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붓다경전/아함경

수행본기경 현변품(現變品)

by 파장波長 2022. 6. 2.

1. 변화를 나타내는 품(現變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때 부처님께서 카필라국(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 샤아캬 정사(釋氏精舍) 냐그로다나무 아래서 큰 비구 무리 천 이백 오십 인과 함께 계셨다.

이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이미 먼저의 부처님으로부터 맑은 행을 깨끗이 닦아 모든 법을 환히 알며 무거운 짐을 떠나서 원한 바를 얻었으며, 세 가지 것이 다했고 바른 앎을 다 알며, 삼신을 원만히 갖추고 여섯 가지 신통을 이미 통달하였다.

비구니 대중 대애도(大愛道) 등 오백 인과 헤아릴 수 없는 여러 우바새와 우바이들 사부 대중이 널리 모였으며, 여러 외도의 바라문과 니건자(尼楗子) 등 헤아릴 수 없는 이들이 모두 와서 모였으며, 모든 사천왕 · 도리(便利) 천왕 · 염(炎) 천왕 · 도솔(兜率) 천왕 · 니마라제천 왕 · 바라니 밀천왕 · 범(梵) 천왕 · 아가니타천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헤아릴 수 없는 대중들과 함께 모두 다 와서 모였으며, 여러 용왕 · 아수라 · 가루라 · 긴나라 · 마후라가 등 낱낱 존귀한 신들도 또 저마다 권속들과 함께 모두 다 와서 모였으며, 백정왕(白淨王) · 무노왕 · 무원왕 · 감로정왕 등과 카필라국의 구억 장자들도 저마다 관속들을 데리고 한꺼번에 와 모였는데 모두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은 몸의 서른두 가지 몸매(三十二相)와 여든 가지 잘생긴 모습(八十種好)에서 광명을 내어 삼천 대천 세계를 두루 비주 시니 마치 만월이 별 가운데서 특이하게 밝음과 같아서 거룩함이 의젓하셨는데, 뭇 성인들 중의 왕과 온 대중의 모임에서는 모두가 의심하며 생각하기를, ‘태자는 카필라에서 태어나 백정왕에게서 자라나셨고 집을 버리고 나라를 떠나가 도를 배우셨으며, 명호가 부처님이 되셨는데 나무 아래서 육 년 만에 도를 얻으셨을까. 십이 년 만에 얻으 셨을까' 라고 하였고, 혹은 또 생각하기를, ‘본래 무슨 술법을 행하시어 이렇게 높고 뛰어나게 되셨으며, 섬기신 스승은 누구시기에 이제 특별히 높게 되셨고, 처음 무슨 법을 닦으셨기에 부처님이 되실 수 있었을까' 라고 하기도 하였다.

부처님은 모두에게 의심이 있음을 아시고 곧 대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타타가타를 위하여 본기(本起)를 말할 수 있겠느냐.”
이에 대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서 의복을 정돈하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제 부처님의 위신을 받자와 부처 님의 신력을 지니고, 일체를 위하여 자세히 말하겠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전생의 셀 수 없는 겁 동안 본래 범인으로서 처음에 부처님 도를 구한 이래로 정신은 형상을 받으면서 다섯 갈래(五道)를 두루 돌아 다녔나니, 한 몸이 죽어 무너지면 다시 한 몸을 받는 등, 나고 죽음이 한량 없어서 마치 천하의 풀과 나무를 다 베어 산가지를 만들어 나의 옛 몸을 헤아린다 하여도 셀 수 없는 것과 같으리라.

무릇 하늘과 땅이 시작하여 끝나는 동안을 일겁(一劫)이라 하거니와 나에게는 하늘과 땅이 바뀌면서 이루어지고 무너진 것이 헤아릴 수조차 없었느니라.

세간의 탐욕으로 애욕의 바다에서 길이 흐르고 빠져 있음을 마음 아파한 까닭에, 나는 혼자 그 근원을 돌이키기 위하여 스스로 힘쓰며 뛰어나오려 하였나니, 그 때문에 세상에서 마다 부지런히 고행하면서도 괴로움이라 여기지 아니하고 마음을 비워 고요함을 즐기며 함이 없고 욕심이 없으며 자기 것을 덜어서 보시하고 지성으로 계율을 지키며 겸손하여 낮추고 욕을 참으며 용맹스럽게 힘써 나아가고 한 마음으로 생각을 하여 성인의 지혜를 배우고 천하를 사랑하며 가난하고 불쌍한 이를 가엾이 여기고, 근심하고 슬퍼하는 이를 크게 위로하며 중생을 길러주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구제하며 여러 부처님과 독각이며 아라한 등을 받들어 섬겼으므로 누적된 공훈이야말로 기억할 수조차 없었는데, 옛날 디팜카라 부처님(疑光佛)께서 세상에 나오시게 되었느니라.

제화위국(提和衛國)에 등성치(燈盛治)라는 성왕이 있었고, 백성들은 수명이 오래며 인자하고 효도하고 어질고 의로웠으며 땅은 기름 져서 풍성하고 그 세상은 태평하였느니라.

태자가 탄생하여 이름을 디팜카라라고 지었는데,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세상에서 겨룰 이가 없었으므로 성왕은 사랑하며 생각하기를 매우 기이하게 여기다가 목숨을 마칠 적에 나라를 태자에게 맡겼더니, 태자 디팜카라는 무상함을 생각하고 나라를 전하여 아우에게 주고 즉시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는데, 도가 이루어져서 명호를 부처님이라 하고 위없이 지극히 높은이라 하고 거룩한 덕의 광명이라고 하였느니라.

밤낮 없이 비구 대중 육십이만을 거느리고 세상을 노닐고 다니면서 중생들을 교화하시다가 제화위국에 돌아와서 성바지들과 나라의 백성들을 제도 해탈시키려고 여러 대중들과 함께 본국으로 오셔서 노니셨느니라.

이때에 나라 안의 백관과 신하들은 부처님 대중이 와서 나라를 쳐서 빼앗으리라고 생각하여 모두가 함께 의논하기를, '이제 군사들을 일으켜 미리 가서 항거해야 할 것이요, 나라를 주어서는 안되리라고 하고, 즉시 서로가 인솔하여 부처님에게 향하려 하였는데, 부처님은 여섯 가지 신통으로써 그 마음을 미리 아시고 변화로 넓고 큰 으리 으리한 성을 만들어 그들의 성과 함께 대처하시면서 부처님은 나라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해탈시키려고 곧 두 개의 성을 지어 유리로 변화시켜 그 성이 환히 트이어 안팎이 서로 비치게 하시고, 다시 변화로 육십이만의 비구들을 부처님과 다름없게 나타내 보이자, 왕은 보고 두려워하며 의심이 풀리고 마음이 조복되었으므로 바로 부처님께 나아가서 공경히 머리 조아리고 스스로 뉘우치면서, ‘성품이 고루 하고 둔해서 악한 뜻을 부처님께 품었나이다. 어리석은 사람의 잘못이라 용서하시고, 부처님은 곧 정사로 돌아가시옵소서. 칠 일 동안에 공양을 마련하고서 지극히 높으신 이를 받들어 맞이하겠사옵니다 하므로, 부처님은 그의 뜻을 아시고 잠자코 곧 돌아가셨느니라.

이에 그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묻기를, '성왕을 받들어 맞이하는 법은 어떻게 합니까' 라고 하자, 여러 신하들은 말하기를, ‘전륜성왕(轉輪聖王)을 맞이하는 법은 국토를 장엄하되 두루 사십 리에 길을 편편하게 다스리고 향즙을 땅에 뿌리며 금과 은이며 값진 옥의 칠보 난간과 여러 당기 · 번기를 세우고 비단과 꽃 · 일산을 성문과 거리에 장엄하게 꾸미고 거문고를 타고 악기를 울리며 도리천과 같이 하여 꽃을 뿌리고 등을 켜며 뭇 이름 있는 향을 사르면서 공경히 길 옆에서 모시어야 합니다’ 하므로, 칠 일 만에 이미 마치고서 왕은 여러 신하와 백관에게 칙명하여 인도하고 따르게 하면서 몸소 부처님을 마중 하는지라, 부처님은 백성들을 가엾이 여기어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갈 채비를 하라. 청에 응하여야겠느니라'고 하시자, 비구 들은 분부를 받들었고 부처님은 본국으로 나아가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시되, '너희들은 이렇게 공양을 마련하고 잘 꾸민 광채를 눈으로 보느냐. 옛날에 내가 옛날 부처님네를 받들어 섬기면서 공양하고 장엄한 것도 지금과 같았느니라'고 하셨느니라.

이때에 나이 어린 범지 무구광(無光)은 어리면서도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뜻이 크고 포부가 넓었으므로 산과 숲에 숨어 살면서 고요함을 지키고 선정을 행하며 도서비참(圖書秘)에 모르는 바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공양을 드리어 스승의 은혜를 갚으려고 생각하여 하직하고 다니면서 교화하다가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느니라.

마을에는 범지가 있어서 이름이 불루타이었고, 하늘에 성대한 제사 지내기를 열두 달 동안 하면서 범지의 무리들 팔만사천 인에게 음식을 공양하다가, 그 해 마지막의 보시로서 금 · 은의 값진 보배와 수레 · 말 · 소 · 양 · 옷 · 비단 · 신 · 칠보의 일산 · 석장(錫杖)이며 차관 등을 그 중 가장 총명하고 지혜로운 이에게 주게 되어 있었느니라.

아직 이렛날이 끝나기 전이었는지라, 나이 어린 보살은 그 대중 가운데 들어가서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도를 논하고 이치를 설명하였더니, 그 대중들은 한량없이 기뻐 뛰놀았으며 주인 장자도 매우 크게 기뻐하여 딸 현의(賢意)를 보살에게 주었지마는 보살은 받지 않고 다만 일산과 석장 · 차관 · 신이며 금전과 은전 각각 일천 만을 가지고 돌아가서 옛 스승에게 올렸더니, 그 스승은 기뻐하며 같이 나누어 주었느니라.

나이 어린 보살은 다시 하직하고 떠나오자, 같이 배운 이들은 각기 한 사람이 은전 일 전씩을 주어 보냈는데, 다니다가 마침내 나라에 들어와 보았더니, 사람들이 기뻐하며 바쁘게 길을 평탄하게 가다듬고 뿌리고 쓸며 향을 사르는지라, 곧 행인에게 묻기를, ‘무슨 일 때문이십니까' 고 하였더니, 행인이 대답하기를, ‘디팜카라 부처님께서 오늘 오시므로 공양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고 하므로, 나이 어린 보살은 부처님이라 함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옷과 털이 숙연하여져, ‘부처님은 어디서 오시며, 어떻게 공양해야 합니까' 고 하였더니, 행인이 대답하기를, ‘오직 꽃과 향이며 비단의 당기 · 번기만으로 합니다'고 하므로, 이에 보살은 곧 성으로 들어가서 공양 거리를 애써 구하며 잠깐 동안 두루 돌았지마는 끝내 얻을 수가 없었느니라.

나라 사람이 말하기를, ‘왕께서 꽃과 향을 금제하고 있습니다. 칠 일이 되면 혼자만 공양한답니다'고 하므로, 보살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매우 언짢았는데, 잠깐 만에 부처님은 이르시어 동자의 마음을 알아차리시고, 때에 어느 한 여인이 꽃을 병에 담아 지녔는지라 부처님은 광명을 내어 꽃병을 환히 비추시며 유리로 변화시켜 안팎에서 서로 보이게 하시자, 보살은 나아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은전이 무릇 오백이 있어 다섯 송이의 꽃을 사기를 청합니다.
디팜카라 부처님께 받들어 올려 나의 본래 소원을 구하겠습니다.

여인은 때에 게송으로 보살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이 꽃의 값어치는 오륙 전인데 어찌 오백 전으로 사려고 하십니까.
지금 어떠한 소원을 구하기에 은전의 보배를 아끼지 않습니까.

보살은 곧 대답하였느니라.

제석 · 범왕 · 악마왕을 구할 것도 아니요, 사천왕과, 전륜성왕을 구하는 것도 아니며,
소원은 내가 부처를 이루어 온갖 시방을 제도 해탈함입니다.

여인은 말하였느니라.

장하십니다. 반갑습니다. 소원을 빨리 이루십시요.
원컨대 저는 다음 세상에 태어나서 언제나 당신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보살은 곧 대답하였느니라.

여인이란 애정과 교태가 많은지라 바른 도의 뜻을 무너뜨리고
구하는 바 서원을 어지럽히며 사람의 보시 마음을 끊게 합니다.

여인은 보살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저는 맹세코 다음 세상에 태어나서 아이들과 그리고 나의 몸까지
보시하여 당신을 따르겠으니 이 이제 부처님이 저의 뜻을 아시리다.

당신께서 나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원하는 바를 들어 주시겠다면
이 꽃을 곧 얻으실 수 있거니와 않겠다면 돈을 도로 드리리다.

바로 그때 전생을 생각하면서 그의 본래 행을 자세히 살펴보매
오백 생(五百生) 동안을 지나오면서 일찌기 보살의 아내가 되었었다.

이에 곧 허락하고 기뻐하면서 꽃을 받아 떠나가는지라 뜻에 매우 기뻐하며, ‘이제 저는 연약한 여인이므로, 나아가 뵈올 수 없습니다. 두 송이 꽃을 맡기오니, 부처님께 올려 주소서' 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부처님이 이르셨는데, 국왕과 신하와 백성이며 장자와 거사, 권속들에게 수천 겹 수백 겹 에워싸였으므로, 보살은 나아가 꽃을 흩으려 하였지만 나아갈 수조차 없었다. 부처님이 지극한 뜻을 아시고 변화로 땅을 질게 만드시어 사람들을 양쪽으로 갈라 서게 하셨으므로, 비로소 나아가게 되어 곧 다섯 송이 꽃을 흩었더니 모두가 공중에 머물러서 꽃일산으로 변화되어 칠십 리를 덮었으며, 두 송이 꽃은 부처님의 양 어깨 위에 머물러서 마치 뿌리에서 난 것 같았으므로 보살은 기뻐하면서 머리를 풀어 땅에 깔며, ‘부처님께서 밟으시옵소서 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어찌 밟을 수야 있겠느냐 하시자, 보살은 대답하기를,

'오직 부처님만이 밟으실 수 있사옵니다’

하였으므로, 부처님은 비로소 밟으시고 서서 웃으시니, 입안에서 오색의 광명이 나와 입으로부터 일곱 자를 떠나서는 두 줄기로 나누어지면서 한 줄기의 광명은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삼천 대천 세계를 비추시어 안 비친 데가 없게 하고 도로 정수리로 들어갔으며, 한 줄기의 광명은 아래로 십팔(十八)지옥에 들어가서 고통이 한꺼번에 편안하 여지게 하셨느니라.

여러 제자들은 부처님께 아뢰기를, ‘부처님은 헛되이 웃으시지 않았사오니, 그 뜻을 말씀하여 주소서’ 하자,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이 동자를 보느냐’ 하시므로,
‘네, 보았나이다’
하자, 부처님은 말씀하시기를,

‘이 동자는 수없는 겁 동안 배운 바가 깨끗하여 마음을 항복받고 목숨을 버리며 욕심을 버리고 공(空)을 지키며 일으키지도 않고 없애지도 아니하며 치우침이 없는 사랑으로 덕과 행과 서원을 쌓아서 이제야 얻었느니라’고 하셨느니라.

부처님은 동자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지금으로부터 백 겁 후에 부처님이 되리니, 명호는 샤아캬무니 (한(漢)나라 말로는 능인(能仁)이라 함) 그렇게 온(如來) · 동등한(無所着) · 더 이상 없는 (至眞) · 바르고 평등하게 깨달은 이(等正覺)라고 할 것이며, 겁의 이름은 파타(波陀)요, 세계의 이름은 사바(錢婆) 이리라. 아버지 이름은 백정(白淨) 이요, 어머니 이름은 마야(摩耶)요, 아내의 이름은 구이(葵夷)요, 아들의 이름은 라훌라요, 시자의 이름은 아난이요, 오른편의 제자는 사리불이요, 왼편의 제자는 목건련이리니, 오탁(五濁)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고 시방을 제도 해탈함이 나와 같으리라'고 하셨느니라. 이에 능인(能仁) 보살은 수기하시는 말씀을 듣고 뛸듯이 기뻐지면서 의심이 풀리고 욕망이 그쳐지며 환하여지고 생각이 없어져서 고요히 선정에 들었는데, 바로 깨끗하고 생멸 없는 법의 지혜를 얻고서 즉시 몸을 솟구쳐 공중으로 올라가 땅에서 일곱 길을 떨어져 있다가 위로부터 내려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면서 문득 사문이 되었으므로,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너는 장차 이 세상에서 나무 아래 풀을 깔고 앉아서는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하리라.

너는 성인의 도량(道場)에 가서 단 이슬의 북을 치고 울리며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잇따라 위없는 법 바퀴를 굴리리라.

너는 장차 이 세상에서 좋은 방편과 위없는 지혜로
아흔 여섯 가지 외도들이 법 눈을 다 얻게 하리라.

너는 장차 이 세상에서 자비로써 네 가지 은혜를 행하고
법의 단 이슬을 베풀면서 세 가지 독의 병을 없애 주리라.

능인 보살은 디팜카라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었고 열반할 때까지 계율을 깨끗이 받들고 바른 법을 수호하고, 사랑하며 가엾이 여기고 기뻐하고 보호하며 어짊과 사랑을 베풀고, 사람을 이롭게 하되 평등 하게 하며 구제하는데 게으르지 않다가 목숨을 마치고 도솔천상에 올라가 났으며, 일체를 구제하고 눈 어둔 이들을 두루 제도하려고 위 로부터 내려와 전륜왕 비행황제(飛行皇帝)가 되니 칠보(七寶)가 인도하며 따랐느니라.

무엇이 칠보인가 하면, 첫째 금륜보(金輪寶)요, 둘째 신주보(神珠寶)요, 셋째 옥녀보(玉女寶)요, 넷째 전보장신(典寶藏臣)이요, 다섯째 전병신(典兵臣)이요, 여섯째 감마보주모갈(紺馬寶珠 )이요, 일곱째 백상보주모미(白象寶珠尾)이니라.

금륜보는 수레바퀴에 천 개의 바퀴살이 있고 무늬를 놓아 새겼으며, 뭇 보배가 섞이고 광명이 환히 비쳐서 해와 달의 광명보다 뛰어났으며, 왕의 위에 있다가 왕이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면 수레바퀴가 굴러 가게 되어 천하를 순행하되 잠깐 동안에 두루 도나니, 이 때문에 금륜보라고 하느니라.

신주보는 이십구 일이 되어 해와 달이 없어진 밤에 구슬을 공중에 달아 두면 그 나라 위에 있으면서 나라의 크고 작음에 따라 안팎을 밝게 비추어 낮과 다름없이 하나니, 그 때문에 신주보라고 하느니라.

옥녀보는 그의 몸이 겨울이면 따뜻해지고 여름이면 시원하여지며 입안에서는 푸른 연꽃 냄새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나며 음식은 저절로 소화되어 대변과 소변의 근심이 없고 여인으로서의 오로(惡露)와 부정한 것도 없으며 머리칼은 몸과 똑같고 키가 크지도 않으며 작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며 검지도 않고 살찌지도 않으며 파리 하지도 않나니, 그 때문에 옥녀보라고 하느니라.

전보장신은 왕이 금 · 은 · 유리 · 수정 · 마니 · 진주 · 산호 등 값진 보배를 얻으려 할 때에 손을 들어 땅을 가리키면 땅에서 칠보가 나오고, 물을 가리키면 물에서 칠보가 나오며, 산을 가리키면 산에서 칠보가 나오고, 돌을 가리키면 돌에서 칠보가 나오나니, 그 때문에 전보장신이라 하느니라.

전병신은 왕의 뜻에 네 가지 병사인 마병(馬兵) · 상병(象兵) · 거병 (車兵) · 보병(步兵)을 얻으려고 하면 그 신하가 왕에게 아뢰기를, ‘얼마의 병사들을 얻으려 하십니까’ 하여 ‘천이거나 만이거나 수없다’ 하면, 돌아보는 순간에 병사들이 벌써 마련되어 진을 치고 엄숙하게 정돈되나니, 그 때문에 전병신이라 하느니라.

감마보는 말은 검푸른 빛깔인데 갈기에 꿰어진 구슬을 문지르며, 씻으면 구슬이 곧 떨어지지만 잠깐 만에 다시 본래대로 생기며 그 구슬은 산뜻하여 앞 것보다 낫고, 우는 소리는 멀리 일 유순(由旬)까지 들리고 왕이 때마침 올라타면 천하를 순행하되 아침에 갔다가 저물 무렵에 돌아오는데도 지치지 아니하며, 말의 다리에 먼지가 닿으면 모두가 금모래로 되나니, 그 때문에 감마보라 하느니라.

백상보는 빛깔은 희고 눈은 검푸르고 일곱 군데는 밋밋하고 힘은 백 마리의 코끼리보다 뛰어나며 갈기 끝에 꿰어진 구슬은 산뜻하고 깨끗하며 입에는 여섯 개의 어금니가 있는데 어금니는 칠보의 빛깔이며, 만약 왕이 타기만 하면 하루 동안에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되 아침에 갔다가 저물 무렵에 돌아오면서도 괴로워하거나 지치지 아니 하며, 만약 물을 건너면 물이 움직이지도 않고 발 또한 젖지 않나니, 그 때문에 백상보라고 하느니라.

그때의 백성들은 수명이 팔만사천 살이요, 후궁 채녀도 각 팔만사천이며, 왕에게는 천의 아들이 있어서 인자하고 씩씩하여 한 사람이 천명을 당해 내며 성왕은 바르게 다스리고 계율의 덕과 열 가지 선행으로 백성들을 가르치며 천하에 태평하고 비와 바람이 때에 알맞으며, 오곡이 잘 익어서 먹으면 병이 적으며 맛은 단 이슬과 같고 기력이 왕성하며, 다만 일곱 가지 병이 있는데 첫째 추위와 둘째 더위와 셋째 배고픔과 넷째 목마름과 다섯째 대변과 여섯째 소변과 일곱째 뜻에 하고 싶어 하는 것 뿐이니라.

성왕은 목숨이 다하여 또 범천에 올라가서 범천왕이 되는 등, 올라 가서는 하늘의 임금이 되고 내려와서는 전륜성왕이 되기를 각각 서른 여섯 번 되풀이 하면서 인간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때때로 나왔으며, 보살이 애써 고생하며 삼(三) 아승지 겁 동안을 겪고 지나다가 겁이 다하려 할 적에 일체를 가엾이 여겨 끝없이 거듭나면서 중생들을 위하였고, 몸은 굶주린 범에게 던지면서 용맹스럽게 힘써 나아갔는지라. 구겁을 뛰어 넘었느니라.

능인 보살은 구십일 겁 만에 도와 덕을 닦고 부처님의 뜻을 배우며 여섯 가지 바라밀(波羅蜜)인 보시(布施) · 지계(持戒) · 인욕(忍辱) · 정진(精進) · 선정(禪定) · 지혜(智慧)를 행하고 좋은 방편과 사랑(慈)·가엾이 여김(悲) · 기쁨(喜) · 보호(護)로써 중생들을 기르되

마치 갓난아이 보살피듯 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겨서 쌓은 덕이 한이 없고 여러 겁 동안 부지런히 고행하여 십지(十地)의 행을 통달하였으며,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있으면서 공과 뜻이 이룩되어 거룩한 지혜가 한량 없었는데, 시기의 운이 다가와서 내려가 부처가 되어야 했으므로 도솔천상에서 네 가지를 자세히 살폈느니라.

토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부모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어느 나라 안 에 나서 교화함이 마땅하며, 먼저 누구를 제도하여야 할까. 백정왕이 야말로 바로 나를 여러 세상 동안 낳아 주신 아버지로구나' 하였느 니라.

구리찰제(均利烈帝)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때에 후원에 있는 못 안에서 목욕을 하였으므로 보살은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하기를, '바로 나를 세상마다 낳아 주신 어머니로다. 가서 태어나야겠구나' 하였 느니라.

때에 오백의 범지들은 모두가 다섯 가지 신통을 지녔는데, 날아서 궁성을 지나다가 지날 수 없게 되자 놀라며 서로 말하기를, ‘우리들의 신통은 석벽(石壁)도 모두 지나가거늘, 무엇 때문에 지금은 지나갈 수 없을까' 하자, 범지의 스승이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 두 여인을 보느냐. 한 여인은 장차 서른두 가지 몸매를 지닌 거룩한 분을 낳을 것이요, 한 여인은 장차 서른 가지 몸매를 지닌 사람을 낳으리라. 바로 그의 위신이 우리들의 신통을 잃게 하였느니라'고 하였는데, 이때에 음성이 천하에 널리 들렸으므로, 백정왕은 기뻐 뛰면서 비행황제가 그의 집에 태어난다 함을 욕심내어 곧 구혼하여 맞아서는 아내로 삼았느니라.

카필라는 삼천의 해와 달과 만이천의 하늘과 땅에서 한가운데가 되는 곳인데, 과거 · 미래 · 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이 땅에서 탄생하셨느니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