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전쟁과 혁명, 내란과 공포의 시대를 살다 간 철학자입니다. 그는 영국 남부 마을 맘즈버리의 빈민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교구 목사였던 술주자뱅이 아버지는 가정을 버리고 나간 뒤 행방불명 됐다가 런던에서 홀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에 겁에 질린 어머니는 산기가 돌아 홉스를 조산했습니다. “나는 공포와 쌍둥이다”라는 말을 홈스가 자서전에 남긴 이유는, 그가 30년간이나 유럽 전역에 휘몰아친 종교 전쟁이라는 공포 시대를 살았기 때문입니다.
천재 기질이 있던 홉스의 재능이 가장 꽃피었던 시기는 만년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두뇌가 명석했던 소년 홉스는 영어 외에도 라틴어, 그리스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습니다. 첫 저작은 라틴어로 쓴 시 였습니다. 홉스는 수학자로도 명성을 얻어 유럽 여행을 하며 기하학과 사랑에 빠졌습니다.(존 오브리, 『명사들의 삶』에서)
데카르트, 갈릴레이와 토론을 벌이다
홉스가 태어난 17세기는 서구 근대철학의 여명기였습니다. 데카르트,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 그로티우스 같은 위대한 철학자, 과학자, 사상가들 사이에서 '앎의 교류도 빈번했습니다. 홉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학적 재능을 발휘해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과 앎의 교류를 쌓았습니다. 그는 베이컨에게 가르침을 받고 데카르트와 식사를 하고 갈릴레이를 찾아가는 등 동시대의 과학자와 철학자들을 만나면서 견문을 넓혀 갔습니다.
귀족 캐번디시의 비서 겸 가정교사, 회계, 고문 일을 도맡아 하던 홉스는 20년 동안 세 번 '그랜드 투어'로 유럽 각지를 여행합니다. 갈릴레이의 『두가지 주요 세계관에 관한 대화』를 읽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직접 피렌체를 방문해 갈릴레이와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앎의 교류와 심오한 연구는 『리바이어던』을 태어나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리바이어던』은 홉스가 예순세 살 때 완성한 저작입니다.
리바이어던 The Leviathan
정치사상계의 불후의 명작인 홉스의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은 구약 성서 「욥기」에 나오는 바다괴물 입니다. 지상에 이 괴물과 닮은 것은 존재 하지 않습니다. 그 괴물은 무서울 게 없는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리바이어던은 무시무시하고 절대적 힘을 가진 존재, 즉 국가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전쟁 이라면 신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평화 로운 사회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바이어던』의 내용은 인간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합니다. 인간의 목적은 자기 보존과 쾌락 추구에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는 것을 '자연권' 이라 합니다. 따라서 모두가 두려워할 만한 공통의 권력이 없는 동안에는 인간은 투쟁이라고 불리는 상태, 개인의 개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놓입니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죽여야만 합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강한 국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홉스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고이자 최강의 권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권력의 힘은 사람들의 동의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자연권을 포기하고 서로 계약을 맺어 국가 코먼 웰스, commonwealth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 계약으로 태어난 국가는 최고이자 최강의 권력, 즉 절대 권력입니다.
교회나 왕이 신의 이름을 빌려 사회의 절대적 지배자가 되고 권력을 유지하던 시대에, 홉스는 신에게 기대지 말고 사람들의 약속을 바탕으로한 절대적 주권자를 구상했습나다. 왕이나 교회가 사회의 모든 규칙을 정하던 시대에, 개개인이 사회의 규칙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자는 주장은 대단히 근본적인 전환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홉스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정치사상, 근대의 사회사상을 개척한 인물입니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일반적으로 홉스는 철학자로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근대 사회철학의 개척자라 할 만한 결정적인 업적을 남겼습나다.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처음으로 본질적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평균적 통설로는 권력자와 부자들의 추악한 욕망 탓입니다. 하지만 이 대답은 한 30점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신의 뜻이라거나 자연현상, 또는 나쁜 신과 착한 신의 싸움이라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홉스의 이론은? 인간의 체력은 도토리 키 재기라서 약자라도 누군가와 결탁하면 강자를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서 체력의 자연적 조건으로 자연의 질서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늘 불신이 생기고, 그 불신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보편 투쟁 상태)를 불러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전쟁의 본질적 원리를 파악하면, 그 속에는 반드시 전쟁을 억제할 가능성의 원리도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이 있어 저마다 다른 욕망을 품고 타인에게 불안을 느낍니다. 따라서 그냥 내버려 두면 인간사회는 잠재적 전쟁 상태에 빠집니다. 이는 고대 문명의 역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문명이든 비슷한 방식으로 군웅할거와 전란의 시대를 겪은 뒤 거대 제국이 성립하기에 이릅니다. 생각해 보면 인류가 1만여 년 전에 정착, 농경, 축재(蓄財)를 시작 한 이래 이 보편적인 투쟁 상태가 지속되었고(축재를 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할 이유가 없다), 이를 억제하는 방법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투쟁의 의미와 이유를 어느 누구도 뚜렷이 의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보편 투쟁 상태를 제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홉스의 대답은 한 가지입니다. 개인이 서로 무력으로 싸우는 일을 그만두고 강력한 통치자(초월권력)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통치자가 통치를 위한 강력한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어기는 자에게는 반드시 일정한 방식으로 불이익을 줍니다. 홉스는 이 '초월적 권력의 창출'의 원리를 자연법(이성의 법)'이라 부릅니다.
이 원리는 무려 300여 년 전에 세상에 나왔지만 지금까지 전쟁의 원리, 그리고 전쟁 억제의 원리로서 이 이상 뛰어난 생각을 어느 누구도 내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원리란 이런 것입니다. 루소에서 살펴보겠지만, 보편 투쟁을 억제하는 홉스의 이 원리가 바로 우리 근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이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원리는 여태껏 국가 단위에 머문 채 세계로 널리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Point!
1. 인간은 동물과 달라서 체력의 자연적 조건으로 자연의 질서가 형성되지 않는다.
2. 인간은 저마다 욕망을 품고 있으며 타인에게 불안도 느낀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인간사회는 잠재적 전쟁 상태가 된다.
3. 전쟁을 억제하려면 강력한 통치 권력을 만들어 확실한 규칙을 설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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