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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담소

화를 안고 살아간다 ∴

by 파장波長 2022. 6. 17.

화는 기쁨, 슬픔, 즐거움, 두려움 등과 같은 일상적인 감정들 중 우리의 마음속에 가장 많이 출몰합니다. 그 원인에는 타인과의 부딪힘이나 욕 구에 대한 불만족, 과다한 경쟁, 잦은 스트레스 등을 먼저 꼽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먹는 것' 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닌 하나라고 했습니다. 몸이 곧 마음이고, 마음이 곧 몸입니다. 그러므로 몸의 병이 마 음의 병이 될 수 있고, 마음의 병 또한 몸의 병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화를 내거나 절망할 때, 혹은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할 때 우리의 몸은 먹는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분노와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먼저 식사와 소비의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식사는 문명의 한 단면입니다. 우리가 음식물을 재배하는 방식,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 그리고 그것을 먹는 방식이 문명과 깊은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고통을 몰아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가 화를 일으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음식에 화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을 때 그 고기에는 화가 들어 있습니다. 계란이나 닭고기에도 엄청난 양의 화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화를 먹는 셈이 며, 따라서 그것을 먹고 난 다음에는 그 화를 표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음식을 잘 살펴서 먹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닭이 최신 시설을 갖춘 대규모 농장에서 사육됩니다. 닭이 걸을 수도 없고 뛸 수도 없고 흙 속에서 먹이를 찾아 먹지도 못하고, 순전히 사람이 주는 모이만을 먹고 자랍니다. 늘 비좁은 우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늘 서 있어야 합니다. 걷거나 뛸 자유가 없는 상태를 상상해보십이오. 밤낮없이 한곳에서 꼼 짝도 못하고 지내야 하는 상태를 상상해보십시오. 틀림없이 미쳐버릴 것 입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사는 닭들도 당연히 미쳐버린다.

닭이 알을 더 많이 낳게 하기 위해서 농부는 인공적으로 밤과 낮을 만들어냅니다. 조명등을 이용해서 낮과 밤을 짧게 만들면 닭은 그새 24시간이 지난 것으로 믿고 또다시 알을 낳습니다. 그런 악순환을 반복 하는 사이 닭은 결국 엄청난 화와 좌절과 고통을 안게 됩니다. 닭은 그 화와 좌절과 고통을 다른 닭을 공격함으로써 표현합니다. 닭들은 부리로 서로를 쪼아댑니다. 그래서 피를 흘리며 죽는 닭이 무수히 많습니다. 극심한 좌절에 빠진 닭이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농부는 닭의 부리를 잘라버립니다. 그 같은 닭이 낳은 계란을 먹을 때 우리는 그 화와 좌절을 먹는 셈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화를 먹으면 우리가 분노하게 되고 그 화를 표현하게 됩니다.

우리는 행복한 닭이 낳은 행복한 계란을 먹어야 합니다. 우리는 화가 난 암소에게서 짠 우유를 마셔서는 안 됩다. 순리대로 자란 암소에게서 짠 유기 우유를 마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농부들이 가축을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기르는 데 도움을 주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또 유기적으로 길러진 채소를 사 먹어야 합니다. 값이 더 비 싸지만, 적게 먹으면 됩니다. 우리는 적게 먹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서 화를 먹을 뿐만이 아니라 눈과 귀와 의식 을 통해서도 화를 우리 몸에 받아들입니다. 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행태 도 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화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잡지에서 읽은 것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 또한 독성을 품고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것들도 화와 좌절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비프스테이크와도 같습니다. 거기에 화가 함유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먹으면 우리는 곧 화와 좌절을 먹는 셈이 됩니다. 신문기사나 타인들과 의 대화 같은 데도 많은 화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더러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집니다. 한 시간쯤 얘기를 하다 보면, 상대방의 말이 품고 있는 엄청난 양의 독성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엄청난 양의 화가 우리 몸에 흡수되고, 나중에 우리가 그것을 표현하게 됩니다. 우리가 모든 형태의 소비를 자각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방송에서 뉴스를 들을 때, 신문 기사를 읽을 때, 어떤 문제를 놓고 타인들과 대화를 할 때, 우리는 마치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음식이나 먹는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는지 늘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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