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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입문

불교의 장례와 영가천도 의례 ∴

by 파장波長 2022. 4. 28.

사람을 육체로만 판단할 때 사후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지수화풍(地水·火·風=흙·물·불·바람)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이 육체는 미혹한 중생의 마음 상태가 인연이 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비록 인연이 다하여 육체는 없어진 다고 해도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하는 한 여전히 미혹한 상태는 남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미혹한 마음도 본래 없는 것이므로 절대적인 깨달음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또한 없는 것이 미혹 상태에 집착하여 육체를 잃은 후에도 여전히 이 미혹의 세상을 헤매다 미혹된 몸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윤회(輪廻 )라고 합니다. 생전이냐 생후냐 하는 것은 오직 육체를 보느냐, 못 보느냐의 차이뿐입니다.

윤회하는 영혼(識)을 중유(中有 또는 中陰)라고 부르는데 아직 다음 생을 받지 못한 상태를 말하며, 부처님의 법을 성취 극락으로 인도하는 천도의식은 바로 이 단계에서 행해합니다.

 

불교의 장례

죽은 이를 위해 장례 전에 행하는 의식을 시다림(戶陀林)이라고 합니다. 원래 인도의 시타림(sita-vana)에서 유래한 말로, 시체를 버리는 추운 숲(寒林)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망자를 위해 설법하는 것으로 뜻이 변했습니다. 시다림 법문은 신라시대 이후로 관습화 되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성행하였고 오늘날은 불교 장례법으로 일반화되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망자에게 <무상게>를 일러주고 입관하기 전에 목욕 의식을 행합니다. 경은 보통 《아미타경》, 《금강경》, 《반야심경》등을 독경하고 서방 극락세계에 계시는 아미타 부처님을 부르며 발원합니다. 발원의 대상은 동·서·남·북 중앙에 있는 화장세계 노사나불과 동방 만월세계 약사불, 서방 극락세계 아미타불, 남방 환희세계 보승불, 북방 무우세계 부동존불입니다. 목욕을 시키고 수의를 입히는 매 단계마다 영가를 위한 법문이 있게 되는데, 이는 부처님께 귀의하여 좋은 곳으로 인도하여 천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장례절차가 끝나면 발인을 하게 되는데 임시로 단을 만들고 제물을 정돈한 후 영구를 모시고 나와 제단 앞에 모십니다. 법주가 거불과 청혼을 한 다음 제문을 낭독하고  법문이 끝나면 대중이 다 함께 《반야심경》을 독송한 뒤 추도문을 낭독하고 동참자들이 순서대로 분향합니다. 발인이 끝나면 인로왕번을 든 사람이 앞장서고 명정, 사진, 법주, 상제, 일가친척, 조문객의 순으로 진행합니다.

불교의 전통적인 장례법은 화장입니다. 이를 다비(茶毘) 의식이 이라고도 합니다. 나무와 숯, 가마니 등으로 화장장을 만들고 관을 올려놓은 후 거화편을 외우고 불을 붙입니다. 불이 붙은 다음에는 미타단을 신설해서 불공을 올리고 영가를 일단 봉송한 뒤에 위패를 만들어 창의 (唱衣)합니다. 시신이 어느 정도 타면 뼈를 뒤집으며 기골편(起骨篇)을 하고 완전히 다 타서 불이 꺼지면 재 속에서 뼈를 수습하며 습골편(拾骨篇)을 합니다. 뼈를 부수면서는 쇄골편(碎骨篇)을 하고, 마지막 재를 날리면서는 산골편(散骨 篇)을 하게 됩니다.

유교적 풍습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화장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 세상에 태어 나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사대(육체)는 물질(흙, 물, 불, 바람)의 인연이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죽은 후 에까지 육체에 집착하여 화장보다 매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진정으로 고인을 위한다면 화장 후 납골을 수습해서 본처(본래 고향)로 흩어주고 절에 모셔서 천도재를 잘 지내드리면 좋을 것입니다. 천도재를 올리고 난 다음에는 위패를 납골당에 모시든지 아니면 가까운 곳에 성스러운 가족탑을 세워서 모시 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하여 병들어 아픈 사람도 다른 사람의 건강한 장기를 이식 받으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살은 중생을 위해 피와 살을 모두 다 준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죽은 이후에 이 육신에 대해 무엇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 겠습니까.

살아 생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다른 이의 생을 살리는데 나의 장기가 쓰여진다면 정말 좋은 일입니다. 불자들은 자신과 남이 더불어 함께 사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나와 남을 위한 공덕 - 재(齋)

재(齋)는 깨끗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공덕을 닦는 의식입니다. 재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인 우포사다 (unosadha)에서 유래되었는데 스님들의 공양의식을 뜻합니다. 대개 스님들에 대한 공양은 집안의 경사나 상사(喪事), 제사 때에 이루어졌으므로 나중에는 제사의식으로까지 전환되었습니다. 《목련경》에는 공양을 받는 스님의 숫자에 따라 오백승재의 명칭이 나오고, 중국에서는 양무제가 사람의 숫자에 제한하지 않고 누 구나 자유로이 동참할 수 있는 무차대회(無遮大會)를 열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반승(飯僧)이라는 명칭으로 행해졌습니다.

원래 이 재는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간단히 불전의식을 집행하고 공양에 임했으나 그것이 점차 큰 법회의 식으로 되어 호국법회의 형식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나중에는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을 위해 베풀어지는 일체의 행사를 통칭하는 말로 되었습니다. 요즈음은 스님에 대한 공양부터 기도, 불공, 시식, 제사, 낙성, 기타 법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재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천도재(天道) 

자손이 조상을 받드는 것은 인간의 근본을 귀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한 으식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지극한 정성으로 재를 지내 죽은 사람이 생전에 지었던 모든 업을 소멸하고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의식입니다. 그 내용은 영가에게 <무상게>를 일러 주어 죽음이라는 현실을 만물 변화의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드이게 하고, 영가로 하여금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따라 원래의 청정한 마음을 되찾도록 인도하고 극락세계에 왕생할 것을 권하는 내용입니다. 또한 영가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재에 참석하여 공덕을 짓는 이들에게도 생사의 슬픔을 승화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재의 공덕은 망자와 동시에 재를 올린 이에게도 회향됩니다.

재의 진행은 주로 도량장엄을 하고 시련, 대령, 관욕, 불공, 시식 등으로 행해지며 그 종류도 49재, 100일재, 기제(忌祭), 소상, 대상 등의 정기적인 천도재와 수륙재, 필요에 따라 시설하는 부정기적인 천도재 등이 있습니다. 정기적인 재의 경우 돌아가신 날부터 시작하여 매 7일마다 계속하여 49일 되는 날까지의 7번과 100일재, 소상, 대상을 합하여 10번을 하는데, 이는 명부의 시왕(十王)에게 심판을 받는다는 명부신앙에 근거한 것입니다.

의식을 행하는 절차에 따라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 각배재 (各拜齋), 영산재(靈山齋) 등의 몇 가지로 나뉘어 있으며 가장 일반적인 것이 상주권공재이고 여기에 명부신앙의례를 첨가한 것이 각배재이며, 법화신앙을 가미한 것이 영산재입니다. 절차는 시련 (侍菴)에서 영가를 맞아들이고, 대령(對靈)에서는 영가를 간단 히 대접하여 예배케 합니다. 관욕에서는 불보살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영가를 목욕시키고 신중작법으로 모든 신중을 맞아들입니다. 상단권공에서 불단에 공양드리고 법식을 베풀어 받게 합니다.

그리고 봉송편에서 불·보살님을 모시고 영가를 모시고 마치는데 불자는 망자를 위한 기도로서 최소한 49재만이라 지내야 할 것입니다.

수륙재(水陸齋)

수륙재(水陸齋)란, 물이나 육지에 있는 외로운 귀신이나 배고 파 굶주리는 아귀에게 공양하는 법회입니다. 양나라 무제의 꿈에 어떤 스님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사생육도(四生六道)(四生三 태·란·습·화, 六道=지옥·아귀 · 축생 · 아수라 · 인간 · 천 상)의 중생들이 한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데 어찌하여 수륙재를 베풀어 그들을 제도하지 않는가? 이들을 제도하는 것이 모든 공덕 중에서 으뜸이 된다’ 고 하자 지공선사에게 부탁하여 수륙재 를 행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려 광종 22년 수원 갈양사에서 혜거국사가 처음 시행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정책으로 불사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태조는 진관사 (津寬寺)를 나라의 수륙재를 여는 사사(寺社)로 지정하고 견암사, 석왕사, 관음굴 등에서 고려 왕씨들을 위한 수륙재를 베풀었습니다. 이 수륙재는 많은 물자와 인원이 동원되는 행사로서 국행 (國行)수륙대재라고 할 정도로 국가적인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영산재(靈山齋)

영산재(靈山齋)란, 영축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의 모습을 이 세상에 재현한 의식 입니다. 즉 온 세계 모든 성현과 스님을 청하여 봉양하며 법문을 듣고 시방의외로운 혼령을 천도하고 무주고혼 영가들에게 장엄한 법식을 베풀어 극락왕생하도록 하는 의식입니다. 

먼저 도량을 장엄하는데 영산회상을 상징화하여 법당 밖에 장 괘불을 시설하고 의식 도중에 범패 등의 불교음악을 공양하여 장엄하게 합니다. 단의 구성은 법당과 같이 상단은 쾌붕 앞에 설치하고 향 · 차 · 꽃 · 과일 · 등불 ·쌀 등을 공양하고, 중단은 신중단으로 , 하단은 그날의 영혼에게 제사 드리는 영단으로 구성합니다. 

절차는 49재 때와 마찬가지로 시련에서 시작하여 의식단 앞에 이르고 잠시 정좌한 다음 각 단마다 권공예배와 축원을 하고 영단에 이르러 시식을 하고 회향하게 되는데 의식을 맡은 스님 들을 선두로 참가한 대중이 도량을 돌면서 회향합니다. 이 의식은 자작자수(自作自修)라는 수행과 기원, 회향, 추선공양이라고 하는 교리적 발전과 함께 발전된 의식이며,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무용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또한 민간신앙까지 수용한 불교의식이자 국가가 지정한 무형문화재이기도 합니다.

예수재(豫修齋) 

예수재(豫修齋)란, 살아 생전에 미리 수행과 공덕을 닦아두는 재의식으로서, 속설에는 자신의 49재를 미리 지내는 것으로, 다른 말로는 역수(逆修)라고도 합니다. 49재는 순수하게 죽은 이를 위한 재이나, 예수재는 살아 있는 이가 자신 의 사후를 위해 미리 준비함으로써 생자나 망자가 행복을 함께 추구하는 아름다운 의례이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참회의 공덕으로 업장을 소멸하고, 지계와 보시로써 스스로 내생의 복락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경전을 독송하여 해탈과 열반의 길에 들어서고자 하는 것이며, 불보살님과 명부시왕을 비롯한 많은 성현들에게 공양을 올려 은혜를 갚고자 하는 것이다.

불보살님과 호법신중의 가피력 아래 스스로의 참된 수행과 공덕으로 자신의 미래를 닦아나가는 의례인 예수재는 불교신앙의 전통을 대중과 함께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의례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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