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붓다경전/법구경

법정스님 법구경(法句經)-어리석은 사람

by 파장波長 2022. 4. 13.

5. 어리석은 사람

법구경은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법문입니다. 다른 경전처럼 일정한 장소와 시기에 한 주제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불교 초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온 시를 모아 엮은 일조의 불교 잠언 시집입니다.

모두 423편의 시집이며, 그 주제에 따라 26장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개는 독립된 시로 되어 있지만, 때로는 두 편 또는 여러 편의 시가 한데 묶여 있기도 하다. <진리의 말씀>을 읽는 사람들에게 옮긴 사람의 입장에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경전을 맑은 마음 거울 삼아, 그 속에서 현재의 자기 얼굴을 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내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래 가까이에 두고 마음 내킬 때마다 펼쳐보면서 어지러운 세상에 좋은 길벗으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1999년 5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법정

60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지쳐 있는 나그네에게는 지척도 천리
바른 진리를 깨닫지 못한 자에게는
윤회의 밤길이 아득하여라

61

나그네 길에서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는 길벗이 되지 말라.

62

‘내 자식이다’ ‘내 재산이다’ 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은 괴로워한다.
제 몸도 자기 것이 아닌데
어찌 자식과 재산이 제 것일까

63

어리석은 자가 어리석은 줄 알면
그만큼 그는 지혜롭다.
그러나 어리석으면서 지혜롭다고 한다면
그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64

어리석은 자는 한평생을 두고
어진 사람을 가까이 섬길지라도
참다운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마치 숟가락이 국맛을 모르듯이

65

지혜로운 사람은 잠깐이라도
어진 이를 가까이 섬기면
곧 진리를 깨닫는다.
혀가 국맛을 알듯이

66

지혜가 없는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에게 원수처럼 행동한다.
고통스런 결과를 불러들일
몹쓸 행동을 하면서

67

스스로 저지른 뒤에야
뉘우치거나 눈물을 흘리면서
그 대가를 치른다면
이런 행동은 옳지 않다.

68

스스로 행동한 뒤에도
뉘우치지 않고 즐거워 웃으면서
그 보상을 받는다면
이런 행동은 잘한 것이다.

69

어리석은 자는 나쁜 짓을 하고 나서도
그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꿀같이 생각한다
불행한 결과가 눈앞에 닥쳐와서야
그때 비로소 뉘우치고 괴로워한다.

70

어리석은 사람은 형식만을 따라
몇 달이고 금욕 고행을 한다.
그러나 그 공덕은 참된 진리를 생각하는 사람의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71

못된 짓을 할지라도 새로 짜낸 우유처럼
그 업이 그 자리에서 곧 굳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업은 재에 덮인 불씨처럼
두고두고 타면서 그의 뒤를 따른다.

72

어리석은 자에게는 어떤 생각이 떠올라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생각은 도리어 그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그의 행운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73

어리석은 자는 헛된 명성을 바란다.
수행자들 사이에서는 윗자리를
승단 안에서는 다스리는 권력을
남의 집에 가서는 돈과 먹을 것을 바란다.

74

‘일반 신자나 출가한 스님들이나
이 일을 한 것은 나라고 생각하라
그들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무엇이나 내 뜻에 따라야 한다’
이와 같이 말함은 어리석은 자의 생각이다.
그는 욕심과 자만이 점점 커진다.

75

여기 두 길이 있으니
하나는 이익을 추구하는 길이요
하나는 대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부처의 제자인 수행자들은 이 이치를 깨달아
남의 존경을 기뻐하지 말라
오직 외로운 길 가기에 전념하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