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붓다교리

중국불교 종파 ① 천태종(天台宗)

by 파장波長 2022. 5. 3.

중국불교의 여러 종파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천태종 · 화엄종 · 선종 · 정토종의 넷을 들 수 있습니다. 각 종의 중심사상과 수행관을 살펴봄으로써 중국적인 불교의 모습과 또 우리 나라 불교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천태종은 위로는 용수보살로부터 북제(北齊)의 혜문(慧文, 6세기 중엽)과 남악 혜사(南岳 慧思, 515~577)를 거쳐 천태 지의에 이르러 그 사상과 수행체계가 완비되었습니다. 혜문 선사는 오로지 《대지도론》을 중시했습니다. 그중 “세 가지 지혜를 한 마음 가운데 얻는다(三智一心中得).” 는 문구에서 일심삼관(一心三觀)의 요체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혜사는 출가 후《법화경》을 비롯한 많은 대승경전을 수천 번 독송하였으며, 《묘승정경》을 통해서 선관()을 접한 후로는 혜문을 비롯한 여러 선사 들을 찾아가 선법을 배웠습니다. 마침내 법화삼매를 증득하고 북조의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 말법(末法)의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법화원돈의 뜻과 네 가지 안락행(四安樂行)으로 대중을 교화했습니다. 23세 때(560년) 대소산(大蘇山)으로 찾아온 지의에게도 법화의 보현도량을 보이고 네 가지 안락행을 설해 주니, 지의는 법화경을 독송한지 2주일 후 <약왕보살본사품〉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와 같이 스승으로부터 법화원돈의 사상과 실천법을 배운 지의(地衣)는 그후 법화경의 주석서인《법화현의》상하 10권을 강설했습니다. 이어 만년에는 원돈지관(圓頓止觀)의 실천법문으로서 《마하지관》상하 10권을 설했습니다.이들 천태산대부(天台三大部)는 그의 제자인 장안 관정 (章安 灌頂, 561~632)에 의하여 모두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강술(講述)이나 저서를 통해서 집대성한 천태의 교학과 관문(觀門)은 이후 중국불교의 다른 종파형성에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식질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법화현의》에서 사용한 경전의 해석방법인 오중현의(五重玄義)는 기존의 경전 해석법보다 훨씬 체계적인 것으로 중국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원효 스님까지도 그 방법론을 받아들였습니다. 오중현의란 명(), 체(), 종(), 용(), 교()의 다섯 조목으로 경전에 담긴 사상과 실천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명'은 경전의 제목을 해석하는 것이요, '체'는 경전의 근본 바탕을 구명함이요, '종' 이란 경전이 지향하는 실천적인 방향을 드러냄이요, '용'은 경전의 효용을 밝힘이며, '교는 경전의 교상(敎相)을 가려 밝히는 것입니다. 지의는 법화경 뿐만 아니라 《유마경》《관음경》《아미타경 》등 다른 경전을 해석 할 때에도 모두 이 방법에 따르고 있습니다. .

천태의 중심사상으로는 제법실상(諸法實相), 원융삼제(圓融三淸), 일념삼천(一念三千)설을 들 수 있습니다. ‘제법실상' 이란 말은《법화경》방편품에서 “부처님께서 성취하신 바는 가장 희유하고 알기 어려운 법이니,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만이 모든 존재의 참모습을 다 궁구할 수 있다. [第一有難解之法, 唯佛與佛乃能究盡諸法實相].”고 한 부분에 말입니다. '존재의 참모습' 이란 연기되어 드러나는 모든 존재를 통하여 진리를 인식할 수 있으며 진리는 존재를 통하여서만 나타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뜻을《중론》관사제품의 게송에서는 “뭇 인연으로 생겨난 법을/ 나는 공()하다고 말하며/ 또한 거짓 이름붙여진 하고/ 또한 중도의 뜻이라 말한다[衆因緣生法/我說卽是空/亦爲是假名/亦是中道義).”고 했습니다. 즉 모든 존재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므로 공하며[空壽] 또한 아주 없는 것이 아니라 현상적으로 드러나 일시적 으로 존재한다[假詩]. 따라서 공함에도 치우치지 않고 일시적인 현상에 도 집착하지 않아서 존재의 진실된 모습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中壽], 이와 같이 하나의 존재에 공 · 가 · 중의 세 가지 진리가 원만하게 갖춰져 있음을 ‘원융삼제' 라 하고, 한 순간의 마음(一心) 가운데서 이 세 가지 진리를 원만하게 비추어 보는 것을 '일심삼관(一心三觀)'이라 말한다. 원융삼제란 '존재의 참모습' 에 대한 다른 표현이며, 일심삼관은 그것을 밝게 비추어 봄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러한 존재의 모습을 다시 풀어 말한 것이 '일념삼천설' 즉 한 생각에 삼천 세계가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천태는 먼저 모든 존재를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하늘의 여섯 범부의 세계와 성문, 연각, 보살, 부처의 네 성인의 세계로 분류합니다. 이 열 가지 법계는 각각 다시 열 가지 법계를 갖추고 있어서 100법계가 됩니다. 이들 각각에는 다시 다음과 같은 십여시(十如是)가 갖추어져 1000법계를 이룹니다. 십여시는 이와 같은 모습(如是相), 이와 같은 성품(如是性), 이와 같은 바탕(如是體), 이와 같은 힘(如是力), 이와 같은 작용(如是作], 이와 같은 원인(如是因], 이와 같은 조건(如是緣], 이와 같은 결과(如是果), 이와 같은 받음(如是報), 이와 같이 처음과 끝이 마침내 평등[如是本末究竟等]인데, 이것은《법화경》방편품에서 '존재의 참모습[諸法實相]을 풀어 말한 것에 해당합니다. 즉 십여시는 한 순간의 존재에 드러난 모습 · 성품 · 그것의 작용 · 이루어진 원인과보까지 일시에 다 갖추어져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이러한 존재의 참모습을 바르게 보는 것이야말로 바른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이 1,000여시에 다시 국토세간, 중생세간, 오음(五陰) 세간이 갖추어져 삼천세계가 됩니다. 일념에 삼천세계를 갖춤이란 존재의 성품(法性)이 본래 그러함이지 인위적으로 짓는다거나 저절로 갖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즉 어떤 존재는 모두 참된 상태에 있으며, 참된 상태가 모든 존재에 내재해 있음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지옥세계에서 헤매는 중생도 보리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으며, 부처님도 악한 세계의 중생을 교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천태의 수행관이다. 《마하지관》에 따르면 “천태 대사는 남악 혜사로부터 세 가지 지관(止觀)을 전해받았다.”고 합니다. 세 가지란 점차(漸次), 부정(不定), 원돈(圓頓)지관입니다. 이들은 모두 대승 법문으로 존재의 실상을 반연하므로 모두 지관 이라 이름합니다. ‘점차'는 얕은 데서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며, '부정'은 얕음과 깊음이 서로 갖춰져 일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점차지관에 대한 지의의 저술로는《석선바라밀차제선문》이 있고, 부정지관에 대해서는《육묘법문》이 있습니다. 원돈지관은 처음부터 바로 존재의 실상을 반연하여 대상을 만나면 곧바로 중도여서 모든 존재가 진실 아님이 없음을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한 것이 《마하지관》 상하 10권입니다. 《마하지관》에서는 원돈의 실천행으로 간략하게는 사종삼매(四種三昧)를, 자세하게는 십경십승관법(十境十乘法)을 설합니다. 

사종삼매란? 행하는 자세에 따라 상좌(常坐), 상행(常行), 반행반좌(半行半坐), 비행비좌(非行非坐)삼매로 나눈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좌선, 염불, 독경(讀經), 다라니 등에 의한 불교의 모든 수행법을 그 행하는 자세에 따라 사구(四句)로 분류하여 총망라한 것이기도 합니다. 상좌 삼매는《문수설》《문수문》두 반야경에서 일행삼매(一行三昧)라 한 것으로 좌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상행삼매는 반주삼매(般三味) 또는 불립삼매(佛立三昧)라고도 부르는데 다니면서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든지 32상을 염하여 걸음걸음마다 오직 아미타불을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이 자신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므로 불립삼매라 합니다. 

반행반좌삼매는《대방등다라니경》에 의거한 방등삼매와 법화경에 의거한 법화삼매를 말합니다. 방등참법은 도량을 청정히 하고 장엄한 후 걸어서 돌아다니며 다라니도 외우고 좌선으로 실상을 관하기도 하는 밀교적 색채가 짙은 행법입니다. 법화삼매는《법화경》<안락행> 품에 따르는 무상(無相)의 사안락행과 <보현보살권발품>에 의거한 참법인 유상(有相)의 안락행을 통틀어 이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몸과 도량을 청정히 함으로부터 예불, 육근참회(六根懺悔), 독경, 좌선을 통한 실상관(實相觀)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행비좌삼매란 그 본 뜻은 역행역좌(亦行亦坐)의 삼매입니다. 즉 형식적으로는 앞의 셋에 속하지 않는 그 밖의 모든 불교수행법을 말하며, 실질적으로는 앞의 셋을 모두 포함하여 매 순간 어떠한 위의(威儀)에서도 늘 삼매에 드는 생활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것을 《대품반야경》에서는 각의삼매(覺意三昧)라 하고, 남악 혜사는 수자의삼매(隨自意三昧)라 이름했습니다. 

이 사종삼매는 사실상 남악 혜사 선사가 일생 동안 그대로 행하였으며 입적할 때 대중들에게 부촉한 행법으로서 천태 지의가 원돈지관을 구성할 때 요체로써 채택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이 총망라되어 있으면서도 행하는 이의 근기나 상황에 알맞게 행할 수 있도록 방편을 설한 것이라는 데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법화삼매참법은 우리 나라의 많은 역대 법화행자에 의하여 행해져 왔으며 고려 원묘 요세 스님의 백련결사에 이르러서 그 꽃을 피웠습니다.

다음은 십경십승관법이다. 십경(十境)이란? ①음입계경(陰入界境), ②번뇌경(煩惱境), ③병환경(病患境), ④업상경(業相境), 마사경(魔事境), ⑥선정경(禪定境), ⑦제견경(諸見境), ⑧증상만경(增上慢境), ⑨이승경(二乘境), ⑩보살경(監誌境)의 열 가지 관찰 대상입니다. 이것은 바로 지금 나의 존재인 음입계의 경계로 시작하여 지관수행을 할 때 일어나는 온갖 장애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번뇌나 병환과 같은 나쁜 경계로부터 이승이나 보살과 같은 성인의 경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 대상을 각각 다시 열 가지 방법(十乘)으로 관찰합니다. 즉 ①관부사의경(觀不思議境), ②기자비심(起落悲心), ③교안지관(巧安止觀), ④파법편(破法遍), ⑤식통새(識通塞), ⑥수도품(修道品), ⑦대치조개(對治助開), ⑧지차위(知次位), ⑨능안인(能安忍), ⑩무법애(無法愛)가 그것입니다. 이 십승의 법문은 대경이 곧 불가사의한 경계임을 바르게 관()하여 다른 이들에게 자비심을 일으키고, 교묘한 방편으로 지관에 머무르며 나아가 법을 두루 타파하여 그 가운데서 막히고 통함을 알며, 조도품을 닦아 장애를 대치하며 도의 길을 열며 안팎의 명예나 치욕도 편안히 참으며 법에 대한 애착을 일으키지 않는 원만한 수행자의 모습을 차례대로 제시한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위의 열 가지 경계에 대하여 각각 십승의 법으로써 관찰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자신에게 현전하는 오음의 현실 즉 일념(一念)이 곧 삼천세계의 불가사의한 모습임을 간파한다면 바로 원돈의 지관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그렇지 않을 경우 마주하게 되는 현상을 열거하여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자비의 방편시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