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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담소

괴로움의 근본

by 파장波長 2024. 3. 7.

옛날에 어떤 도인이 까마귀 · 뱀· 비둘기 · 사슴 등과 함께 살고 있 었습니다. 네 마리 동물은 낮에는 각자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저녁이 되면 도인 곁으로 돌아와 법문을 듣곤 하였습니다.어느 날 밤에 네 마리의 동물은 자기들끼리 공론을 벌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두려운 것이 뭘까?”

이 문제를 놓고 네 동물이 제각기 돌아가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먼저 까마귀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배 고프고 목마른 것이 제일 괴로워. 배 고프고 목마를 때는 정신이 없어져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다가 그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화살이 날아오는 것도 모르게 되지. 이렇게 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으니, 배 고프고 목마른 것이 제일 괴로운 것이 아니 고 무엇이겠어?”

이번에는 비둘기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음욕심(淫慾心)이 가장 괴롭고 무서운 것이야. 나는 음욕심이 발동하면 짝을 찾아 노느라고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어. 다른 짐승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노리는 것도 잊어버린 채… 음욕심 때문에 내 몸이 위태롭게 되고 목숨까지 잃을 뻔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이것보다 두렵고 괴로운 것이 어디 있겠어.”

이어서 뱀이 말했습니다.

“나는 성내는 것이 가장 괴로워. 한 번 독한 마음이 일어나면 가깝고 먼 관계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거든. 그러다가 남을 죽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도 죽을 수 있으니, 성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두렵고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사슴이 말했습니다.

“나는 공포심이 문제야. 나는 어찌나 잘 놀라고 두려움이 많은지 바스락 소리만 나도 포수나 맹수가 아닐까 하여 덮어 놓고 뛰거든. 그러다가 언덕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구덩이에 빠져서 다리가 부러진 적도 여러 번 있었지. 나는 공포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거야. 어찌 공포심보다 더 괴롭고 두려운 것이 있으리.”

네 마리의 동물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도인이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두려움과 괴로움은 모두 지엽적인 것일 뿐이다. 너희들은 괴로움의 근본을 모르고 있다. 모든 괴로움의 근본은 이 몸뚱이다. 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이 몸은 고통의 근본이 되며, 머리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이 몸이 있는 한 고통은 그 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괴로움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이 몸을 탐하지 말고 오직 열반에 뜻을 두어 도를 닦아야 하느니라.”

네 마리의 짐승은 법문을 듣고 모두 마음이 열려 발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된 수도자가 되려면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 되는 이 육신에 대한 애착을 끊어야 합니다. 애착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고찰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먼저 이 세상은 무상한 것, 실체가 없는 것이며, 나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관해야 합니다. 곧 세상과 인생이 고(苦) · 공(空) · 무상(無常) · 무아(無我)라는 것을 마음으로 깊이 느껴야 합니다.  고 · 공 · 무상 · 무아를 깊이 체득하게 되면 괴로움은 즐거움이 되고, 무상은 영원함이 되고, 무아가 자유로움으로 바뀝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공한 것, 부정(不淨)한 것이다 청정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열반의 네 가지 덕인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처음 출가하는 제자들에게 세상은 괴로운 것이요. 공한 것이요. 무상한 것이요. 무아인 것이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이것을 확실히 알고 닦아야 올바른 발심이 되고 올바른 수도를 할 수 있습니다. 육체의 노예가 아니라 육체의 주인이 되어야 수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타 큰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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