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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담소

연꽃과 불교의 인연 ∴

by 파장波長 2022. 4. 19.

우리는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보통 알고 있습니다다. 그런데 연꽃은 불교가 나타나기 전에 세상에 존재했고,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좋아하는 일반적인 식물입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연의 식물인 연꽃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되어버린 것입니. ‘불교를 상징한다 말은 따지고 보면 꽃의 자연적 의미와는 관계없이, 불교도들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정하고 신성한 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입다. 그럼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을까?

자연식물로서 연꽃을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나리아재비목 수련과의 여러해살이물풀. 속명은 그리스 신화의 물의 요정 님프에서 연유한다. 수련속(睡蓮屬)에는 40종이 있는데, 모두 수생의 여러해살이풀이며, 대형의 아름다운 꽃이 핀다. 진흙 속을 옆으로 기거나 덩이줄기 모양인 뿌리줄기를 가진다. 잎에는 잎자루가 있고, 잎새는 타원형이며 수면에 뜬다. 꽃은 뿌리줄기에서 뻗은 꽃자루 위에 1개가 핀다. 꽃받침조각은 46장이고, 꽃잎과 수술은 다수이며, 씨방의 측벽에 붙는다. 씨방은 540장의 심피(心皮) 되어 있고, () 측벽에 다수의 밑씨가 붙는다. 암술머리는 쟁반모양이다. 수련은 북반구 온대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비교적 소형의 종이며, 꽃은 흰색이고 지름은 5㎝이다. 오전에 꽃이 피었다가 저녁 무렵에 닫히기를 34일간 계속한다. 수련 속의 식물은 꽃이 아름다우므로 연못이나 온실에서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종자와 뿌리줄기는 녹말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세계 각지에서 식용되고 있다. 또한 뿌리줄기는 누파리딘을 함유하고 있어 위장약으로 사용된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이 유래는염화시중(坫華示衆)’에서 비롯 되었다고 합니다. 염화시중이란 석가모니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많은 대중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던 중에깨달음의 실체 보여주기 위해 문득 연꽃 송이를 들어 보인 것을 말합니다다. 불교에서()’ 연꽃을 뜻하는데, 염화시중은 바로대중에게 연꽃을 쥐어 보이다 뜻으로  영취산 대중 법회를 영산회상(靈山會上)이라고도 한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에 이른 진리를 말로서는 설명할 없어 연꽃을 들어 보인 것입니다. 제자 중에 오직 마하가섭만이 이를 알아보고, 역시 깨달음을 말로서 대답할 없어 살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이를염화미소(坫華微笑)’’라고 말하기도 하고, 마음과 마음으로 통한다는 뜻으로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도 합니.

통도사 일주문의 현판이영취산통도사 것은 통도사에 석가모니의 진신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도사을 불보(佛寶) 사찰이라고 합니다. 영취산에서 염화미소로 불법을 전한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이어받는다는 의미가 깃들여 있습니다.

그리고 총림의 방장(方丈)이나 사찰의 조실(祖室) 스님이 머무는 방을염화실(坫華室)’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 것입니다. 하나 특이한 것은 송광사 방장실은미소실(微笑室)’입니. 송광사 방장 스님이셨던 승찬 스님을 입적하시기 전에 불교신문 객원기자로 인터뷰했을 여쭈어보았는데 그때 승찬 스님의 설명으로는, 이는 효봉 스님이염화 석가모니가 던진 화두고, ‘미소 가섭 존자가 그것을 깨달아 나타낸 표현이기 때문에 방장실이 염화보다는 미소가 어울린다는 데서 그렇게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말하자면 미소가 불제자로서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것이고, 방장은 대중의 스승이기 전에 부처님의 제자라는 하심(下心)으로 말한 것인데, 염화나 미소를 두고 뜻만을 새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찰의 방장이나 조실은 수많은 대중 스님들을 지도하며 화두(話頭) 존재합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송광사 방장실의 현판 ‘미소실(微笑室) 하나의연꽃 셈입니다. 효봉 스님이 굳이미소 것은 이런 문자 해석에 매달린 아니라, 하심의 실천을 보여 것으로 보여집니.

석가모니께서 대중 앞에서 들어 보인 연꽃은 시궁창 같은 연못에서 자라납니다. 그러나 연꽃이나 잎에는 더러운 물이 묻지 않는다. 고해(苦海) 무명(無明)으로 가득한 세상에 살지만, 깨달음에 이르면 바로 연꽃과 같이 오롯한 아름다움과 향기를 지닐 있다는 뜻을 전한 것입니다. 석가모니가 많은 중에서 연꽃을 것은 바로 연꽃의 이러한 생태적 덕성(德性) 높이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설법 중에 청정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자주 연꽃에 비유하기도 했습입니다.

불교에서는 연꽃은 만다라화(曼陀羅華)라고도 하는데, 이는 연꽃이 지닌 오묘한 생태적 상징이 불법의 깊은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연꽃이 보살을 상징하기도 합니. 불교가 현실을 벗어난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 속에서 자신을 완성하는 종교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상을 받히는 자리를 연꽃 모양으로 장식하여 연화대(蓮花臺)라고 하거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화엄경(華嚴經)> 등의 불경에서 사용하는연화화엄 모두 연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연꽃은 동양적 성격이 드러난 꽃입니다.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와 비교하면 깊은 의미가 쉽게 가슴에 닿을 것입니다.

장미는 화려한 모양과 색깔, 그리고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 장미는 정원에 키우기도 하지만 대개 꺾어서 꽃병에 꽂아놓거나 화환으로 장식하고 아니면 화분에 심어 가까이 두고 감상합니다. 말하자면 꽃을 언제든지 () 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가 하면 장미는 만개(滿開)했을 가장 아름답습니다. 상상으로 가슴속에 피우는 꽃이 아니라, 피어 있는 꽃을 눈으로 보고 색깔과 향기에 취하는 것으로 () 다합니다.

연꽃은 연못에 자라납니다. 꺾어서 감상하는 아니라 연못으로 꽃을 찾아가야 하며, 꽃을 ()하는게 아니라 가슴에 담아 와야 합니. 연꽃은 화려한 색이나 모양으로 아름다운 아니라, 연꽃은 희거나 분홍으로 단순한 색입니다. 그리고 연꽃은 만개했을 때보다 봉오리가 아름답습니다. 봉긋이 솟아오른 연꽃 봉오리를 보면서 만개한 꽃을 마음으로 그리는 기쁨이야말로 만개한 장미에 비유할 없습니다. 연꽃은 그렇게 기다림과 여백(餘白) 아름다움을 주는 꽃입니다. 말하자면 연꽃은자신의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지만 제대로 감상할 있는 꽃입니다.

이렇게 장미와 연꽃은 현실적인 실용성을 중시하는 서양 사람과 내면의 사유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려는 동양 사람들의 성품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래로 그림이나 글에 서양 사람들에게는 장미가, 동양 사람들에게는 연꽃이 화제로 곧잘 등장합니다. 석가모니가 연꽃을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동양의 정서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꽃의 생태 중에 재미있는 있습니다. 연꽃은 아침 이슬을 받으며 물위에서 꽃을 피우고, 해지는 저녁에는 꽃잎을 오므립니다. 그래서잠자는 이란 뜻으로 수련(睡蓮)이라고도 합니. 중국 청나라 심복(沈復)이라는 관리가 아내 () 죽음을 슬퍼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기록한 <부생육기(浮生六記)>라는 책에 바로 이와 같은 연꽃의 생태를 아름답게 그린 대목이 있습니다. 주인공 운은 얼굴이 그다지 생기지 않았으나 매우 총명하고 남편을 섬기며 세상을 즐겁게, 그리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여인이었습니다. 무작정 남편에게 복종하는 그런 섬김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정과 행복을 끊임없이 창조하는 여인입니다. 남녀 차별이 엄격하고, 유교적 생활 규범이 극심하던 시절에도 운은 시부모 몰래 남장을 하고 풍각패 구경을 다니고, 즐거운 장면들을 저녁에 남편에게 이야기하면서 남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없이 기뻐하는 그런 여인이었습니다.

어느 운은 정원에 연꽃이 저녁에 꽃잎을 오므렸다가 아침에 다시 꽃잎을 벌이는 것을 보고, 기발한 생각을 했습니. 남편에게 달여 찻봉지를 연꽃잎에 담아 두었다가 이튿날 차를 달여 남편과 마시는 것입니다. 차에는 밤새 머금은 연꽃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입니다. 중국의 수필가 임어당은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운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아름다움은 장미처럼 화려하고 자극적인 색깔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꽃처럼 은은히 피어나는 내면의 심성임을 연꽃에서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듯 연꽃은 불교뿐만 아니라, 동양인의 정서에 깊은 향기로 배어 있는 그런 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꽃의 군락을 제대로 감상할 있는 곳으로 전주 덕진 공원, 무안 회산백련지, 아산 인취사가 좋고, 서울 근교로는 양평 두물머리, 양주 봉선사에 가면 자연지에서 자라는 연꽃을 감상할 있습니다.

오월 단오 무렵에 만개하는 덕진 공원 연못의 연꽃은 홍련(紅蓮)으로 가히 장관입니다. 연못 가운데 있는 취향정(醉香亭)으로 이어진 현수교로 걸어가 보면 마치 자신이 송이 연꽃으로 피어 있는 듯한 환상으로 연꽃 향기에 묻히게 됨니. 달리 취향정이 아니라 연꽃에 취한 사람은 바로 연꽃이 되는 것입니다.

무안 회산지는 10 여평의 드넓은 연꽃지에 목화송이처럼 흐드러지게 백련(白蓮)으로 가히 연꽃 천지라고 이름 붙일 만합니다.

아산 인취사에 백련이 심어진 것은 15 , 주지 혜민 스님에게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이 갖다 백련 뿌리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키워 8백여 평의 연못을 가득 채웠고, 인연으로 주지 스님이 연꽃 보급에 앞장 서면서 홍련, 백련 외에 희귀한 외래 수련들까지 다양한 연꽃을 선보이고 있어, 곳에 가면 아기자기한 연꽃을 감상할 수가 있고, 초입 길가에 백련지도 있어 연꽃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

두물머리 연꽃지는 홍련인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마주치는두물머리 자연경관과 함께 감상할 있어 다른 묘미를 자아낸다초여름에는 아름다운 연꽃에 한번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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