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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경전/아함경

수행본기경 유관품(遊觀品)

by 파장波長 2022. 6. 3.

4. 유람하는 품(遊觀品)

이에 왕은 태자에게 말하기를, '다니면서 유람이나 하여라’ 하는지라, 태자는 생각하기를, ‘오랫 동안 깊은 궁전에 있으면서 생각이야 나가서 유람하고 싶었는데, 진실로 소원을 얻었구나 고 하였다. 왕이 나라에 칙명하여 태자가 나가게 되는 곳은 길거리로 엄히 정돈하되 물을 뿌리고 쓸고 향을 사르며 비단 번기와 일산을 달고 아주 산뜻하고 깨끗하게 하였는지라, 태자를 인도하고 따르면서 수 천 수레, 만의 말로써 동쪽 성문을 나가기 시작하였느니라.

때에 수타회천의 난제화라는 태자를 빨리 출가시켜, 시방을 구제하고 세 가지 독의 타는 불에 법의 비를 내리어 독의 불을 끄게 하려고 난제화라는 변화로 늙은이가 되어 길 옆에 쭈구리고 앉아 있었다. 그의 머리는 희고 이가 빠졌으며 살갖은 느슨하고 얼굴은 주름졌으며, 살은 없고 등은 앞으로 꾸부러졌으며, 뼈마디는 시들어서 굽고 눈물과 콧물과 침은 뒤섞여 흐르며 상기(上氣) 되어 어깨로 숨을 쉬고 몸의 빛깔은 검으며, 머리와 손은 쓸 데 없이 흔들리고 몸은 벌벌 떨며 오로(惡露)는 저절로 나오는데 그 위에서 앉았다 누웠다 하므로 태자는 물었느니라.

‘이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하자 천신이 수종을 깨우쳐 주었으므로, 수종은 말하기를, ‘늙은이라 하는가' 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대저 늙음이란 나이가 들어서 감관이 완숙하고 모양이 변하고 빛깔이 쇠하며 기운이 미미해 힘이 다하며 음식은 소화가 안 되고 뼈마디는 떠나가려 하며, 앉고 어남에는 사 람이 필요하며, 눈은 멀고 귀머거리가 되며, 문득 돌아서면 곧 잊어 버리고 말을 하면 갑자기 슬퍼지며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늙음이라 하옵니다’ 하므로, 태자는 탄식하며 말하기를 '사람이 세상에 사는 데에 이런 늙음이라는 근심이 있었구나. 어리석은 사람이야 탐내고 사랑하겠지마는 어찌 즐겨 하겠느냐. 만물은 봄에 나서 가을과 겨울이 되면 시들며 마르고 늙음은 마치 번개와 같이 닥뜨리거늘 어찌 몸이 편안하리라 믿겠느냐 하고,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늙어지면 곧 빛깔이 쇠하고
병이 들면 광택이 없어지나니
살갗이 느슨하고 살이 쭈그러지며
죽음의 목숨만이 가까이 닥치누나.

늙으면 모양이 변하여져서
마치 헌 수레와 같을 것이니
법은 괴로움을 없앨 수 있는지라
마땅히 힘써서 배워야 하리.

목숨은 밤낮으로 다하려 하므로
시기에 이르러서 부지런히 힘쓸지니
세간의 진리는 무상한지라
헷갈려서 어둠 속에 떨어지지 말지로다.

마땅히 배움에 뜻의 등불을 켜야 하고
스스로 익히면서 지혜를 구하며
이 번뇌를 떠나 더러움에 물들지 말 것이요
촛불 잡고 도의 땅을 자세히 살피리라

이에 태자는 곧 수레를 돌려 돌아왔으며, 일체에게 이런 큰 근심이 있음을 불쌍히 여기며 근심하고 언짢아하였다. 왕이 그의 수종에게 묻기를 ‘태자가 나가 노닐다가 무엇 때문에 속히 돌아왔느냐' 하므로, 그 수종은 대답하기를, ‘길에서 늙은이를 만나 슬퍼하고 언짢아하더니, 궁중에 돌아와서도 근심을 하나이다' 하였느니라. 해가 바뀌자 조금 나아져서 다시 나가 유람하려 하므로, 왕은 나라 안에 칙명하여 태자가 나가게 되는 데는 여러 더러운 것을 금하여 길 결에 있지 못하게 하였으며 이에 태자는 수레를 타고 성의 남쪽 문으로 나아갔는데, 하늘이 변화로 병든 사람이 되어 길 옆에 있었다. 몸은 파리하고 배는 크며 몸은 샛노랗게 되었으며 기침을 하고 구역질을 하며, 온갖 마디는 몹시 쑤시고 아홉 구멍에서는 썩은 물이 새며, 부정한 것이 저절로 흐르고 눈으로는 빛깔을 보지 못하며,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신음하면서 숨을 쉬며, 손발은 허공을 더듬으며 '아버지’, ‘어머니’를 부르짖고 '아내야’, ‘아들아 하며 슬퍼하고 그리워하는지라, 태자는 물었느니라.

‘이는 무엇하는 이인가' 라고 하자, 그의 수종은 대답하기를, '병든 사람이옵니다' 하므로, ‘어떤 것을 병이라 하느냐고 하자, 대답하기 를, ‘사람에게는 네 가지 요소(四大)인 땅(地) · 물(水) · 불(火) · 바람(風)이 있어서 하나의 요소에 백 한 가지 병이 있으며, 차츰 서로가 모여서 사백네 가지 병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데 이 사람은 반드시 극도로 춥고 극도로 덥고 극도로 굶주리고 극도로 배부르고 극도로 마시고 극도로 목마르는 등, 때와 자리를 잃었고 눕고 일어나는데 떳떳함이 없다가 그 때문에 이런 병이 걸리게 되었나이다' 라고 하는 지라, 태자는 탄식하며 말하기를, '나는 부귀에 살고 세상에서 지극히 값진 음식으로 입을 상쾌하게 하고 마음을 놓아 제멋대로 하며 다섯 가지 욕심에 빠져서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으므로 역시 이런 병이 있을 터인데, 그와 무엇이 다르겠느냐 하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이 몸이야말로 단단하지 않구나
언제나 네 가지의 요소와 함께 하고
아홉 구멍에서는 부정한 것이 흐르며
늙음이 있고 병환이 있도다.

하늘에 가서 남도 모두가 무상하고
인간은 늙음과 병듦의 근심거리이니
몸을 살피매 마치 비의 거품 같은지라
세간에서 무엇을 즐길 수 있겠느냐.

이에 태자는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서 일체에게 이런 큰 근심 거리가 있음을 생각하는데, 왕은 그 수종에게 묻기를, ‘태자가 나가서 노닐었는데, 이번에는 어떻더냐 하자, 그 수종은 대답하기를, '병든 사람을 만나보고서 이에 언짢아하옵니다' 하였느니라.

해가 바뀌자 조금 나아져서 다시 나가 유람하려 하므로, 왕은 나라 안에 칙명하여 태자가 나가게 되는 곳은 평탄하게 다스리고 더러운 것은 길에서 가까이 함이 없게 하였는데, 서쪽 성문으로 나가자, 하늘은 변화로 죽은 사람이 되었다. 상여를 붙잡고 성을 나가는데 집안 사람들이 따르면서 통곡하고 하늘을 부르며, ‘어째서 우리를 버리고 영원히 이별한단 말이오' 라고 하는지라, 태자는 묻기를, ‘이는 무엇 하는 이인가 하자, 수종은 말하기를, ‘죽은 사람이옵니다’ 하므로, '어떤 것을 죽음이라 하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죽으면 다함이요, 정신이 떠나가는 것이옵니다. 네 가지 요소가 흩어지려 하면 혼신(魂神)이 편안하지 못하며 바람 기운이 떠나가서 숨이 끊어지고 불기운이 스러져서 몸이 차갑게 됩니다. 바람이 먼저요, 불이 다음으로 혼령(魂靈)은 떠나가나이다. 신체는 뻣뻣해지고 다시는 아는 것이 없어지며 십여 일 동안이면 살이 무너지고 피가 흐르며 띵띵 부풀고 문드러져 냄새나며, 취할만한 것은 하나도 없고 몸 속에서는 벌레가 있다가 도리어 뜯어 먹으며, 힘줄과 맥은 문드러져 다하고 뼈마디는 흩어져서 해골은 제자리를 달리하며 척추 · 겨드랑이 · 어깨 · 팔 ·지라 · 종아리와 발이며 손 발가락은 저마다 제 자리에서 떨어지고 날짐승 · 길짐승이 다투어 와서 뜯어 먹으며, 하늘과 용 · 귀신 · 제왕 · 백성 등,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간에 이 환난만은 면할 이가 없나이다’ 하므로 태자는 길게 탄식하면서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늙음 · 병듦 · 죽음을 자세히 살피면서
태자는 마음으로 길게 탄식하노라
인생에는 항상 있는 것이 없으므로
나의 몸도 당연히 그러하리라.

이 몸이 죽어지는 물건이 되면
정신은 형상이 없을 것이나
가령 죽었다 다시 난다 하더라도
죄와 복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

끝내 한 세상만이 아닌 것인데
어리석어서 오래함을 사랑하나니
이로부터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으며
몸은 죽어도 정신만은 없어지지 않으리라.

공중도 아니요 바다 속도 아니며
산과 돌의 사이에 들어가도 안 되리니
죽음을 벗어나서 그만두며 받지 않을
땅과 방소(方所)는 아무 데도 없으리라.

이에 태자는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와서 중생들에게 늙고 병 들고 죽는 괴로움과 큰 근심 거리가 있음을 가엾이 여기어 근심하며 밥도 먹지 못하는데, 왕은 그 수종에게 묻기를, ‘태자가 나가 노닐면서 과연 즐거움이 있었더냐 하므로, 곧 왕에게 대답하기를, '죽은 사람 을 만나고서 도리어 언짢아하고 있나이다' 하였느니라.

해가 바뀌어 조금 나아져서 다시 유람하려고 수레를 차려 북쪽 성문으로 나갔더니, 하늘은 다시 변화로 사문이 되어 법복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걸음걸이를 차분히 하여 눈을 앞에서 떼지 않는지라, 태자는 묻기를, ‘이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하자, 그 수종은 대답하기를, ‘사문(沙門) 이옵니다’ 하므로, ‘어떤 이를 사문이라 하느냐 하자, 대개 듣건대, 사문이란 도를 닦나이다. 집과 처자를 버리고 애욕을 버리며 육정(六情)을 끊고 계율을 지켜 함이 없으며, 일심(一心)을 얻으면 곧 만 가지 삿됨이 스러지옵니다. 일심의 도는 아라한(阿羅漢) 이라 하옵고, 아라한이란 진인(眞人)이옵니다. 소리와 색이 더럽힐 수 없고 영화스런 지위가 굽힐 수 없으며, 움직이기 어려움이 마치 땅과 같고 이미 근심과 고통을 면하였으며, 나고 죽음이 자재롭다 하옵니다' 하므로, 태자는 말하기를, ‘장하도다. 이것만이 상쾌한 것이로구나 하고, 이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애달프다 이런,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 있으니
정신은 지은 죄에 도로 들어가
여러 고통들을 겪고 지나는구나.

이제는 마땅히 여러 고통 없애고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없애며
다시는 사랑과 만나지 않고
영원히 열반을 얻게 하리라.

이에 태자는 곧 수레를 돌려 돌아와서 근심하며 먹지도 못하는데, 왕은 그의 수종에게 묻기를, ‘태자는 또 나가서 뜻에 어찌 즐거워하더냐 하자, 수종은 대답하기를, ‘가다가 사문을 보고서 갑절 더 근심하며, 음식조차 드시려 하지 않나이다' 하는지라, 왕은 듣고 크게 성을 내며 손을 들어 내리치면서 ‘전번에 길을 닦으라 신칙하였는데, 또 태자에게 상서롭지 못함을 문득 보게 하였구나. 죄는 죽여 마땅하 도다' 하고, 곧 신하들을 불러 각자 건의하게 하면서, ‘어떠한 방술을 써야 장차 태자가 나가서 도를 닦지 않게 되겠소' 라고 하자, 한 신하 가 있다가 말하기를, ‘태자에게 농사짓는 일을 감독하게 하면서, 그 뜻을 골똘히 하여 도를 생각하지 않게 해야 하오리다’ 하므로 곧 농사짓는 기구인 쟁기와 소며 크고 작은 수종들을 딸리어 밭에 올라가서 감독하는 일을 맡겼느니라.

태자는 염부수(浮樹) 아래 앉아서 밭갈이하는 것을 보았더니, 흙덩이가 부서지면서 벌레가 나오는데, 하늘이 또 변화로 소에게 목으로 흙덩이를 후비적거려서 벌레가 아래로 뚝뚝 떨어지게 하면 까마귀가 따르면서 쪼아먹고, 또 개구리를 만들어 쫓아가서 서리고 있는 것을 잡아먹게 하며, 구멍으로부터 뱀이 나와 개구리를 잡아먹고, 공작이 날아 내려와서 그 뱀을 쪼아먹고, 매가 있다가 내려와서 공작을 쳐서 잡고 수리가 다시 와서 움켜쥐며 잡아먹게 하였으므로 보살은 이 중 생들이 점차로 서로가 잡아먹음을 보고서 인자한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면서 곧 나무 아래서 제일선(第一禪)에 들었는데, 햇빛이 빛나는 지라 나무가 그를 위하여 가지를 굽혀 주어 그 몸을 따라가며 그늘이 지게 하였느니라.

왕은 생각하기를, ‘태자가 언제나 궁중에 있으면서 일찍이 고생한 일이 없었다' 하고, 곧 그의 수종에게 묻기를, ‘태자는 어떻더냐’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지금 염부수 아래 있으면서 한 마음으로 선정 (禪定)에 드셨나이다' 하는지라, 왕은 말하기를, ‘나는 감독을 시키면서 그의 뜻을 어지럽히려 한 것인데, 그렇게 그대로 선정에 든다면야 집에 있음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하면서 왕은 칙명하여 수레를 차리고 곧 마중하러 가다가 멀리서 태자를 보았더니 나뭇가지가 굽어서 그늘지게하고 신령스럽게 빛남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모르는 결에 말에서 내려 그에게 예배하였느니라.

때에 함께 돌아오는데, 아직 성문에 미치기 전에 수없는 사람이 꽃과 향을 받들며 마중을 하고 관상하는 이 모두가 '수명이 한량 없으소서’ 하며, 칭찬하므로 왕은 묻기를, ‘무엇 때문입니까' 하자 범지는 대답하기를, ‘내일 아침에 해가 돋으면 칠보가 이르게 되리다’ 하는 지라,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겠구나' 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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