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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경전/아함경

수행본기행 시예품(試藝品)

by 파장波長 2022. 6. 2.

3. 재주를 시험하는 (試藝品)

이에 태자는 여러 관속들과 함께 즉시 궁전으로 돌아 왔는데, 나이 열일곱이 되자 기묘한 재주가 더욱 나타났지마는 밤낮으로 근심하며 기뻐하거나 즐거워하는 일이 없이 언제나 출가만을 생각하였으므로, 랑은 그의 수종에게 묻기를, ‘태자는 어떻더냐 하였더니, 그 수종은 대답하기를, ‘태자는 날마다 근심하고 여위기만 하며 기뻐하거나 즐거워하는 일이 없나이다’ 하므로, 왕은 또 근심하며 여러 신하들을 부르고서, ‘태자가 근심을 한다 하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소' 라고 하였더니, 한 신하가 있다가 말하기를, ‘병법과 기마술을 익히게 하시옵소서' 하였고, 어떤 이는 말하기를, ‘수박(手博)과 활쏘기며 말 타기를 익혀야 하옵니다’ 하기도 하였고, 어떤 이는 말하기를, ‘나라 지경을 순행하게 하면서 유람하고 보시하게 하여 그 뜻이 흩어지게 하여야 하리다’하기도 하였으며, 어느 한 대신은 말하기를, ‘태자는 이미 장대하셨으니, 의당 장가를 들여서 그 뜻을 돌려야 하오리다 하였느니라.

왕은 태자를 위하여 이름있는 여인을 채택하려 하였으나 뜻에 맞는 이가 없었는데, 작은 나라의 왕 선각이라는 이에게 구이()라는 딸이 있어서 단정하고 맑고 깨끗하여 천하에서 짝할 이가 없었는지라 여덟 나라에서 왕들이 모두가 아들을 위하여 구혼하였지마는 모두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함을 듣고서 곧 선각을 불러서 말하기를, ‘나는 태자를 위하여 당신의 따님에게 장가를 들이려 하오’ 하였더니, 선각은 대답하기를, ‘딸에게는 어머니가 있고 그리고 여러 신하들과 국사 범지가 있으므로 마땅한가를 물어야 하겠으니, 따로 아뢰겠습니다 하고, 선각은 나라로 돌아가서 근심하고 언짢아하면서 음식조차 먹지 못하였느니라.

딸은 곧 왕에게 묻기를, ‘몸이 불편하십니까. 무엇 때문에 언짢아 하십니까' 하자, 부왕은 말하기를, '너 때문에 내가 근심을 하느니라 하므로 딸은 말하기를 '어찌하여 저 때문이라 하십니까' 하자 부왕은 말하기를, '여러 국왕들이 와서 너에게 청혼함을 들었으면서도 나는 모두 허락하지 아니하였는데, 이제 백정왕이 태자를 위하여 너에게 청혼하였다.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아마 벌을 줄 것이요, 마음에 든다 하여 허락하려 하면 여러 나라에 원한이 맺힐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근심하느니라' 하였더니, 딸은 말하기를, ‘아버님께서는 뜻을 편히 지니십시오. 이 일은 쉽습니다. 제가 칠 일 후에 스스로 결정하러 문에 나가겠습니다’ 하므로, 선각은 허락하고서 백정왕에게 알리기를, ‘딸 이 칠 일 후에 자신이 나가서 나라 안에서 무용과 기술이 가장 뛰어난 이로서 결정하겠다 하니, 그렇게 하여야 되겠습니다’ 하였느니라.

백정왕은 생각하기를, ‘태자는 궁중에 있으면서 일찌기 익혀 본 일이 없었거늘, 이제 재주를 시험하려 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 하였다. 그 날이 되자 구이는 오백의 시녀들을 데리고 나라의 문 위에 나아 갔더니 여러 나라의 재주 있는 선비들이 널리 모두가 구름처럼 모였는지라, ‘가장 미묘한 재주와 예법과 음악을 갖추고 있는 이를 보고서 나는 비로소 응하겠습니다' 라고 하므로,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 하기를, ‘경기장에 나가서 여러 기술을 관전할지니라' 하고, 왕은 우 다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태자에게 말하라. 태자를 장가들이려고 하는 것이니, 기특한 재주를 나타내어야 하리라 하자, 우다인은 분부를 받고 가서 태자에게 말하기를, ‘왕께서 장가들이려고 예법과 음악을 시합하게 한 것이니, 경기장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하였느니라.

태자는 곧 우다인과 난다(難陀)와 데바닷타(調達), 아난 등 오백 인과 함께 예법 · 음악 · 활쏘기 등 재주 겨루는 도구를 가지고 성문을 나가는데, 코끼리 한 마리가 놓여 있었는지라 그 성문에 당도하여 힘이 세다고 뽑내는 사람 데바닷타가 먼저 나오다가 코끼리가 문을 막고 있음을 보고 한 주먹으로 내질러서 즉사시켰느니라. 이윽고 난다가 이르러서야 길 옆에 끌어다 놓았는데, 뒤에 태자가 오다가 그 수종에 게 묻기를, '누가 코끼리를 죽였느냐 하자, 대답하기를, '데바닷타가 죽였나이다' 하므로, '누가 또 옮겼느냐' 하자, 대답하기를, ‘난다이 옵니다' 하므로, 보살은 인자스럽게 천천히 코끼리를 어루만지다가 들어서 성 밖으로 던지자, 코끼리는 곧 도로 소생하여 본래와 같아졌느니라.

데바닷타는 경기장에 이르러서 여러 역사들과 씨름을 하였는데, 당해낼 수 있는 이가 없어서 여러 이름 있고 힘이 센 이들이 모두 참패를 당하였느니라. 왕은 그 수종에게 묻기를, '누가 이겼느냐 하자, 대답하기를, ‘데바닷타이옵니다’ 하므로, 왕은 난다에게 말하기를, '너와 데바닷타 두 사람이 씨름을 해보라' 하는지라, 난다는 분부를 받고 즉시 씨름하였더니, 데바닷타가 단번에 넘어지면서 기절하였으므로 물을 붓고 해서 한참 만에 깨어났는데, 왕은 다시 묻기를 '누가 이겼느냐' 하므로, 그 수종은 대답하기를, ‘난다가 이겼나이다' 하였더니, 왕은 난다에게 말하기를, ‘태자와 결판하여라' 하자, 난다는 왕 에게 아뢰기를, ‘형님이야말로 마치 수미산과 같고 난다는 실로 겨자 씨와 같으므로, 실로 그 동류가 아니옵니다' 하고, 사양하면서 물러 갔느니라. 

다시 활쏘기로써 결정하는데, 먼저 쇠북을 놓되 십리 마다 하나씩을 일곱 개의 북을 놓았다. 여러 유명한 사수들은 그 화살의 힘이 대단하였지마는 하나의 북에도 미치지 못하였느니라.

데바닷타가 쏘자 하나를 뚫고 두 개를 맞쳤으며, 난다는 둘을 지나 화살이 세개째의 북을 꿰뚫었으며, 그 나머지 사수들은 미칠 수 있는 이가 없었느니라. 

태자는 나아가 쏘려 하였지마는 활을 당기면 모두가 꺾이며 손에 맞는 것이 없으므로 그의 수종에게 말하기를, ‘우리 선조에게 활이 있었는데, 지금 천묘(天廟)에 있다. 너는 가지고 오너라'하므로, 곧 가서 활을 가져오는데 두 사람이어야 감당할 수 있었으며, 여러 사람 들에게 주어도 들 수 있는 이가 없었느니라.

태자가 활에 시위를 매자 활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와 같았고 대중 들에게 전해 주어도 당길 수 있는 이가 없었는데, 태자는 잡아 끌어다. 활을 튀기매 소리가 사십리까지 들렸으며 활에 화살을 먹여 쏘았더니, 일곱 개의 북을 꿰뚫어 지나갔고, 재차 쏘자 북을 뚫고 땅으로 들어가서 샘물이 솟아 나왔으며 세번째 쏘자 북을 꿰뚫고 철위산에 닿았음으로, 모든 대중들은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으며 와서 재주를 겨룬 이들은 모두가 참패당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떠나갔느니 라.

다시 어떤 힘센 사람이 맨나중에 왔는데, 씩씩하고 건장하여 보통이 아니었고 용맹함이 세상에서 뛰어나서 말하자면 데바닷타와 난다는 겨룰 거리도 못 되었고 태자나 함께 재주를 겨룰만 하였느니라.

욕을 당하고 떠나가던 이들은 자세히 보고서 부르며 ‘보복할 수 있겠다'고 하여 뛰놀며 기뻐하면서 힘센 사람에게 말하기를, ‘그대의 뛰어난 용맹은 세상에서 뛰어나서 당할만한 이가 없소. 힘대로 하면 이기게 되리다. 반드시 뜻대로 되면 모두가 뒤를 따라 돌아가겠소’ 하자, 자세히 살피면서 태자와 승부를 결정하려고 하므로 데바닷타와 난다는 그 위엄과 용맹을 떨치면서 곧 나아가 치려고 하는지라, 태자는 말리면서 말하기를, ‘이는 사람이 아니다. 힘이 센 악마 왕이니라.. 너희들로서는 제압할 수 없고 반드시 욕을 당하리니, 내가 당해 내겠 느니라 하므로 부왕은 이를 듣고 생각하기를, ‘태자가 어려서 매우 근심되고 두렵구나' 하였으며, 와서 구경하는 이들은 태자를 이기리 라고 여겼는데, 때에 힘센 사람이 땅을 차며 날쌔게 일어나서 팔을 떨치며 손을 올려 나아가 태자를 거머잡자, 태자는 바로 그때에 붙잡 으며 냅다 쳐서 땅에 거꾸러뜨리니 땅이 크게 진동하였으며, 여러 모이 이들이 거푸 욕을 당했는지라 뿔뿔이 흩어지며 홀연히 없어져버 렸느니라.

태자가 가장 승리한지라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며 거문고를 타고 궁중으로 돌아가는데, 우다인은 선각에게 말하기를, ‘태자의 재주야말로 일마다 특수하였는데 따님 구이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하자 선각은 대답하기를 '오백의 시녀들을 데리고 성문 위에 있습니다 하므로 우다인은 태자에게 말하기를, ‘기특하신 일을 나타내야 하리다' 하자, 태자는 몸의 영락을 벗어 멀리서 던지려 하므로, 우다인은 말하기를 '여러 여인들이 많거늘 이제 누구에게 던져 주렵니까' 하자 태자는 말하기를, 영락이 목에 걸리는 바로 그 사람이리라' 하면서, 곧 구슬을 던지자 바로 구이에게 걸렸으므로, 모든 여인들은 칭찬하 면서, ‘미묘하구나. 매우 기특하여 세상에서 있기 드문 일이로다’하 였느니라. 

이에 선각은 엄숙하게 갖추어서 딸을 전송하며 태자의 궁전에 나 아가게 하였는데, 뭇 수종들이 무릇 이만 인이었느니라.

밤낮으로 재미있게 즐기며 세상에서 뛰어난 음악이었지마는, 태자는 뜻에 기쁘게 여기지 않고 언제나 버리고서 고요히 도업을 닦으며 중생들을 제도하려 하였으므로 왕은 그 수종에게 묻기를, ‘태자가 비 ()를 맞이한 이래로 뜻이 어떻더냐 하자, 수종은 왕에게 대답하기를, '근심하고 언짢아 하는지라 몸이 여위어 점점 전보다 못하옵니다 하므로, 왕은 조심하면서 곧 여러 신하들을 불러,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소’ 하자, 여러 신하들이 의논하며 말하기를, '다시 장가를 들여서 그에게 풍악을 불려야 하겠나이다. 만일 뜻을 돌릴 수만 있다면 세간을 즐거워하오리다’ 하므로, 즉시 또 아름다운 여인에게 장가들였나니, 첫째가 중칭미(衆稱美)이고, 둘째가 상락의 (常樂意)라고 하였느니라.

하나의 부인에게 이만 씩의 채녀가 있었는지라, 세 부인에게 무릇 육만의 채녀들이 있어서 단정하고 아름다워 천녀(天女)들과 다름이 없었는데, 왕은 구이에게 묻기를 ‘태자에겐 지금 육만의 채녀들이 있 어 풍악을 울리고 공양하는데, 태자는 과연 즐거워하느냐' 하자, 대 답하기를, ‘태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정신을 외곬으로 쓰며 도에 뜻을 두기 때문에 욕심과 즐거움을 생각조차 않나이다' 하였느니라.

왕은 듣고 근심하면서 여러 신하들을 불러서 또 함께 의논하기를, '이제 태자에게 이바지한 것은 세상에선 더할 나위없이 값지고 기이한 것인데도 뜻을 오로지 그대로 하여 일찌기 기뻐하거나 즐거워한 일이 없다는데, 틀림없이 아시타의 말씀과 같을까요’ 하자, 여러 신하들은 대답하기를, ‘육만의 채녀들이면 세상에서 최상의 즐거움이거 늘, 기쁘게 여기지 않는다면야 밖으로 내보내어 유람하며 다스려지는 정사나 자세히 살피게 하면서 도의 뜻을 흩어지게 해야 하오리다' 고 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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