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정의 및 개념의 역사는 종교 이해의 여러 역사적 과정을 잘 드러내 준다. 그러나 서구에서의 종교학은 19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오늘날 유용한 많은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학문의 중심이었던 철학에서 분화한 수많은 학문들과,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언어학, 자연과학, 문화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종교에 대해 탐구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교학이나 신학 등 종교 내부의 학문적 전통들도 강력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역시 포괄적 종교 이해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는 학문은 종교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종교학은 19세기 막스 뭘러(Max Müller)가 종교과학The science of religion 이라는 명칭을 붙인 이래 현대에서의 비교종교학 Comparative Study of Religion 이나 종교현상학 Phenominology of Religion, 종교사 History of Religion 등 다양한 접근 방식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종교 이해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이 종교학사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는 약하기로 하고 여러 학문에서 종교 이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종교의 다양한 측면(차원)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이 측면들을 종교경험, 신화와 교리 및 제의, 사회(조직)과 윤리적 차원 등으로 묶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종교경험
인간은 살면서 겪는 경험은 다양하다. 인간 경험의 층위(層位)는 감각(Sense), 지각(perception), 느낌(feeling), 인식(recognigion), 표현(Expression), 소통(Communication), 변환(Transformation) 등으로 다채로우며, 일상적 경험과 비일상적 경험도 존재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일반적으로 내가(주체) 외적 대상(객체)을 만나서 그것을 나의 삶 속에 받아들이고, 그것에 의해 나의 삶 자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의 다양한 경험 중에서 도대체 무엇을 일컬어 종교 경험이라 하는지를 살펴보자. 종교경험의 한 양상을 잘 드러내 주는 것으로는 누미노제(Numinose)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독일 철학자 루돌프 오토(Rudolph Otto)가 개념화한 것인데, 정령(spirit)을 뜻하는 누멘(numen)이란 라틴어에서 만들어 냈다. 누멘는 인간의 등뒤에 숨어서 전율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오토에 의하면 누미누제 체험은 공포심과 경외감을 유발시키고 황홀하게 해주며,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잡아끄는 신비스러운 것에 대한 경험이라고 한다. 오토는 이러한 체험이 모든 종교의 핵심에 있다고 보았다. 오토는 이를 성스러움(The Holy)의 의미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 실체와의 만남, 나와 절대 타자(Wholly Other)의 만남, 유일한 피조물인 인간과 무한한 창조주인 신과의 만남이라는 이론적 설명으로 귀착되었다. 이것은 절대의존의 감정으로서 격렬성과 열정성, 역동성을 특징으로 하며, 그 감동의 표현은 바로 예배로 드러난다. 이러한 종교 체험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모세, 욥, 예수, 바울, 모하메드, 루터 등 서구 기독교와 이슬람의 예언자(선지자)나 창시자 및 그 중창자들이 있다. 따라서 종교학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종교 체험을 ‘예루살렘형’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관조나 명상의 과정에서 하게 되는 신비스러운(mystic) 종교 체험이 있다. 이는 궁극적 실체와의 합일을 추구하며, 인도의 요가수행법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 의하면 수행의 높은 단계에서는 주체와 객체 사이의 구분이 없어지고, 모든 감정은 소멸하며, 깊은 정적과 초탈의 상태로 침참한다. 이러한 체험은 확실히 누미노제의 역동적이고 파괴적인 경험과는 매우 다르다. 힌두교의 범아일여나 불교의 해탈 및 선에서의 깨달음 등이 이의 전형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학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경험이 인도적 사유와 수행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베나레스형’ 이라고 부른다.
예루살렘형과 베나레스형은 분석적인 범주일 뿐 실제 인간들의 종교 체험은 훨씬 복합적이다. 더구나 각 체험형을 대표한다고 하는 기독교나 불교 네에도 전혀 다른 체험도 존재한다. 기독교의 경우 중세 기독교 수도사들의 종교 체험 중에는 지극히 베나레스적인 경험이 존재하고, 이는 제도화하여 카톨릭 전통 내에서 수도회로 정착되어 있다. 불교에도 대승불교에서 형성된 불보살 신앙과 그 신비로운 가피와 만나는 신자들의 열광과 기쁨을 담고 있는 영험담의 전통이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들의 종교 체험에 대해 이해하고자 할 때는 유형론의 위험에 빠지지 말고, 신앙인들의 역사적, 사회적, 개인적 체험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원시부족 사회에서부터 시작되어 현존하는 무속이나 원시부족의 제의 속에 나타나는 종교 체험 유형이 있다. 이들 중 전형적인 사례는 유라시아 동편 소규모 유목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샤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샤만은 자신의 특유한 능력으로 인해 초자연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황홀경(trance) 속에서 천상계로 올라가고, 사자의 세계로 내려갈 수 있다고 믿는다. 유명한 종교현상학자인 미르체아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이를 고대종교의 핵심적인 현상이라고 하여, 중국의 도가적 수련법이나 인도의 요가수행법 같은 전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탈아의 기법 외에도 신들림(入神)을 통해 정령의 세계와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교량 역활을 하는데. 이는 마치 누미노제 체험에서 예언자가 신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과 같은 역활을 한다.
특유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종교 체험 외에도 보통 사람들(신자)에 의한 일상적 종교 체험이 있다. 이는 일상적이고 정규적인 예배나 축제를 통한 종교 체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종교 집단의 존재가 보장되며, 신자들은 공동체에의 귀속감을 확보한다.
이런 종교 체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표현 방식은 말(언어)과 몸짓과 만남을 통해 드러난다. 말은 신화와 교리, 교학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몸짓은 전례와 예식, 예법, 축제 등으로 나타나며, 만남은 공동체의 형성으로 나타난다. 한편 이러한 말과 몸짓과 공동체는 역으로 사람들의 종교 체험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에 이들은 상호 불가분리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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