이사무애관은 앞의 공관에 바탕하여 이치[理]가 현상[事]에 두루하고 현상이 이치에 두루함을 보고, 다시 이치에 의지하여 현상이 성립하며 또한 현상이 능히 이치를 드러냄을 보며, 이치가 현상을 빼앗으며 또 현상이 능히 이치를 숨김을 보며, 참된 이치가 곧 현상이며 현상의 법이 곧 이치임 보며, 나아가 참된 이치는 현상이 아니며 현상의 법은 이치가 아니라는 이 열 가지 문으로 일체법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즉 이(理)와 사(事)가 서로 두루하여 서로 이루면서도 각각의 공능을 살리는 측면을 빠짐없이 관하는 법입니다. 마지막의 주변함용관은 앞의 두 관에 바탕하여 이와 사가 두루 받아들임이 걸림없으며 넓고 좁음이 걸림없이 널리 융섭됨을 관합니다. 이러한 두순의 삼중관법(三重觀法)은 화엄교학의 사사무애법계를 그대로 관하는 것이며 십현연기로 나타나는 법계연기를 관하는 법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것입니다.


Note :
❶이적(異蹟) : 다른 이(異), 자취 적(蹟)기이한 행적, 신의 힘으로 되는 불가사의(不可思議)일, 기적(奇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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