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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경전/법구경

법정스님 법구경(法句經)-꽃

by 파장波長 2022. 4. 13.

4. 꽃

법구경은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법문입니다. 다른 경전처럼 일정한 장소와 시기에 한 주제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불교 초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온 시를 모아 엮은 일조의 불교 잠언 시집입니다.

모두 423편의 시집이며, 그 주제에 따라 26장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개는 독립된 시로 되어 있지만, 때로는 두 편 또는 여러 편의 시가 한데 묶여 있기도 하다. <진리의 말씀>을 읽는 사람들에게 옮긴 사람의 입장에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경전을 맑은 마음 거울 삼아, 그 속에서 현재의 자기 얼굴을 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내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래 가까이에 두고 마음 내킬 때마다 펼쳐보면서 어지러운 세상에 좋은 길벗으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1999년 5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법정

44

누가 이 대지를 정복할 수 있을까
누가 천상과 지옥을 정복할 수 있을까
그 누가 감동적인 법문 엮기를
솜씨 있는 이가 고운 꽃을 꾸미듯 할까

45

참된 수행자는 이 대지를 정복하고
천상과 지옥을 정복할 수 있다
진실한 수행자만이 진리의 말씀을 엮을 수 있다
솜씨 있는 이가 고운 꽃을 꾸미듯이

46

이 몸은 물거품 같고
아지랑이 같다고 깨달은 사람은
악마의 꽃화살을 꺾어 버리고
저승의 염라왕과도 만나지 않으리라

47

꽃을 꺾는 일에만 팔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은
죽음의 신이 앗아 간다.
잠든 마을을 홍수가 휩쓸어가듯이

48

꽃을 꺾는 일에만 팔려
마음에 끈질긴 집착을 가지고
욕망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은
마침내 죽음의 악마에게 정복당한다.

49

꽃의 향기와 빛깔을 다치지 않고
꿀만을 따가는 꿀벌처럼
지혜로운 성자는 그와 같이
마을에서 마을로 걸식을 해야 한다.

50

남의 허물을 보지 말라
남이 했건 말았건 상관하지 말라
다만 내 자신이 저지른 허물과
게으름만을 보라

51

아무리 사랑스럽고 빛이 고울지라도
향기 없는 꽃이 있는 것처럼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의 말은
표현은 그럴싸해도 알맹이가 없다.

52

사랑스럽고 빛이 아름다우면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 있듯이
실천이 따르는 사람의 말은
그 메아리가 크게 울린다.

53

쌓아 올린 꽃무더기에서
많은 꽃다발을 만들 수 있듯이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한다.

54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전단도 타가라도 자스민*도 마찬가지
그러나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사방에 풍긴다.

55

전단과 타가라와 푸른 연꽃
그리고 바시키** 등
여러 가지 향기가 있지만
덕행의 향기가 가장 뛰어나다.

56

타가라나 전단의 향기는
오히려 미미해서 대단치 않다
덕행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최상의 것으로
하늘의 신들에게까지 퍼져 간다.

57

덕행을 온전히 지니고
게으름 없이 부지런하고
바른 지혜로 해탈한 사람은
악마도 가까이하지 못한다.

58

한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은은하게 향기를 뿜으며
연꽃이 피어오르듯이

59

버려진 쓰레기처럼
눈먼 중생들 속에 있으면서도
바르게 깨달은 사람의 제자는
지혜로써 찬란히 빛나리라

역주

* 전단 타가라 자스민은 인도에서 나는 향나무
** 바시키도 인도에서 나는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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