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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경전/아함경

수행본기경 강신품(降神品)

by 파장波長 2022. 6. 2.

2. 보살이 세상으로 내려오시는 품(降神品)

이에 능인 보살은 변화하여 흰 코끼리를 타고 와서 어머니의 태 안으로 나아갔는데, 사월 팔일에 부인은 목욕하고 향을 바르고 새옷을 입은 뒤에 몸을 조금 편안히 기댔더니, 꿈에 공중에서 흰 코끼리를 타고 광명을 천하에 모두 비추며 거문고를 뜯고 악기를 울리며 타고 노래하면서 꽃을 흩뿌리고 향을 사르며 자기 위에 와서는 갑자기 없어짐을 보고 부인은 놀라 깨어났으므로, 왕은 곧 묻기를, ‘무엇 때문에 놀라시오' 라고 하자, 부인은 말하기를, ‘방금 꿈 속에서 흰 코끼리를 탄 이가, 공중으로부터 날아 오면서 거문고를 뜯고 악기를 울리며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며 제 위로 와서는 갑자기 없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놀라 깨어났습니다' 라고 하므로, 왕은 두려워하며 마음 속으로 언짢게 여기어 곧 관상장이 수 약야를 불러서 그 꿈을 점치게 하였더니, 관상하는 이는 말하기를,

'이 꿈이야말로 왕에게 복과 경사입니다. 거룩한 신이 태안에 내려오셨기 때문에 이런 꿈이 있었습니다. 탄생한 아들이 집에 있으면 장차 전륜비행 황제가 될 것이요,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 장차 부처님이 되어서 시방을 제도 해탈하시리다’ 하므로 왕은 기뻐하였으며, 이에 부인은 몸과 뜻이 온화하고 맑아지는지라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이제 나는 아이를 가졌는데
이는 반드시 마하살(摩訶薩)이라
음욕 · 상됨 · 시새움과 성냄이 그쳐지고
몸과 마음이 깨끗하고 편안하여지누나.

마음으론 언제나 보시를 즐기고
계율을 지니며 인욕하고 정진하며,
선정의 뜻으로 삼매에 들고
지혜로 널리 사람들을 제도하리.

대왕의 몸을 자세히 살피고는
공경함이 마치 부형(父兄)처럼 여기며,
백성들을 보시며 가엾이 여기심이
자기의 갓난 아이같이 여기시어

병든 이는 요약으로 치료해 주고
배고프고 추워하는 이에겐 옷과 밥주며
가난한 이 가엾이 여기고 어른과 늙은이 공경하며
즐거이 나고 늙음을 없어지게 하리라.

여러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은
모진 고통 근심에 시달리나니
원컨대 왕이시여, 큰 사랑 내리어
한꺼번에 죄와 허물을 용소하소서.

세상 풍속의 음악 소리를
저는 이제 듣고 싶지 아니하므로
산과 숲의 편안함에 나아가서는
깨끗하고 고요히 잠잠하여 안정하리.

이에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은 대왕의 부인이 임신하였음을 듣고 모두가 와서 조하(朝賀)를 하며 저마다 금은의 값진 보배와 옷이며 꽃과 향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쳐 올리면서 길함을 찬양함이 한량 없었는데, 부인은 그들을 물리치며 피로하거나 번거롭지 않게 하려 하였느니라.

부인이 임신하고서부터 하늘에서 바친 여러 가지 맛있는 것으로 정신과 기력을 돕고 보태었으므로, 저절로 배가 부르며 왕궁의 요리는 받지 않았느니라.

열 달이 다 차서 태자의 몸이 이루어지고 사월 팔일이 되었는데, 부인은 나가서 유람하며 유민수(遊民樹) 아래를 지나다가 뭇 꽃이 피고 샛별이 돋아날 때에 부인은 나뭇가지를 잡아 당겼더니, 문뜩 오른 겨드랑이로부터 탄생하며 땅에 떨어지면서 일곱 걸음을 걸어가 손을 들고서 말하기를,

‘하늘 위와 하늘 아래서 오직 나만이 높도다. 세 세계가 모두 괴로 움이므로, 나는 장차 편안하게 하리라'고 하였느니라.

바로 그때에 하늘과 땅은 크게 진동하고 삼천 대천 세계는 크게 밝지 않음이 없었으며, 제석과 범왕이며 사천왕, 그리고 여러 용 · 귀신 · 야차 · 건달바 · 아수라 등의 관속들은 모두 함께 와서 모시며 호위하였고 용왕의 형제 가라와 울가라는 왼편에서 따스한 물을 비내리고 오른편에서 찬 물을 비내렸으며, 제석과 범왕은 접근하여 하늘 옷을 가지고 쌌고 하늘에서는 꽃과 향을 비내리며 거문고를 뜯고 악기를 울리며 쪼이는 향 · 사르는 향 · 찧은 향 · 기름 향이 허공에 꽉 메웠는데, 부인은 태자를 안고 교룡거(交龍車)를 타고 당기와 번기며 풍악이 인도하고 따르면서 궁중으로 돌아왔느니라.

왕은 태자가 탄생하였음을 듣고 마음이 뛸듯이 기뻐하며 대중과 백관이며 여러 신하와 범지 · 거사 · 장자며 관상하는 이들과 함께 나가서 마중하는데, 왕의 말의 발이 땅에 닿자 오백 가지 흙에 묻힌 보배들이 한꺼번에 튀어 나왔으므로 많은 일행들은 이익을 얻었느니라.

때에 모인 범지인 관상하는 이들은, 만세를 널리 부르면서 곧 태자 의 이름을 싯다르타(悉)라고 지었으며, 왕은 제석 · 범왕 · 사천왕과 여러 하늘 · 용 · 신 등이 공중에 가득 찼음을 보고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숙연하여지는지라, 모르는 결에 말에서 내려와 태자의 발에 예배하였느니라.

때에 아직 성문에 이르기 전에 길옆의 신묘(神廟)는 한 나라에서 존경하는 곳이라 범지인 관상하는 이들이 모두 말하기를, ‘응당 태자를 데리고 가서 신상에 예배하여야 하리다’ 하므로, 곧 안고 신묘에 들어갔더니 여러 신들의 형상이 모두 다 거꾸로 넘어지므로 범지인 관상하는 이들과 온 대중들은 모두 말하기를, ‘태자야말로 참으로 신령하고 진실로 미묘하도다. 거룩한 덕이 감화하여 천신들이 귀명하는 구나’하면서, 모두 태자를 일컫되, ‘하늘 중의 하늘’ 이라고 하였느 니라,

이에 궁중으로 돌아왔는데, 하늘에서 서른두 가지의 서응(瑞應)을 내렸느니라. 첫째 땅이 크게 움직이면서 큰 언덕이 모두 평평하여졌으며, 둘째 길과 거리가 저절로 깨끗해지고 더러운 냄새가 나는 곳이 향기로운 냄새로 바꾸어졌으며, 셋째 나라 지경의 마른 나무에서 모두 꽃과 잎이 났으며, 넷째 동산에서 저절로 기이하고 단 과일이 났으며, 다섯째 육지에서 연꽃이 나와 크기가 마치 수레바퀴 같았으며, 여섯째 땅속에서 묻혀 있던 보배 광이 모두 저절로 튀어나왔으며, 일곱째 안에 감춰진 보물이 열려지면서 밝은 광명을 나타냈으며, 여덟째 상자에 있던 옷들이 횃대에 걸려 있었으며, 아홉째 뭇 시내의 만 갈래 흐름이 멈추어지면서 맑고 깨끗하여졌으며, 열째 바람이 개고 구름이 걷히면 서 공중이 깨끗하고 맑았느니라.

열한째 하늘의 사면에서 가는 기름 향을 비내렸으며, 열두째 명월 신주(明月神珠)가 전당에 걸려졌으며, 열셋째 공중에 불과 촛불이 다시 쓸 데가 없어졌으며, 열넷째 해와 달과 별이 모두 서서 가지 않았으며, 열다섯째 비성(佛星)이 아래에 나타나서 태자의 탄생을 모셨으며, 열여섯째 하늘의 맑은 보배 일산이 궁중 위를 완전히 덮었으며, 열일곱째 팔방의 신들이 보배를 받들고 와서 바쳤으며, 열여덟째 하늘의 온갖 맛있는 밥이 저절로 앞에 나타나 있었으며, 열아홉째 보배 독의 아가리마다 단 이슬이 매달려 담겨 있었으며, 스무째 천신이 칠보로 된 교로(交露) 수레를 끌고 왔느니라.

스물한째 오백 마리의 큰 코끼리 새끼가 저절로 전각 앞에 늘어서 있었으며, 스물두째 오백 마리의 흰 사자 새끼가 설산으로부터 나와서 궁전 앞에 늘어서 있었으며, 스물셋째 하늘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궁녀들의 어깨 위에 나타나 있었으며, 스물넷째 여러 용왕의 딸들이 궁성을 빙 둘러서 있었으며, 스물다섯째 하늘의 일만 옥녀들이 공작의 불자(拂子)를 붙잡고 궁성 담 위에 나타나 있었으며, 스물여섯째 하늘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금의 병에 향습을 담아 가지고 줄을 서서 공중에서 모셨으며, 스물일곱째 하늘의 음악이 모두 내려와서 한꺼번에 울렸으며, 스물여덟째 지옥이 모두 휴식하고 모진 고통이 시행되지 않았으며, 스물아홉째 독벌레가 숨어 엎드리고 상서로운 새들이 날면서 지저거렸으며, 서른째 고기잡이와 짐승사냥 등의 나쁜 짓이 같은 때에 인자한 마음으로 되었느니라.

서른한째 지경(地境) 안에 부인들이 아이를 낳으면 모두가 사내아이였고 귀머거리 · 소경 · 벙어리 · 곱사등이 등의 온갖 질병이 모두 나았으며, 서른두째 수신(樹神)이 사람으로 나타나서 머리 숙여 예배하고 시중을 드는 것이였느니라. 이때를 당하여 열여섯의 큰 나라에는 맑고 기특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느니라.

이에 향산(香山)에 있던 도사(道士) 아시타(阿夷)는 한밤중에 깨어났더니 하늘과 땅이 크게 진동하므로, 자세히 살펴보니 광명이 빛나고 예사롭지 않았으며 산중에 있던 우담바라(優景鉢) 꽃 속에서 저절로 큰 사자가 나오더니 땅에 떨어지자, 곧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머리를 들고 으르릉거리니 두루 사십 리 안의 날짐승· 길짐승과 날고 기며 꿈틀거리는 동물들이 두려워하며 엎드리지 않는 것이 없었으므로, 아시타는 생각하기를, ‘세간에 부처님이 계시어야 이런 상서로움 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 세상은 다섯 가지 흐림(五濁)으로 악이 왕성하거늘, 어째서 이런 상서로운 서응이 있을까' 하다가, 날이 새므로 카필라국으로 날아가는데 아직 나라 성에 미치기 전에 사십 리 밖에서 갑자기 땅으로 떨어지는지라, 마음에 매우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이는 반드시 부처님이 계시리라. 나는 의심할 것조차 없다' 하고, 걸어서 궁전문에 나아갔더니, 문지기가 왕에게 아뢰기를, ‘아시타께서 문에 계시옵니다' 하므로, 왕은 놀라며 말하기를, '아시타는 언제나 날아 다니거늘 지금은 어찌하여 문에 계시면서 들겠다고 알리실까' 하고, 왕은 곧 나가서 예배하고 영접하여 씻은 뒤에 새 의복을 주고서 문 안하였느니라.

‘몸소 돌보시어 높고 거룩함을 굽히셨습니다’ 하자, 아시타는 대답하기를, ‘듣건대, 대왕의 부인께서 태자를 탄생하셨다 하므로 일부러 살펴보러 왔습니다’ 하므로, 나인(內人)에게 칙명하여 태자를 안고 나오게 하였더니, 시녀가 아뢰기를, ‘태자는 고단하시어 이제 편안히 잠이 드셨나이다' 하는지라, 아시타는 기뻐하면서 곧 게송으로 말하 였느니라.

대웅(大雄)께서는 늘 스스로 깨달았고
깨닫지 못한 이들을 깨우쳤으며
겁을 지나면서 잠들어 눕지 않았거늘
어찌 잠을 잔다 하겠습니까.

이에 시녀는 태자를 안고 나와서 아시타에게 향하여 절을 시키려 하자, 아시타는 문득 놀라며 일어나서 나아가 태자의 발에 예배하므로, 국왕과 여러 신하들은 국사 아시타가 태자에게 공경히 예배함을 보고 마음에 송구하게 여기며 더욱 지극히 높으신 이인 줄 알아차리고서 곧 땅에 엎드려 태자의 발에 예배하였느니라.

아시타는 백 명의 장사들을 돌려 엎는 듯한 날쌘 힘으로 낚아채면서 태자를 안았으므로 그의 근육과 뼈가 따라 움직였는데, 기특한 몸매인 서른두 가지와 여든 가지 잘 생긴 모습이며 몸이 금강과 같고 아주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움을 보고서, '모두가 비기참서에서와 같구나. 반드시 부처님이 되시리라. 나는 의심할 것조차 없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슬퍼하면서 말조차 못하는지라, 때에 왕은 당황해 하며 묻기를, ‘태자에게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나이까. 길하거나 흉하거나 간에 말씀해 주십시오.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하자, 아시타는 스스로 억제하며 곧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이제 큰 성인이 태어나셨으니
세상의 모든 재난 없어질 텐데
나 자신은 복이 없어서
칠 일 후면 죽게 됨을 슬퍼합니다.

신통과 변화를 보지 못하고
설법하여 세간에 비내림도 못 보며
이제 태자와 이별하게 되었나니
그 때문에 스스로 슬퍼서 웁니다.

태자는 손을 들며 말하기를
다섯 갈래와 시방의 사람들을
나는 응당 다하도록 교화하여
모두가 그 자리를 얻게 하리라.

본래 나의 뜻에 원(願)하는 바는
마땅히 삿트바를 제도하여서
한 사람이라도 도를 얻지 못하면
나는 열반에 들지 않는 것이니라.

이에 아시타는 기뻐하면서 거듭 태자의 발에 예배하는지라, 백정왕도 두려움이 그쳐지고 기뻐졌으므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태자에게 어떠한 몸매(相)가 있어서
어떻게 세상을 다스리겠습니까.
모든 몸매에 어떤 복이 있는가를
저를 위해 하나하나 말씀하여 주십시오.

때에 아시타는 게송으로 왕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이제 태자의 몸을 살피건대
금빛깔에 뜻이 견고하여서
위없는 금강의 절굿공이로
음욕의 산을 찧어 부셔버리겠습니다.

거룩한 분의 몸매를 원만히 갖추시어
발바닥은 바르고 편편한지라
나라에 계시면 늘 태평하게 다스리고
출가하면 다 옳게 깨달으시겠습니다.

손발에 수레바퀴 형상이 나타나고
그 상호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나니
그러므로 법의 바퀴 굴리시게 될
부처님과 세 세계의 높으신 이 되시리다.

사슴의 장딴지에 용의 넓적다리며
말처럼 감추어진 남근의 몸매는
보는 이가 싫어함이 없을 것이니
그러므로 법이 깨끗하리라.

가늘고 긴 팔과 손가락이며
부드러운 손바닥은 중리(中里)를 만지리니
그러므로 법은 오래고 길어서
천 년 동안 세상에서 가르치리다.

살갖과 털은 부드럽고 가늘며
오른편으로 말리고 티끌이 끼지 않으며
금빛깔의 구쇄골이니
그러므로 외도를 항복 받으리다.

방정한 몸에 사자의 가슴이며
빙빙 돌았으되 굽지 않았고
반듯이 서면 손이 무릎을 지나나니
그러므로 일체가 예배하리다.

몸의 일곱 군데가 가득히 차고
천의 장부 힘으로 적을 당해 내리니
보살이 전생부터 지은 행이라
그러므로 원한과 미워함이 없으리다.

입안에는 마흔 개의 이가 있어서
바르고 희면서 가지런하므로
단 이슬 법으로 중생 통솔하리니
그러므로 일곱 가지 보배가 있으리다.

뺨은 마치 사자와 같으며
네 개의 어금니 같은 만(萬)자가 있는지라
부처님의 덕은 천하에 나타나리니
그러므로 세 세상이 넉넉하리다.

맛에서 맛이 나고 차례로 맛이 나서
먹는 것에 그 맛을 알 것이므로
그 때문에 법의 맛을 마련하여서
일체에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넓은 혀는 마치 연꽃과 같고
입에서 나와 그 얼굴을 덮나니
그러므로 그 여러 가지 음성을 받는 이는
단 이슬과 같이 여기리다.

말씀하는 소리는 난새의 소리이며
경전을 외우면 범천을 지나리니
그러므로 법을 말씀할 때엔
몸이 편안하고 뜻의 안정 얻으리다.

눈의 형상은 검푸른 빛깔인데
세상마다 인자한 마음으로 보았나니
그러므로 하늘과 사람의 무리들이
부처님을 뵈올 적에 싫어함이 없으리다.

정수리에 특히 살상투가 났으며
머리칼의 빛깔은 검푸른 유리(琉璃)인데
일체를 제도하려 하였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법은 융성하리다.

얼굴빛은 마치 만월과 같고
색상(色像)은 꽃이 처음 핀 것 같나니
그러므로 눈썹 사이의 털은
희고 깨끗하여 밝은 구슬 같습니다.

이에 왕은 그가 관상에 능한 줄을 잘 알았으므로 태자를 위하여 네 철의 궁전을 일으켜서 봄 · 여름 · 가을 · 겨울 동안에 각각 처소를 달리하게 하였는데, 그 전각 앞에는 단 과일나무를 줄지어 심고 나무들 사이에는 칠보로 된 목욕하는 못이 있으며, 못 안의 기이한 꽃은 색색으로 저마다 달랐으니, 마치 하늘의 꽃과 같았느니라.

물에서 사는 새들은 수십백 가지며 궁성은 단단하고 칠보의 누각에는 방울과 당기 · 번기를 달았으며 문을 여닫는 소리는 사십리까지 들리고 오백의 기녀들을 가려 뽑되 온화하고 맑고 예의가 갖추어진 이로서 선발하여 공양하면서 재미있게 즐기며 태자를 기르게 하였느니라.

태자가 탄생하던 날에, 나라 안의 팔만사천의 장자들이 아이를 낳았는데 모두가 사내아이였고, 팔만사천의 마구에서 말이 망아지를 낳았는데 그 중 한 마리는 특이하여 털 빛깔이 뛰어나게 희고 갈기에는 구슬이 달려 있었는지라, 그 때문에 이름을 칸타카라고 하였으며, 마구에서 또 흰 코끼리 팔만 사천을 낳았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일곱 군데가 밋밋하고 갈기 끝에 구슬이 달렸으며 입에 여섯 어금니가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백상보(白象寶)라 하였으며, 흰 말에 딸린 마부의이름은 차익이었느니라.

태자가 탄생한 지 칠 일 만에 그 어머니는 목숨을 마쳤는데, 하늘 송을 밴 공덕이 컸기 때문에 도리천에 나서 봉록을 저절로 받았느니라.

태자가 궁중에 있으면서 시끄러움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뜻에 한가하고 편안함을 생각하였는데, 왕은 시녀에게 묻기를, ‘태자는 즐거워 하느냐 하자, 시녀는 아뢰기를, ‘공양과 풍악은 때를 잃지 않는데도, 대자를 자세히 살피건대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나이다' 하므로, 왕은 조심하고 걱정하여 곧 여러 신하들을 불러서, '아시타가 관상보며 말씀하시기를, 반드시 부처님의 도를 이루리라 하셨는데, 무슨 방편을 써서 태자를 머무르게 하며 도의 뜻이 없게 하겠소'라고 하였 더니, 한 신하가 있다가 말하기를, ‘오직 글만을 가르치면서 뜻을 매어 두어야 하리다’ 하므로, 곧 그의 수종 오백 인과 함께 스승의 문에 나아가게 하였는데 스승이 태자가 옴을 듣고 즉시 나가서 예배하고, 영접하였더니, 태자가 묻기를, ‘무엇하는 분이십니까' 하므로, 신하는 말하기를, '바로 나랏님에게 글을 가르치는 스승이십니다’ 하였더니, 태자는 묻기를, ‘잠부드비파의 글에 무릇 예순네 가지가 있는데, 곧 글 이름을 세어 보시고 이제 어느 글로써 나를 가르치겠습니까’ 하는지라, 범지는 당황하며 태자에게 대답하기를, '예순네 가지라 하시는데, 저는 아직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의 글만을 가지고 백성들을 가르쳤습니다’ 하고, 즉시 귀명하면서, '원컨대, 미치지 못했음을 용서하옵소서' 라고 하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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