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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경전/법구경

법정스님 법구경(法句經)- 깨달은 사람

by 파장波長 2022. 4. 13.

7. 깨달은 사람

법구경은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수많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법문입니다. 다른 경전처럼 일정한 장소와 시기에 한 주제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불교 초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 내려온 시를 모아 엮은 일종의 불교 잠언 시집입니다.

모두 423편의 시집이며, 그 주제에 따라 26장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개는 독립된 시로 되어 있지만, 때로는 두 편 또는 여러 편의 시가 한데 묶여 있기도 합니다. 법구경을 보는 사람들에게 옮긴 사람의 입장에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경전을 맑은 마음 거울 삼아, 그 속에서 현재의 자기 얼굴을 돌아보는 시간을 잠시 내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래 가까이에 두고 마음 내킬 때마다 펼쳐보면서 어지러운 세상에 좋은 길벗으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

1999년 5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법정

90

이미 이 세상의 여행을 마치고
근심과 걱정을 떠나
모든 속박을 끊고 자유를 얻은 사람
그에게는 털끝만한 고뇌도 없다.

91

바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출가하여
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호수를 등지고 떠나는 백조처럼
그들은 이 집과 저 집을 버린다.

92

재산을 모아 두지 않고
검소하게 먹는
그런 사람의 깨달음의 경지는
텅 비어 아무 흔적도 없기 때문에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처럼
알아보기가 어렵다.

93

잡념이란 잡념은 모두 끊어 버리고
먹고 입음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사람의 깨달음의 경지는
텅 비어 아무 흔적도 없기 때문에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처럼
알아보기가 어렵다.

94

잘 길들인 말처럼
모든 감각이 잔잔하고
자만과 번뇌를 끊어 버린 사람은
신들까지도 그를 부러워한다.

95

대지와 같이 너그럽고
문지방처럼 의무를 다하고
흙탕이 없는 호수처럼 맑은
그 같은 사람에게 윤회는 없다.

96

바른 지혜로 깨달음을 얻어
절대 평화에 이른 사람은
마음이 잔잔하게 가라앉고
말과 행동도 고요하다.

97

그릇된 믿음 없이 절대를* 깨달아
윤회의 줄을 끊어 버리고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욕망을 버린 사람
그는 참으로 뛰어난 사람이다.

98

마을이나 숲이나
골짜기나 평지나
깨달음을 얻은 이가 사는 곳이라면
어디이거나 그곳은 즐겁다.

99

사람들이 없는 숲 속은 즐겁다.
집착을 버린 이들은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하지 않는 곳에서 즐거워한다.
그들은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역주 - *절대는 영원의 진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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