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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담소

가장 더럽고 무서운 것

by 파장波長 2024. 3. 7.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입니다.

어느 날 부처님과 아난이 함께 길을 가다가 길 위로 삐죽이 나와 있는 금덩이를 보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부처님, 저것이 바로 독사입니다.”

“그래, 똥과 뱀이니라.”

이때 마침 어떤 사람이 나무하러 왔다가 바윗돌 아래에서 똥을 누고 있었습니다. 그는 ‘똥이다, 뱀이다’ 하는 말을 듣고 몹시 궁금하여 바위 위로 올라왔습니다. 바위 한 쪽에 큼직한 금덩이가 삐죽이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금덩이를 캤습니다.

“이 놈의 독사야, 한 생(生)만 물고 여러 생은 물지 말아라. 이 놈의 똥아, 한번만 나를 더럽히고 오래도록 나를 더럽히지 말아다오.”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온 그는 금을 팔아 고래등 같은 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그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 옆으로 국왕이 지나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보지 못한 으리으리하게 들어선 집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신하로부터 나무꾼 이야기를 들은 국왕은 노발대발하며 당장 그를 잡아들이게 하여 문초를 시작 했습니다.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 넓은 천하가 다 내 땅이 아님이 없는데 네가 감히 왕의 물건을 훔쳤으니 죽어 마땅하리라.”

나무꾼은 후회를 하며 통곡했습니다.

“아이구, 독사한테 물려 나 죽네. 똥 덮어 쓰고 이게 무슨 망신이람. 이렇게 도둑 누명 쓰고 죽을 줄이야. 아이구 부처님 때문에 나 죽네. 아난 존자 때문에 나 죽네.”

나무꾼이 형장으로 끌려 나가면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자 국왕이 이상히 여기고 다시 물었습니다.

“네가 나라의 금덩이를 훔쳐 놓고 어찌 감히 부처님과 아난존자 를 원망하느냐?”

나무꾼은 자기가 금덩이를 케게 된 연유를 국왕에게 고하자 국왕은 한참 생각하다가 그를 살려 주었습니다.

“네가 지은 죄는 죽어 마땅하나 부처님과 아난 존자 때문에 얻은 재물이니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그대신 네 재산은 모두 국고에 넣고 곤장 30대를 맞도록 하라.”

그리하여 그는 곤장 30대를 맞고 풀려났습니다.


똥과 뱀! 우리는 흔히 꿈속에서 똥을 보면 그 날 재수가 좋다 하고 뱀을 보면 미인을 얻는다고 하고 시체를 보면 먹을 것이 생긴다고 합니다.

이것은 꿈과 현실은 반대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우리의 눈은 볼록 렌즈와 같고 눈에 보이지 않는 욕심은 오목 렌즈와 같은 것입니다. 곧 이 두 개의 렌즈가 서로 맞부딪치면 피사체는 거꾸로 보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역전작용입니다. 꿈과 현실이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 것은 이 역전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눈앞에 욕심이 있으면 모든 것이 다 거꾸로 보이게 됩니다. 사기꾼에게 속는 것도 내 욕심에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道)와 재물은 정반대 편에서 있습니다. 같이 나란히 걸을 수는 없습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눈을 바로 떠보십시오. 욕심만 버리면 절대로 재물에 의해 화를 입는 법이 없습니다. 자고로 재물 때문에 생명을 해친 이가 얼마며, 이익을 좋아하다가 패가 망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도 깨닫지 못하고 재물을 사랑하고 탐하니 이 또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난하게 사느냐 부자가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분수에 달린 것입니다. 분수에 맞게 살면 가난하여도 즐겁고, 분수를 알지 못하면 부자라 해도 근심 속에 살아갑니다.

청렴한 세속인들도 옳고 깨끗한 재물이 아니면 탐하지 않는데 하물며 출가 수행인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수행인의 삶은 무소유의 삶입니다. 공익과 불사(佛事)를 위한 것이 아니면 재물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수행인의 전재산은 ‘한 벌의 옷과 바리때 하나’면 족합니다.

부처님께서 왜 금덩이를 보고 ‘똥과 독사와 같다’고 했겠습니까? 그냥 흘려 버릴 말씀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부처님의 말뜻을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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