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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담소

마음이 청정해야 합니다.

by 파장波長 2024. 3. 7.

중국 당(唐)나라 때 염관제안(鹽官齊安)선사라는 큰스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공양을 마친 뒤 무심히 창문 밖을 내다보니 선방 수좌(首座) 두 명이 법당 아래를 왔다갔다. 경행(經行)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향기로운 바람이 진동을 하며 제천선신(諸天善神)들이 오색구름을 타고 나타나 수좌들에게 합장하고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염관 선사는 도력이 높은 스님이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 것입니다.

‘저 수좌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길래 저렇듯 제천선인들이 공양하며 찬미하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며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천신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시커먼 돼지 귀신들이 추한 냄새를 풍기면서 몰려왔습니다. 돼지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바닥에다 침을 퉤퉤 뱉으면서 지저분한 발자국을 남겨 놓았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구나.’

다음날 염관 선사는 두 수좌를 불러 어제의 일을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어제 저녁 공양 후, 법당 아래에서 경행을 하였지?”

“그랬습니다.”

“무슨 얘기들을 나누었더냐?”

“처음에는 《법화경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진흙 속에서도 항상 깨끗한 연꽃과 같이 청정수행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리고 불법의 환희심에 대해서도 이야기 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또 무슨 얘기를 했는가?”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무리 수행을 해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다가 차라리 장가나 들어서 아내와 마음 편안히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농담도 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염관 선사는 일의 시말(始末)을 알게 되었습니다. 염관 선사는 즉시 대중을 모아 놓고 법문을 하면서 두 수좌들이 주고받은 이야기와 선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고 한 편의 게송을 읊었습니다.

 

어두운 방안에 보는 사람 없다고 말하지 말고, 신의 눈은 번갯불과 같아서 털끝만한 것도 놓치지 않노라. 

莫道暗室無人見 神目如電毫不漏
막도암실무인견 신목여전호불누

정성을 다해 지극히 호위하다가도 발끈 노하고 꾸짖으면서 떠나가노라.

盡矣虔誠極護衛 勃然怒罵掃脚跡
진의건성극호위 발연노매소각적

:없을막 :길도 :어두울암 :집실 :귀신신 :눈목 :같을여 :번개전 :터럭호 :샐누 盡:다할진 虔:공경할건 誠:정성성 極:극진할극 護:도울호 衛:지킬위 勃:일어날발 然:그럴연 怒:성낼노 罵:꾸짖을매 掃:쓸소 脚:다리각 跡:발자취적


이것은 바로 원효 대사께서 “수행자의 마음이 깨끗하면 천신들이 찬양하고 도 닦는 이가 마음이 흐트러지면 선신이 떠나버린다.” 하신 뜻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벌을 주고 상을 내리는 것은 부처님이 직접 하시는 것이 아니고 불법을 옹호하는 신중(神衆)들이 합니다. 그러나 스님들도 인간이기때문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데, 그 잘못을 금방 뉘우치고 고친다면 그 허물은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큰스님들은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언제나 제천(諸天)의 옹호를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이 지극히 청정하면 옷에도 때가 잘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일은 인과(因果)의 연속이요. 나는 내가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평생 중노릇하는 가운데 어려운 일, 나쁜 일이 닥치면 ‘선신이 나를 옹 호하지 않아서 그렇구나.’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어려운 일을 다행히 면하게 되면 ‘선신이 나를 옹호해 주셔 서 그렇구나.’ 하면서 더욱더 열심히 정진해야 합니다. 모든 일을 그렇게만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마음이 그지없이 청정하다면 술 한잔 먹고, 고기 한 점 먹는 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얼마나 청정한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번뇌의 싹을 끊고 마음을 청정하게 닦는 것으로 중노릇의 근본을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선신들이 보호하여 모든 문제가 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모든 문제가 없을 때 수행은 저절로 이루어지고 수행이 잘 되면 해탈은 멀지 않은 것입니다.

일타 큰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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