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리불과 대목건련이 와서 배우는 품(舍利弗大目健連來學品)
부처님은 라자그리하의 죽원정사(竹園精舍)에서 큰 비구승 천 사람과 함께 계셨는데 모두가 아라한이 된 우루빌바〔鬱俾羅〕 등이었다.
거기에 나라타〔那羅陀〕라는 분이 있었는데 본디 범지로 있을 적의 이름은 사연(沙然)이었다.신선의 행을 힘써 닦으면서 와서 배우는 이들을 맞아들였으므로 신선을 좋아하는 제자가 무릇 이백 오십 인이나 있었는데, 문도들 가운데에 뛰어난 제자로서 우바체(優波替)라는 사람과 구율타(拘律陀)라는 두 사람이 있어서 재주가 밝고 깊숙하고 멀어서 정밀히 궁구하여 미묘한 데까지 통달하였다.
사연은 병이 들어서 스스로 장차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두 어진 이에게 말하였다.
“여기의 새로 배우는 이들은 뜻을 도의 행에 두고 있으니, 너희 두 사람에게 맡긴다. 반드시 뜻을 온전히 하라.”
두 사람은 공경히 응락하고 분부를 받아 받들어 행하였다.
佛在羅閱祇竹園精舍,與大比丘僧千人俱,皆得應眞,鬱俾羅等。彼有一卿,名曰那羅陁。故有梵志,字曰沙然。精修仙行,延納來學,好仙弟子,凡有二百五十人。門徒之中,有二人高足難齊:一名優波替,次曰拘律陁,才明深遠,硏精通微。妙然得病。自知將終。告於二賢:“此諸新學,志存道行,累卿二人,必令全志。”二人敬諾,受教奉行。
이때 세존은 비구 알폐(頞陛)에게 명하셨다.
“너는 가서 널리 교화하되, 가서 반드시 제도할 만한 이로서 그 지혜가 밝고 깊숙하여 자연히 여래가 아니고서는 함께 논의할 수 없으면, 서로 만나더라도 바로 법의 근본만을 말하고 말을 서로 주고 받고 하지 말라. 웃음거리만 되리라.” 하시므로, 알폐는 명을 받고 의복을 정돈하고 바루를 가지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나갔다.
是時世尊,勅比丘頞陛:“汝行宣化,往必有度。所可見者,其智明遠,自捨如來,無能與論。若與相見,直說法本,勿與酬酢,以致其嗤。”頞陛受勅,整服持鉢,禮佛而行。
이때에 우바체는 제자들을 데리고 서로 유람하다가, 멀리서 알폐의 위의가 차분하며 말쑥함을 보고 일찍이 듣거나 본 일이 없었는지라,
'어떤 법의 형상일까. 입은 옷이 속인과 다르다. 가서 물어야겠구나' 하고, 두 사람은 다 같이 앞으로 오다가 길 중간에서 서로 만났으므로 곧 알폐에게 물었다.
“옷이 보통 것과는 반대인데 어디서 오셨소. 아니 스승에게서 들어 볼 만한 것이 있었습니까.”
時優波替,從諸弟子相隨遊觀,遙見頞陛,威儀庠雅,未曾聞睹,何所法像?被服改俗,須至當問。二人俱前,相逢中路,便問頞陛:“章服反常,何所從出?豈有師宗可得聞乎?”
이때에 알폐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於時頞陛,以頌答曰:
我年旣幼稚 나의 나이는 너무 어리고
學日又初淺 배웠던 날이 또 아주 적은데
豈能宣至眞 어찌 지극히 참되신
如來廣大義 여래의 넓고 큰 이치를 말할 수가 있으리까.
一切諸法本 일체의 모든 법의 근본은
因緣空無主 인연이며 '공' 이며 임자가 없나니
息心達本源 마음을 쉬고 근원을 통달했기에
故號爲沙門 그러므로 이름을 사문이라 합니다.
우바체는 곧 법의 이치를 듣고서 이윽고 지극한 이치를 생각하다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을 좋아하여 여덟 살에 스승을 따랐고 나이 열여섯에 이르기까지 옛 신선의 도술과 글을 통달하지 아니함이 없으므로 열여섯의 큰 나라에서 두루 알 것이라고 여겼는데, 일찍이 이런 참되고 요긴한 이치를 들은 일이 없다. 이제 우연히 유람하다가 이런 보배 갈무리를 만났다. 이 말의 미묘함이야 말로 단 이슬보다도 맛이 있구나' 라고 하고, 마음이 깨이고 뜻이 풀리어 곧 법의 눈을 얻고 정사에 돌아가서도 기쁘기 한량 없었다.
구율타가 그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단 이슬을 얻었는가 하고 의심하면서 우바체에게 물었다.
“단 이슬을 얻었습니까. 본래의 약속을 어기지 말고 은혜를 조금이라도 베풀어 주시오.” 라고 하자, 우바체는 자세히 구율타를 향하여 들었던 게송을 말하였으나, 한 번 듣고 이해하지 못하므로 두 번 설명하자 비로소 환히 알고 곧 생각을 반복하다가 역시 법의 눈을 얻고서 두 사람은 의논하였다.
“본래 단 이슬을 원하였더니 이제야 먹고 맛볼 수 있게 되었소. 차라리 함께 큰 사문의 처소에 가서 그의 못과 바다에 나아가 맑고 빛난 데서 목욕합시다.” 하고, 의견이 합하여 마음이 같으므로 꾸리어 차리고 출발하려 하면서 구율타는 생각하기를, ‘우리 스승이 돌아가시려 할 적에 제자들을 부탁하면서 나에게 돕도록 하셨는데 이제 버려버리면 이치에 마땅하지가 않다' 하고 곧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큰 사문이야말로 단 이슬을 지닌 신선이며 변화하고 허물어지는 세속의 그물을 찢어버리고 마음을 쉬어서 행이 고요하시므로, 나는 묻고 청하여 미묘함을 궁구하고 진리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너희들은 장차 어디로 가겠느냐.”
이 문도들이 대답하였다.
“이제 보고 듣게 되는 것이 바로 큰 스승의 은혜이온데, 대인(大人)께서 우러르신다면 명을 받들어 뛸 듯 즐기면서 단 이슬을 탐내고 부러워하오리니, 원컨대 가시는 데를 따라가게 하소서.” 하므로, 스승과 제자들은 뜻이 합하여 곧 살던 데서 출발하여 죽원정 사로 나아갔다.
때에 세존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두 어진 이가 본래 서원한 행으로 말미암아 여러 제자들을 데리고 사문이 되려고 하는데, 그 공을 권하여 이룬 이는 알폐의 힘이로다.”
비구들은 분부를 받고 그 대중들을 맞아들이려고 바라고 있었다.
우바체와 구율타 등은 멀리서 여래의 상호가 빛남을 보고 정신이 움직이고 감정이 몹시 울리는지라 스스로 생각하다가 감탄하였다.
“나야말로 다행이었구나. 깨끗한 가르침을 받들게 되었으니 그 영광은 말하기조차 어렵도다.” 하고, 맞아들이는 대로 자리 앞에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예배를 마치자 거듭 기뻐하기를 한량 없이 하고 잠깐 만에 나와서 사정을 자세히 말하였다.
“체(替)등은 죄의 폐단으로 흐름을 따라 못에 들어갔었다가 비로소 오늘에야 속된 것을 돌이켜서 극원에 이르렀나이다. 원컨대 맞아들여서 스님네의 차례를 채울 수 있게 하소서.”
하자 곧 허가하시니, 머리칼이 저절로 끊어져서 모두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사람은 옛날의 부처님에게 나의 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리 다가 좌우에서 모시며 돕겠다고 서원하였었느니라.”
부처님은 우바체에게 말씀하시기를, “세상에서의 높은 이름은 꽃이 피기만 하고 열매는 맺지 않는 것이니, 너의 본 이름을 회복하여 사리불이라 하고, 구율타는 도로 대목건련이라고 하여라.”
하시며, 근본을 인연하여 법을 말씀하시니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은 시자에게 명하셨다. “천 명의 비구들에게 날이 저물면 계율을 제정할 터이니 다른 데 가지 말라고 일러라.” 고 하셨는데, 그 밤에 수를 세었더니 천 이백 오십 인이나 되었다.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여 마치시니, 비구들은 모두 기뻐하며 숙연하여져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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