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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담소

향기 도둑

by 파장波長 2024. 3. 7.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의 일입니다.

당시 눈병에 걸린 한 제자가 있었습니다. 의사는 연꽃 향기를 눈에 쏘이면 눈병이 낫는다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그 제자는 연못으로 가서 연꽃 봉오리에 눈을 대고 향기를 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향기에 취해 연꽃 봉오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감탄했습니다. 

“아, 이 향기! 너무도 좋구나.”

이렇게 한참 향기에 취해 있을 때 연못을 지키던 신이 나타나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이 도둑놈아, 어서 가지 못하겠느냐!”

“아니, 저는 연꽃을 꺾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져 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도둑놈이라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연꽃 향기를 훔쳤고 게다가 코를 대고 애착까지 하였으니 네가 향기를 도둑질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그때 험상궂게 생긴 사람이 연못으로 들어가 연꽃을 꺾기도 하고 더러 뿌리째 뽑기도 하여 한아름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도 연못의 신은 바라만 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눈병에 걸린 제자는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제가 연꽃 향기를 조금 맡았다고 도둑놈이라 몰아붙이시더니 뿌리째 뽑아가는 사람에게는 왜 한 마디도 없으십니까?”

“저 사람은 때가 잔뜩 묻은 검은 천과 같다. 검은 천에는 먹물이 묻어도 표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희고 깨끗한 천 위에는 아주 작은 점이 묻어도 표가 나는 법이다. 마치 맑은 거울에서는 티끌 하나만 묻어도 환하게 드러나듯이 말이다. 그러니 마음이 검게 물든 사람에게 꾸짖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너는 마음이 청정한 불자가 아니냐. 너의 마음이 깨끗하므로 티끌만한 허물이 있어도 태산 같이 드러나 보이는구나. 그래서 너를 꾸짖는 것이다.”

연못의 신이 들려준 말을 듣고 제자는 크게 발심하여 더욱 정진하 였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을 향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 예배합니다. 합장을 하여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모든 잡념은 사라집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 예배할 때, 일체의 번뇌 망상은 저절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할 때, 모든 허물은 여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평소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잡념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할 때 더 크게 드러납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 밝아졌기 때문에 망상과 허물이 더 크게 보이는 것입니다.

바로 이때가 중요합니다. 이때 ‘나는 왜 이토록 망상이 심한가?’ 하면서 물러서기보다는 ‘내가 이만큼 더 맑아져 있구나.’ 하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불자는 마땅히 청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며, 합장 예배할 때 청정한 마음은 더욱 분명히 나타날 것입니다.

일타 큰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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